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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식의 인공지능으로 보는 세상] 로봇과 사랑하게 되지는 않더라도 – 드라마 ‘휴먼스’
박충식 U1대학교(아산캠퍼스)스마트IT학과 교수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8.07.05  18:20:51

로봇과 사랑하게 되지는 않더라도 성관계가 가능한 로봇이 등장한다면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실 현재 학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논의도 주로 이러한 문제들에 초점을 두고 있다.

스펙타클한 블록버스터 SF는 아니지만 가족 드라마처럼 만들어져서, 아직은 아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생길 수도 있는 다양한 문제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디테일하게 잘 드러내는 드라마가 <휴먼스>(Humans)다.

   
<그림 1> 드라마 휴먼스(Humans)

<휴먼스>는 스웨덴의 <리얼휴먼>을 리메이크해 2015년부터 방영을 시작한 영미 합작 드라마다. 더욱 대담한 상상력으로 스케일을 키워 현재 시즌 3가 방영 중이지만, 비교적 작은 규모의 스토리로 시작한 시즌 1에서도 로봇의 등장과 관련한 많은 상황들이 등장한다. 여느 로봇 SF 영화처럼 로봇이 의식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발생하는 상황들이 시나리오 전개의 핵심적인 모티브이기는 하지만, 로봇의 자각 이전에도 생길 수 있는 상황들이 오히려 현시점에서는 더욱 흥미롭다.

   

휴먼스에는 로봇의 자각이 없더라도 논의할 만한 많은 에피소드가 이어지지만 로봇인 아니타(미아)가 부부와 1남 2녀로 이루어진 조 가족과 함께 하면서 생기는 상황들은 로봇 가사도우미가 가족으로 들어올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보여준다. 이 경우의 사건들은 로봇 자체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가사도우미 로봇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가족들의 감정과 갈등이다.

조 가족의 가장(조 호킨스)은 자리를 비운 변호사 아내(로라 호킨스)를 대신해 고가의 여자 가사도우미 로봇 아니타를 구입한다. 돌아온 아내는 로봇을 싫어하는 사람이기도 해 아니타를 돌려보내려고도 하고, 기계처럼 보이지 않는 아니타를 혹사시키는 것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자신을 대신해 엄마 노릇을 하는 아니타를 불편해 한다. 어린 막내딸(소피 호킨스)은 잘 놀아주고 잘 돌봐주는 아니타를 엄마처럼 좋아한다. 그러던 와중에 청소년기 아들(토비 호킨스)은 여자 로봇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상상할 수 있는 성인모드를 활성화해 성적 호기심을 채우려 했으나 미성년인 관계로 실패하기도 한다. 아내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남편은 성인모드를 활성화해 아니타를 사용하게 된다. 이 사실이 가족들에게 알려지면서 남편은 아내의 부재로 인한 단순한 기구의 사용일 뿐이라고 강변하지만 가족들로부터 비난받게 된다. 이 단순해 보이는 에피소드는 여성 로봇 가사도우미의 등장이 어떻게 가족의 역할과 의무, 가족 간의 감정, 애정 관계들을 교란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 수업시간에 이 에피소드를 보고 오게 하고 논의한 바에 의하면 남자 학생들의 절반 정도는 남편의 행동에 공감했다.

그 외 흥미롭게 생각한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는데 물론 로봇의 자각과는 무관한 로봇을 대하는 인간들의 감정과 태도와 관련된다. 시즌 2에는 청소년들이 무감정한 로봇들을 동경해 로봇처럼 행동하는 집단적인 현상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은 단순한 놀이로서의 따라 하기를 넘어서 결손 가정에서의 상실감이나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감정 처리를 힘들게 느끼는 사람들은 오히려 감정 없는 로봇처럼 되기를 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인간으로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바람이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로봇과 사랑하게 되지는 않더라도 성관계가 가능한 로봇은 성적으로 소외된 신체장애나 노인, 등 스스로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큰 위안이 될 수 있고 성범죄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소유한 물건으로서의 로봇에 대한 취급은 사람에게로 전이될 수 있고, 로봇과의 성관계는 인간과의 성관계를 왜곡하고 로봇에게 집착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논리는 컴퓨터 게임에서도 똑같이 주장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하지만 좋은 영향이든 나쁜 영향이든 그 파급은 훨씬 클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로봇은 이미 공학의 영역을 넘어서 인문사회학적 영역에 들어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휴먼스는 로봇과 함께 하는 인간의 삶에 대해 풍부한 인문학적인 상상력으로 많은 논의 거리가 있는 많은 에피소드를 제공하는 로봇 인문학적 텍스트라고 생각된다. 한때 ‘영화 매트릭스로 철학하기’라는 강의나 책들이 유행이었던 적도 있었듯이 ‘드라마 <휴먼스>로 인문학 하기’가 가능하다.

 

참고 1. John Danaher, Neil McArthur(Editor), Robot Sex: Social and Ethical Implications (MIT Press) Hardcover – October 13, 2017

참고 2. https://namu.wiki/w/휴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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