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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영 선언 25주년 삼성 “올해는 조용히”발 빠른 행보는 이미 시작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8.06.07  15:17:31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소위 후쿠다 보고서를 완독한 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일갈했다. 삼성전자 사내방송을 통해 조직의 무사안일과 타성에 젖은 영상이 방영된 직후, 글로벌 판매선을 점검한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다.

삼성의 신경영 선언이 나온 후 25년이 흘렀다. 지금까지 삼성은 신경영 선언에 맞춰 다양한 학술대화를 열거나 별도의 기념식을 통해 그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켰지만 올해는 별도의 행사나 메시지 없이 보냈다. 삼성 관계자는 “신경영 선언 25주년을 위한 행사나 기념식, 특별한 메시지도 없다”면서 “조용하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신경영 선언 20주년이던 2013년만 해도 임직원을 대상으로 격려금을 지급하는 한편 학술대회도 열었으나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자 기념식을 전격 중단했다. 2015년에는 사내방송을 통해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디자인 고문으로 활동했던 후쿠다 다미오 전 고문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그 이상의 행사는 없었다. 후쿠다 전 고문은 신경영 선언의 마중물 역할을 한 후쿠다 보고서의 주인공이며, 2015년 방송에서 “삼성에는 리셋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삼성이 신경영 선언 25주년을 기념하지 않고 조용히 보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당장 신경영 선언의 주인공인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은 이 회장이 쓰러진 2014년부터 별도의 기념식을 열지 않고 있다.

   
▲ 후쿠다 전 고문이 삼성전자 사내방송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새로운 시대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후쿠다 전 고문은 2015년 사내방송에서 리셋을 강조하는 한편, “삼성은 신경영 당시에는 직원의 숫자도 적고 몸집도 작아 변하기 쉬었지만 지금은 글로벌 1위 기업인데다 직원들이 세계 곳곳에 퍼져있고 위상도 달라져 전격적인 혁신이 어렵다”고 말했다. 신경영 선언 당시와 비교해 지금의 삼성은 몸집도 커지고 존재감도 달라졌기 때문에 처방전도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2016년 3월24일 열렸던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이 달라진 처방전이다. 신경영 선언과 궤를 함께하는 새로운 삼성의 시대정신이다. 삼성의 조직문화를 스타트업으로 바꾸는 한편, 권위주의 문화 타파를 위해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고 직무와 역할 중심으로 인사제도를 개편하는 전략이 첫 등장했다.

신경영 선언이 회장에서 시작되어 아래에서 내려온다면, 스타트업 삼성은 아래에서 시작해 위로 올라가는 혁신의 방향성을 상징한다. 당시 선포식에 이재용 부회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도 이를 증명한다. 신경영 선언을 발전하고 보강한 이재용 부회장의 스타트업 삼성이 삼성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부상했으며, 그 연장선에서 신경영 선언은 스타트업 삼성의 뒤를 튼튼히 받치는 아젠다로 자리매김했다는 말이 나온다.

   
▲ 2016년 스타트업 삼성 선포식이 열리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정무적인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삼성은 노조파괴 문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많은 논란과 직면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후 2심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나 당분간 몸을 낮출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처음 열린 삼성전자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삼성 80주년 기념식과 1일 진행된 호암상 시상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일정을 해외출장과 내부 전략회의로 채우며 미래성장동력 발굴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다.

삼성이 신경영 선언 25주년을 맞아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으나,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전략 확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삼성 리서치가 지난해 11월 한국 AI 총괄센터를 신설하고 인공지능 연구 역량을 다져왔으며, 올해 1월에는 실리콘밸리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 등 총 5개 거점에 인공지능 허브를 설치하고 24개 연구거점과 2만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구성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석학인 세바스찬 승 교수와 다니엘 리 교수를 영입하기도 했다. 소위 '승리 듀오'다. 이들은 모두 세계 인공지능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두 교수는 1999년에 인간의 뇌 신경 작용에 영감을 얻어 인간의 지적 활동을 그대로 모방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세계 최초로 공동 개발했고, 관련 논문을 ‘네이처’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중심의 혁신 드라이브에도 시동을 걸었다. 지난 4일 삼성전자는 싱가포르에서 웹캐스트를 통해 생중계된 삼성전자 2018 인베스터즈 포럼을 열어 팹리스와 중소형 OLED 중심의 전략을 전격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외부행보는 조용하지만, 혁신을 모색하기 위한 행보는 발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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