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미레이트사가 디자인한 ‘가상의 창문’은 실시간 광섬유 카메라 기술을 사용해 바깥 세상의 가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출처= 에미레이트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창문 없는 비행기에서 잠들 수 있을까? 밀실 공포증의 악몽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두바이의 항공사 에미레이트(Emirates)는 새 항공기 디자인에서 창문을 없앨 계획이다. 그러나 창문을 통해 보는 실제 구름과 하늘 전망 대신, 승객은 ‘가상의 창문’(Virtual Windows)을 통해 세계의 정경이 지나가는 것을 즐길 수 있다.

세계를 보는 창

회사가 성명서에서 ‘판도를 바꿀 만한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주장한 에미레이트의 새로운 객실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미닫이 문과 하이테크 기능을 갖춘 퍼스트 클라스 개인 스위트룸이다.

‘가상의 창문’은 실시간 광섬유 카메라 기술을 사용해 바깥 세상의 가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디자인이 공개되자, 이 회사가 창문을 없애기로 한 선택이 다른 모든 항공업계에서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세상과 소통하는 창문 없애면 여행 경험 떨어져

그러나 모두가 창문 없는 항공기라는 아이디어에 대해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디자인 스튜디오 ‘ACLA 스튜디오’의 공동 창업자인 빅터 칼리오즈는 CNN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래 지향적인 개념으로 창문 없는 항공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창문을 없애면 여러 가지 구조적인 이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에 대해 반대하는 항공사들도 있습니다. 창문은 바깥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여서 승객들의 여행 경험을 높여 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입니다.”

규제 차원의 문제도

항공기 관련 컨설팅 회사인 스트래티직에어로 리서치(StrategicAero Research)의 사지 아흐마드 선임 애널리스트도 비행기에 창문이 없을 경우 실용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창문 없는 비행기는 공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상적인 모습일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실현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기내 승무원은 승객 대피 조치를 취하기 위해 기준점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때문에 승무원들은 시각적 인식뿐 아니라 공간적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창문 없는 제트기에서는 그런 인식이 존재할 수 없지요. 특히 전기라도 나가는 상황이 생기면 ‘가상 창문’은 작동하지 않고 승객들은 외부를 전혀 볼 수 없게 됩니다.”

아흐마드는 또 승객의 편안함에 대한 칼리오즈의 우려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승객들은 단지 바깥 세상의 자연 경관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기술은 좋은 것이긴 하지만, 맨눈으로 실제 보는 것을 당할 수는 없지요.”

아흐마드는 또한 창문이 없는 항공기를 만들려면 새로운 규제와 시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규제적 문제도 있지요. 항공기에 어떤 변화를 가하려면 시스템 중복 여부, 대피, 화재 진압, 압력 상승 및 기타 스트레스 관련 엔지니어링 변경 등에 관한 새로운 테스트가 필요합니다.”

창문 넓히는 미래 설계도 있어

완전히 다른 방향을 지향하는 미래 항공기 설계도 있다. 오히려 창문을 더 크게 설계하는 것이다. 가장 현대적인 깨끗한 시트 디자인을 자랑하는 보잉의 드림라이너(Dreamliner)는 대형 창문을 갖추고 있다. 에어 버스는 2011년 파리 에어쇼에서 아예 객실을 투명한 벽으로 설계했다.

브라질 항공기 제작회사 엠브라에르(Embraer)는 리니지(Lineage) 1000E 항공기를 위해 특별 설계한 교토 캐빈(Kyoto Cabin)이라는 객실을 고안했는데, 객실 대부분의 측면 벽에 있는 큰 파노라마 창문이 그 특징이다.

미래에는 파일럿이 없는 비행기도 설계될 수 있다. 하지만 아흐마드는 창문 없는 비행기에 대한 신중론이 무인 비행기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창문 없는 또는 무인 비행기를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꼭 실현된다는 의미는 아니지요. 무인 항공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일 당장 모든 화물 비행기가 다 파일럿이 없는 무인 비행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려면 새로운 규제와 시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