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방침 발표 이후 이란의 원유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 2016년 이란 핵협정 발효 이후 이란 내 사업에 뛰어든 미국과 유럽기업들이 철수하거나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원유를 실어나를 유조선을 구하기도 점점힘들어지고 있는 탓이다. 미국의 경제제재가 부활할 경우 이란의 원유생산은 최저 하루 수십 만배럴에서 최대 100만배럴까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란은 핵개발을 재재하겠다고 응수하고 있지만 다국적 석유회사들이 짐을 싸고 있어 원유생산 타격은 불가피해보인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에도 이 협정을 준수할 방침을 밝혔다. EU는 또 이란과 사업하는 유럽 기업에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는 미국의 방침도 반박했지만 유럽 기업들이 이란과 관계를 단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WSJ에 따르면, 2016년 이란 핵협정이 발효된 이후 17개 기업이 이란에서 사업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방산업체인 하니웰, 세계최대 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 에너지와 산업장비업체 도버코프 등은 이란 내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E는 이란에 석유와 천연가스 장비를 팔아왔고 해외 자회사는 최대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이란 내 사업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이를 완전히 중단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객기 제조회사 보잉은 200억달러 규모의 판매를 날릴 판국이다. 

탈출행렬에는 유럽 석유개발업체들도 가세하고 있다. 프랑스 최대 정유회사 토탈은 이란 제재 해제 이후 서구의 석유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란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개발을 위해 10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체결했다. 그런데 토탈은 중국 CNPC와 공동운영하는 가스전에서 손을 떼고 지분을 정리한뒤 철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외국 기업의 철수만이 아니라 미국의 제재로 원유 수출은 더욱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눈치를 보는 탓에 이란산 원유를 사겠다고 나설 국가는 점점 줄어들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인도의 릴리아언스 인더스터리스가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을 발표한 것은 좋은 예이다. 인도는 경제성장과 거대 인구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는 시장이다.

프랑스 토탈, 이탈리아 에니, 스페인 렙솔 등 유럽 정유사들도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고 있기는 마찬 가지다. 게다가 원유를 실어나를 유조선을 구하기도 힘들어졌다. 상선회사인 A.P.몰러 머스크는 이미 지난달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도 영업을 하는 머스크로서는 이란산 원유 운송 수입도 중요하지만 미국내 비즈니스도 중요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보험과 운송, 금융기업들이 속속 이란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있으니 이란의 원유수출 길은 계속 막히고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3대 산유국이라지만 이런 상황에서 원유 수출은 힘들다. 생산을 하더라도 갈 곳이 없다. 저장능력이 한계에 도달하면 생산을 줄이든지 중단할 수밖에 없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미국의 제재가 이란의 원유생산에 줄 충격을 최저하루 수십만 배럴에서 최대 100만배럴로 추정하고 있다. 이정도 물량이 원유시장에 나오지 못한다면 OPEC과 러시아주도의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합의와 베네수엘라의 산유량 급감과 맞물려 공급부족에 따른 유가상승을 가속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미국 셰일업계의 증산으로 산유량이 하루 1000만배럴을 넘고 북해산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간 가격차가 배럴당 11달러에 근접하는 등 미국산 원유가 싼 값에 시장에 나오면서 유가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은 1.9%(1.22달러) 상승한 65.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도 2.6%(1.96달러) 상승한 77.32달러에 거래됐다.

이란이 받는 고통은 미국에는 원유수출 중가, 수익증대를 가져오는 등 미국의 행복으로 끝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