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지난달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시가총액을 뛰어넘으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미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MS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장 마감 기준 시가총액 7490억달러를 기록해 7390억달러의 알파벳을 눌렀다. 이후 약간의 변동이 있지만 MS가 실리콘밸리의 간판스타 알파벳을 앞질렀다는 점은 충격적인 뉴스로 여겨졌다.

꿈의 1조달러 성큼

MS의 이유 있는 질주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의 성장세에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가 2014년 클라우드 컴퓨팅 임원 출신인 만큼, MS의 클라우드 경쟁력은 무한 질주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MS의 클라우드 컴퓨팅 매출은 60억달러에 이른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MS의 정체성이던 윈도우 운영체제를 대폭 축소하는 초강수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단행했으며, 인공지능 중심의 조직 DNA를 MS에 이식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클라우드 상품인 애저가 인공지능 플랫폼과 빠르게 연결되는 장면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MS가 시가총액 꿈의 1조달러 기업이 될 가능성이 제일 높은 곳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모건스탠리는 MS의 시가총액이 알파벳을 눌렀을 당시 “MS의 시가총액이 1년 내 1조달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MS가 마냥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빌 게이츠 창업주 시절 한때 윈도우 운영체제를 내세워 세계를 호령했으나 스티브 발머 CEO 시대가 열리며 침체일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스티브 발머 시대의 MS는 모바일 시대가 열리며 애플과 구글이 강세를 보이자 부랴부랴 윈도우 운영체제 강화에 나서며 맞불을 놨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스티브 발머 CEO는 2014년 불명예스럽게 퇴임했다.

희망은 사티아 나델라 CEO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 그는 MS의 비전을 윈도우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에서 찾았고, ‘인공지능 퍼스트’ 전략을 착실하게 수립했다. 노림수는 적중했다. 윈도우를 포용정책으로 풀어내 구글과 애플까지 품어내는 생태계 전략으로 활용하는 한편 적절한 디바이스 출시로 시장의 바람을 일으켰다. 중심에는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이 플랫폼 구심력 작동을 하며 MS의 변신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포용, 그리고 오픈소스

사티아 나델라 CEO의 MS가 보여주는 전략은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다만 생태계 전반의 총론으로는 포용과 오픈소스가 화두다.

포용 정책은 지난달 7일 연례 개발자 회의가 정점이다. ‘빌드 2018’을 통해 ‘당신의 전화’ 서비스를 출시하며 iOS, 안드로이드를 오가는 새로운 데이터 공유 서비스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전화 서비스는 전화기에 보관된 사진이나 문서를 PC로 보낼 수 있는 서비스다. 아이폰은 엣지를 통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MS 런처를 통해 타임라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형적인 크로스 플랫폼 전략이다. 모바일 시대에서 윈도우의 존재감이 점점 흐릿해지는 상황을 인정하고, 양대산맥인 iOS와 안드로이드의 플랫폼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생태계 구축에 나서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윈도우10을 구동하는 기기가 7억개에 달하며 오피스365는 월간 이용자수만 1억3500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나, 모바일 플랫폼 전략에서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보여주는 셈이다.

개발자 수익을 크게 확대하며 앱 매출을 포기하는 초강수를 통해 앱스토어 활성에 나서겠다는 전략도 나왔다. MS는 자체 앱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개발자 이익을 기존 70%에서 95%로 올리는 전략도 공개했다. 앱 매출을 포기하고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초강수다. iOS와 안드로이는 개발자 이익이 여전히 70%다.

오픈소스 전략의 야심은 깃허브 인수로 드러났다. MS는 지난 4일 깃허브를 75억달러에 전격 인수했다. 지난해 12월 자체 오픈소스 플랫폼인 코드플렉스 운영을 종료한 후 오랫동안 깃허브 인수를 노려왔다는 설명이다. 현재 MS 직원 1000여명이 깃허브에 소스코드를 제공하고 있으며 MS는 윈도우파일 매니저 소스코드를 깃허브에서 호스팅하는 등, MS와 깃허브의 교집합도 많다.

깃허브는 2008년 만들어진 후 개발자들의 성지로 여겨졌다. 개발자들이 만든 소스코드가 공유되며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 거대 ICT 기업들이 애용하는 사이트로 명성이 높다.

MS의 깃허브 인수는 사티아 나델라 CEO의 의지가 강했다는 후문이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오픈소스 파워셀과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 등 오픈소스 역량으로 풀어낼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고, 깃허브를 통해 MS 생태계의 역동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캐노니컬과 손을 잡고 우분투를 윈도우10에 접목한 것도 MS의 오픈소스 야망으로 해석된다. 최근 깃허브가 블록체인 기술의 선봉장으로 거듭나는 장면도 MS의 행보에 설득력을 더한다. 현재 많은 블록체인 기술이 깃허브에 집중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블록체인 개발자들도 깃허브에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는 중이다. MS가 깃허브 인수를 마무리하면 오픈소스 생태계와 더불어 최신 ICT 기술인 블록체인 역량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일각에서는 MS가 깃허브 인수에 나서며 자유로운 소스코드 문화를 추구하던 IT 히피들이 엑소더스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픈소스를 품어낸 MS의 세부적인 전략에 달렸다는 평가다.

최근 MS는 해더 데이터 센터 구축에 있어 기념비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8일 ‘프로젝트 나틱(Project Natick)’이 2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나틱은 차세대 친환경 데이터 센터이며 지난 2015년 1단계 연구를 진행했다. 일종의 해저 데이터 센터이며 모듈 형태로 제작될 전망이다.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고 발열 관리에도 탁월하다. MS의 파격적인 행보가 곧 이유 있는 질주의 동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