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누가 가장 먼저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이 될 것인가의 경쟁이 거의 마지막 바퀴에 돌입하면서, 기술 독점회사들의 주식 시장 지배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시가 총액으로 볼 때 가장 큰 5개 회사는 애플,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미국의 대표 5대 기술주(tech stocks)들이다. 지난 해 12개월 동안 발생한 S&P 500 기업의 시가 총액 증가분 2.7조 달러의 3분의 1이 이들 5개 회사에서 비롯됐다.

게다가 이들 5개 회사의 시가 총액이 S&P 기업 전체 시가 총액의 15% 이상을 차지하며 2000년 초 이후 상위 5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지금이 시장의 머리가 너무 커지고 있음을 경계해야 할 시점일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과거에도 몇 개 기업의 비중이 현재보다 훨씬 더 컸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꼭 경계해야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대기업 집중화가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첫 번째 위험은, 이런 독점적 지위의 기술 회사들이 장래에 엄청난 수익을 낼 것이라는 생각이 잘못되었음이 판명될 것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위험은 이런 몇몇 대기업들이 눈부신 성과를 내는 것이, 지난 1973년, 1990년, 2000년 및 2008년 경기 침체를 앞두고 있던 때처럼, 호황기의 끝에 다가가고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소식부터 시작해 보자. 시가 총액 937억 달러(102조 4천억원)로 S&P 기업 총 시가총액의 4%에 달하는 애플은, 2008년의 엑손 모빌(Exxon Mobil)과 닷컴 버블 시기 이전의 마이크로소프트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S&P 기업은 당시보다 훨씬 더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70년대 초 IBM은 전체 시가 총액의 9%를 차지했었고, 당시 AT&T와 GM도 현재의 애플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S&P 다우존스 지수의 지수투자전략팀 팀 에드워즈의 계산에 따르면, 1964년부터 1983년까지 S&P 시가 총액 비중이 가장 높은 상위 5개 회사의 비중도 현재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S&P에 편입된 회사의 수가 많아지면서 S&P가 미국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 크게 높아졌음을 고려해야 한다.

당시와 가장 큰 다른 점은, 현재 상위 5개 기업은 한가지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모두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고객을 강력하게 사로잡고 있는 기술주라는 점이다. 주주들은 이 회사들이 앞으로 수 년간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 회사들은 연구 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신규 사업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 과거에 이와 가장 비슷했던 때는 1980년, 슐룸베르거(Schlumberger), 엑손, 아모코(Amoco) 등 석유 회사 빅 3가 시장을 지배했던 때였다. 1999년 말 닷컴 광풍 시기에도 엑손, 소매업체 월마트, 산업 재벌 제네랄 일렉트릭(GE) 같은 기업들이 상위 5대 기업에 포함되어 있었다.

 
 
▲ 출처= S&P 다우존스 지수

그러나 특정 유형의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의 본질적인 면에서 뭔가 깊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믿음이 필요한데, 오늘날의 기술 대기업들은 과거 대기업보다 자신의 이익에 대한 방어력이 더 뛰어나다. 이들은 다른 일반 회사들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으며, 정부는 과거처럼 높은 이익을 구가하는 독점 기업들을 규제하기 위해 그다지 간섭하지 않는다. 이것은 앞으로는 미래 지향적인 지도자와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갖고 있는 회사가 전통적인 경쟁자들을 이기게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투자자들이 이들 기업 서로 간의 경쟁도 이들 5개 회사의 높은 이익이나 빠른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함에 따라는 이들 기업에 많은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소수의 몇몇 대기업의 실적이 그 외의 모든 다른 회사들보다 좋다는 것은 정상적 상황이 아니다. 이들이 버는 초과 수익의 규모도 엄청나다. 1년 전에 이들 5개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배당을 제외하고도 38%의 수익을 올렸다. S&P 전체 수익률은 14%에 머물렀다.

S&P 내의 대형 주식 성과를 측정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시장 움직임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는 시가 총액 가중 일반 지수(ordinary index weighted by market value)를 지수 구성 종목에 동일하게 투자하는 ‘동일가중형(Equal Weighted)’ 방식과 비교하는 것이다. 상위 기업들의 실적이 둔화되고 나머지 다수의 작은 기업들의 실적이 좋은 경우에는 대개 동일가중형 투자가 더 좋은 성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경기 순환과 시장 주기가 때를 다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소수의 대형주에 집중하면서 동일가중형 투자가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된다. 그것이 1990년 경기 침체, 2000년의 닷컴 버블 붕괴, 그리고 2008년 리먼 사태 이후의 추락에 앞서 나타났던 현상이다. 그 현상이 바로 지금 다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금이 당시와 다른 점은, 현재 기술 대기업들의 성과가 S&P의 나머지 회사들을 상회하고 있지만, 작은 기업 집단들도 S&P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투자자들이 일반 대기업보다 기술 대기업에 더 열광하는 이유다. 또 현재의 기술 대기업들은 과거의 반짝했던 닷컴 회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쨌든 대형주가 이처럼 장기간 좋은 실적을 보이는 것은 드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