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이 13일(현지시각) 통화 긴축을 위한 가속 페달을 밟았다. 정책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올 하반기에 두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로써 미국은 올해 네번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며 2007년 7월 이후 10년11개월만에 최대치인 0.5% 포인트로 벌어진 한국과 미국간 정책금리 역전폭도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높이면서 ‘긴축 발작’을 앓아온 신흥국은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제롬 파월 미국 Fed 의장.

Fed는 이날 시장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 정책금리는 연 1.75~2.0%로 상향조정됐다. 지난 3월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금리 인상이다.  '제로 금리(0~0.25%)' 시대를 지나 금리를 올린 2015년 12월 이후 7번째 인상이다. 

이날 인상은 이미 예상된 것인 만큼 시장의 관심은 향후 금리 인상의 속도와 폭에 집중됐다.  Fed는  올해 금리를 4차례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공개된 ‘점도표(dot-plot)’에 따르면 FOMC 위원 15명 중 8명이 올해 4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이는 Fed가 하반기에 최소 두 번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Fed가 통화긴축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Fed 위원들은 점도표에서 내년에는 3차례, 2020년엔 1차례의 금리인상을 각각 전망했다.

Fed 는 점진적 금리 인상에 나설 것임을 못박았다. Fed는 정책성명서에 기존 '통화정책 자세의 추가적인 점진적인 조정' 대신에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의 추가적인 점진적인 인상'이라는 표현을 넣어 향후 금리인상 기조를 명확히 제시했다. 

Fed는 "위원회는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의 추가적인 점진적인 인상이 경제활동의 지속적인 확장과, 강한 고용시장 상황, 중기적으로 위원회의 대칭적인 2% 목표에 가까운 물가와 부합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새로운 문장을 넣었다.

Fed가 통화 정책 정상화를 가속하는 것은 미국 경제가 활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긴축해도 미국 경제가 잘 돌아갈 것이라는 미국 정책당국의 자신감이 배어있다. 

파월 의장은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의 결정은 미국 경제가 아주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 성장세는 강하고 노동 시장도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가는 목표치에 다다랐다”고 밝혔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우선 2009년 6월 시작된 미국 경기확장기는 이번 달로 107개월째로 들어섰다. 1991년 5월부터 120개월간 이어진 경기 확장기에 이어 가장 긴 기간이다. 

둘째 Fed의 이중책무인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은 이미 달성했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3.8%를 기록했다. 2000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완전고용상태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자연실업률(4.5%)을 훨씬 밑돈다.

물가도 Fed의 목표치인 2%를 찍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Fed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를 제시했다.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5월 중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대비 0.5%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인 0.3% 상승을 웃돌았다. 전년 대비로는 3.1% 올라 시장 예상치 2.8% 상승을 웃돌았다. 지난 2012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다.  식품과 에너지물가를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비 0.3% 상승, 시장 예상치인 0.2% 상승을 역시 웃돌았다. 전년비로도 2.4% 올라 시장 예상치인 2.3% 상승을 웃돌았다.

4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지수 상승률은 전년 대비 2.0%를 기록했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 지수는 전년 대비 1.8% 상승했다. 

여기에 감세 등 1조5000억달러의 재정 부양과 3000억달러 수준의 연방지출은 미국 경기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향후 경제전망도 밝게 봤다. Fed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8%로 상향조정했다. 3월의 예상치보다 0.1%포인트 높게 잡았다. 다만 내년(2.4%)과 2020년(2.0%) 성장률 전망치는 그대로 유지했다.  물가상승률(PCE)은 2.1%로 예상했다. 근원 PCE도 올해말 2%에 다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Fed는 성명서에  “물가상승률은 대칭적인 목표인 2% 부근에 부합할 것”이라고 밝히며 목표치를 넘는 물가상승률을 용인할 것임을 시사했다. 

실업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올해 말 실업률은 3.6%로 3월 전망치(3.8%)보다 0.2%포인트 낮춰 잡았다. 한국의 4월 실업률은 4.1%다.

Fed가 미국 국내 경제에 집중한 통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긴축 발작’을 앓아온 신흥국의 부담은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과 정책금리 역전 폭이 커지면서 한국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Fed가 예상대로 하반기에 추가로 금리를 두 차례 올리고 한국은행이 예상대로 연말까지 금리를 한번 인상하면 양국간 금리 격차는 0.75% 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자본유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국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1400조를 훌쩍 넘은 가계부채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선뜻 나서지 못하게 하는 요소다. 14일 오전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여는 한은의 입을 시장은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