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신한금융투자

국내 기업들의 신용도가 전반적인 개선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부 그룹 자회사들은 불안한 모습이다. 주력 계열사의 부진이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 변화에 따른 사업 안정성이 약화된 것은 물론 그룹 지배구조개편에 대한 불확실성도 한 몫 했다. 평가에 대한 관점 차이가 부각되면서 신평사 간 등급격차(스플릿)가 우량등급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중 회사채 크레딧 스프레드(3년물 기준)는 AA급 이상 우량등급을 중심으로 확대(약세)됐다. 반면, A급 회사채와 캐피탈채 등은 축소(강세)됐다.

미국의 기준금리인상, 이탈리아 정정불안 등 주요 이벤트가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유독 AA급 회사채 시장이 약세를 보인 것이다.

시장전문가들은 공급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1~5월까지 회사채 발행액(공·사모)은 31조300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27.2%(24조6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AA급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카드채는 144.9% 증가한 9조4000억원을 기록했지만 규모 측면 회사채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올해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어난 이유로는 글로벌 경기개선에 따른 금리인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발행사들이 시장금리가 오르기 전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결과다.

전방수요 개선, 유사 상승 등에 힙입어 시크리컬(경기순환) 업종 중심의 연초 이후 신용도 개선 전망도 회사채 시장 강세에 한 몫 했다. 업황에 민감한 A급 이하 기업 중심의 신용도 상승 트렌드도 부각됐다.

반면, 신용도가 하락한 기업들을 보면 업황과는 다소 무관하다. 주력 계열사의 실적 우려가 계열사로 전이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눈에 띈다. 국내 신평사들은 롯데쇼핑(AA+), 롯데칭성음료(AA+), 롯데카드(AA+)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올초 신동빈 회장의 구속으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지배구조개편에도 제동이 걸렸다.

롯데쇼핑의 경우 중국 사업 실패뿐만 아니라 유통업 전반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사업 안정성도 약화됐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룹 지원이라는 든든한 후광을 받고 있던 현대위아도 현대차그룹의 실적 부진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었다. 올해 현대위아(AA0)의 신용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중공업(BBB+)과 두산엔진(BBB0)도 주력 사업의 수익구조가 악화돼 향후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평사 관계자는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전통적 우량 업종으로 꼽히는 유통업에 대한 등급 안정성이 약화됐다”며 “거시환경도 달라져 여타 업종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주요 그룹사들의 이익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해외 사업을 확대하면서 매출 등 외형성장을 이뤘으나 경쟁심화, 글로벌 업황 의존도 역시 상승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배구조개편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등급 안정성도 취약해진 상황이다.

신평사들의 관점도 다소 차이를 보이면서 우량채의 등급 스플릿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등급 스플릿은 A급 이하 비우량채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 중기적 관점에서 채권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거시·산업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기업도 있다”면서 “주요 그룹사들은 지배구조개편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개별 기업보다 빠르게 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즉각 채권 수요·공급에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미 금리인상 등 외부변수도 존재해 우량채라고 무조건 편입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