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하는 동안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곧 '쌍중단'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미국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활동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의미한다.

트럼프 협상중 연합군사훈련 않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매우 포괄적이고 완전한 합의를 위해 협상하는 환경에서 훈련(워게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워게임'으로 호칭하면서 엄청나게 비싼 훈련이라고 지적했다.

한반도에는 미군 2만8500명이 주둔하고 있고 한미 양국은  봄에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 가을에 을지포커스프리덤훈련 등 3대 연합훈련을 정례로 하고 있다. 이들 훈련에는 미국의 전략무기와 수천여명의 미군과 장비가 참여한다. 또 양국 육·해·공군·해병대 간의 연합훈련도 정례로 이뤄지고 있다.  훈련에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잠수함, B-1B 랜서 전략폭격기·B-52 장거리폭격기·F-22 랩터·F-35B 라이트닝 스텔스 전투기 등 동원된다.

그는 괌에서 한국까지 6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를 거대한 미 군용기들이 날아가 폭격 연습을 하고 돌아간다며, 훈련에 많은 군용기가 투입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아주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기는 이런 황을 좋아하지 않으며 매우 도발적 상황으로 생각한다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고 북한도 아주 감사할 일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관해서는 그는 미북 협상에서 풀어야 할 방정식의 일부는 아니라면서도 어느 시점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철수는 지난 미 대선 캠페인에서 자신이 언급한 사안이라며 미군을 집으로 데려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 정권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치르게 될 군사적 대가에 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에 관해서는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어느 시점에서 제재를 해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의 핵무기들이 더 이상 (위협)요소가 아니라고 확신할 때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제재를 계속할 능력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주에 300건의 (새) 제재를 부과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그러나 미북 정상회담 때문에 제재를 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美국방부,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협의된 사안
데이나 화이트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각) ‘한미연합훈련 중단 결정은 매티스 장관에게 예상밖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전에 매티스 장관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언급이 주무부처인 국방부의 의견을 배제하고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그동안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나 축소에 대해 북한의 도발을 막는 억지력과 동맹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히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한국군 당국은 "연합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현 시점에서 발언 배경이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만 밝혔다.

미국 전문가 "연합훈련 중단은 쌍중단 수용 의미"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사상 최초의 미북정상회담의 상징적 측면에 의미를 두면서도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한 실망스런 만남으로 평가했다고 미국의 소리방송(VOA)가  13일 전했다.미국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승자는 북한이라고 규정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 시기와 방식이 명시되지 않은 데 실망감을  나타냈고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과의 어떤 과거 합의도 이번 공동성명보다 모호하고 약한 것은 없다면서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포괄적(comprehensive)'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미국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추구한다는 기존 입장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승자로 평가하고 "핵무기를 보유하면서도 적법성과 존중을 얻었으며, 잠재적으로 미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특히  세부 내용이 없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미국은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이번 공동선언과 결합하면, 결국 ‘쌍중단’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활동과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자는 것이다.

맥스웰 연구원은 실제로 한미 군사훈련을 멈춘다면, 미군의 전쟁억제력을 떨어뜨려 국가 안보를 훼손할 것으로 우려하면서  굳건한 한미 동맹을 끊으려는 북한의 오랜 바람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클링너 연구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쌍중단’ 제안을 일방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미 베라 민주당 하원 의원은 VOA에 "트럼프 행정부가 연합훈련을 지속하지 않겠다고 말한 건 너무 성급했다"면서 "의회는 한미 동맹 사이 거리는 없다는 데 단호한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라 의원은 " 한국은 미국의 친구지만 북한은 미국의 적국이었고, 지금도 그렇다"면서 "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 협력해 이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신뢰 구축 조치의 일환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옹호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대통령은 협상이 긍정적 방향으로 진행되는 한 연합 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면서 만약 그렇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면 훈련을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만큼, 우려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