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오전 9시(현지시각)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갖는다. 센토사섬이 한반도 평화의 마중물 될지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이날 하루짜리로 끝날지 13일에도 계속될지, 미국과 평양에서 추가회담이 열릴지는 아무도 모른다.미국의 일부 언론들은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기본 틀에 합의하고 세부사항은 다음 회담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보장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담판을 벌일 것이라는 사실이다.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고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을 보장해 주는 문제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이날 하루에 결론이 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우선 미국은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폐기하라고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현재 가지고 있는 핵시설과 핵물질, 핵무기들을 모두 신고하고, 국제사찰단이 들어가 신고된 내용과 현지 실정이 똑같은지 검열하고 이를 모두 폐기하며, 핵물질과 핵무기 생산에 동원된  과학자와 기술자들에게 다른 기술을 배워주고 일자리를 만들어줘 북한에서 핵이 다시는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대신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 지도부가 우려하는 군사적, 안보적 위협을 제거해 주고 경제적 보상을 해 주겠다는 것이다. 즉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안전보장(CVIG)'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이후 체제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영구적 비핵화와 안전보장' 합의를 조약으로 의회에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상원 외교위에 출석해 에드 마키(민주당) 의원 질의에 “나는 김 위원장에게 제공될 안전보장책들에 대해 이야기했다"면서  "보장책들은 분명히 우리가 요구하는 영구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와 똑같은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똑같은 방식으로 협상을 넘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안전보장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과연 북한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수용한다고 해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북한은 핵탄두 20~30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북한 전역에 지하 핵시설이 있을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제거하는데는 15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 견해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차 한국석좌도 북한이 시간을 끌 것으로 보는 전문가다..

이번 회담에서는 또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났다는 선언 즉 종전선언이 논의될 수도 있다. 국제법으로 보면 남한과 북한은 현재 정전 상태, 즉 전쟁이 중단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법으로는 전쟁이 아주 끝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미 국무부의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그와 관련한 타이밍(시간)과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선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종전선언이 트럼프 행정부에 중요한 일이란 점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은 한반도에서 전쟁 상황이 끝났음을 알리는 공식 발표라고 할 수도 있고 정치적 선언일 수도 있어 한국 정부는 물론 보수와 진보진영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종전이 국제법으로 인정을 받자면 선언이 아니라 협정, 즉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때도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대남 적화 전략을 포기해야 미북 수교도 하고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다'는 원칙을 지켜왔는데 트럼프가 이를 깰지 과거처럼 준수할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복잡하고도 어려운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 종전선언 등 세 가지 의제가 하루 만에 다 논의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