[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시켜 수입 철강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수입 자동차에 관세부과도 검토하고 있다. 무역확장법이 현실화하면 국내 자동차 수출 차량에 최대 25%까지도 관세가 부과될 수 있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對)미 수출량 비중이 40%를 넘어서는 기아차 광주공장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22일까지 수입산 자동차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대한 이해 관계자 의견서를 받을 방침이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제품이 자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긴급하게 수입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무역 제재 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미 상무부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자동차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22일까지 의견서를 받고 7월 19~20일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조사 결과는 선거 시작 전인 9월쯤 발표될 전망이다.

이전 무역확장법 232조가 철강·알루미늄에 처음 적용됐을 당시 미 상무부가 지난해 4월 조사에 들어가 올 1월이 되어서야 결과를 보고한 데 비해 대조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트럼프 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어 수입차에까지 관세를 부과를 빠르게 검토하고 있다.

▲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전경. 사진=기아자동차

美 관세에 국내 타격 심상찮아...기아차 광주공장 타격 제일 커

미국 무역확장법이 현실화하면 국내 자동차 수출 차량은 최대 25%까지 관세가 부과될 수 있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아차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미국 수출 비중이 가장 높다. 기아차의 지난해 대미 수출 완성차 대수는 선적 기준으로 28만7401대다. 기아차 국내 전체 생산물량의 28.7%다.

이에 따라 기아차 광주공장은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전체 생산량 중 37.1%를 미국 시장에 수출한다. 지난해에 49만2233대를 생산해 18만2863대를 미국에 선적했다. 광주공장은 연간 약 6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었다. 기아차 쏘울, 스포티지, 카렌스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에 수출되는 쏘울과 스포티지 전량은 광주공장에서 생산한다. 지난해 광주공장은 쏘울(쏘울 EV포함) 10만9146대와 스포티지 7만3717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쏘울은 지난해 미국에서 11만5712대가 판매됐다. 2009년 현지 출시 이후 미국 시장에서 닛산 큐브 등 기존 소형 박스카 시장의 대표적인 모델을 제치고 지난해까지 엔트리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차급 판매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오고 있다. 그러나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쏘울은 한화로 약 500만원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기존에 지켜온 1위 자리를 수성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선은정 한남대학교 교수는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향후 5년간 총 8조243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회사 설립 이후 누적된 이익잉여금(19조3240억원)의 44%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면서 “연구개발(R&D)비용도 경쟁사 대비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부과까지 이어진다면 회사는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 물량은 104만2775대로, 연간 수출량 253만194대의 약 41%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가 40만1776대로 가장 많다. 이어 기아차 35만4949대, 한국GM 16만492대, 르노삼성 12만5558대 순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57억달러,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40억달러다. 각각 상위 10개국 중 5위와 6위다. 

▲ 기아자동차 준중형차 '쏘울'. 사진=현대자동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