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보장 방안이 중점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 결과에 따라 미북 관계는 물론 남북관계, 북일관계도 과거와는 판이한 국면으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비핵화가 합의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에 대해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은 지난 4일(미국 현지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 에 출연해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하면서 "비핵화 합의 도출땐 북한군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예상해 주목을 끌었다.

▲ 남북 군사력 현황.출처=국방백서 2016

그는 김정은이 최근 북한 군부 지도부를 교체한 것과 관련해 "이번에  비핵화 부문에서 미국과 합의가 도출되면 110만명 규모로 알려진 북한군도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도 역시 10만~20만명 정도의 북한군을 줄여야 했는데 그 때도 (군부 안에서) 여러가지 불만이 표출됐다"고 전했다.

한국 국방백서 2016에 따르면, 북한의 병력은 육군 110만여명을 포함해 128만여명인 반면 한국군은 육군 49만여명을 포함해 62만5000여명이다. 북한 육군은 총참모부 예하에 정규 군단 10개, 기계화 군단 2개에다 91수도방어군단, 특수전부대인 11군단, 그리고 기갑사단 1개, 기계화 보병사단 4개로 편성돼 있다. 

북한은 명목 국민총소득(GNI)이 2015년 기준으로 34조5000억원으로 한국(1565조8000억원)의 45.4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병력과 장비의 숫자는 두 배 수준이어서 경제개발에 투입돼야 할 자원이 군비로 지출되고 있어 경제성장은 대단히 더디다. 

물론 김정은은 2012년 6월에 경제개혁을 단행해 기업소마다 독립채산제를 도입했다. 장마당이 생기고 돈주들이 부동산을 거래하는 등 북한 사회에 사실상 시장경제가 도입되고 있기는 하나 세계 10위 수준의 한국 경제 발전 속도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군비 지출은 북한군과 군지도부의 입지와 영향력을 키웠다. 

▲ 남북경제 지표 현항.출처=국방백서 2016

마키노는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에 북한군 안에서 불만이 표출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자기의 말을 잘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군 수뇌부를) 개편했다고 풀이했다.

마키노 전 지국장에 따르면, 노광철 인민 무력상은 제2경제위원장을 역임하면서 비교적 북한군 안에서 온건파로 알려져 있다. 리영길 총참모장은 원래 한 번 숙청된 사람으로 한 번 숙청당한 사람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반대하거나 강하게 나올 수 없고, 그런 측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군을 장악하고 있다고 마키노 전 지국장은 전했다. 

그는이를 미국과의 핵 담판을 앞두고 군부 강경파의 힘 빼기라는 지적에 공감하면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미국이나 국제사회에서 (비핵화의) 대가를 잘 얻어내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들이 핵을 포기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북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괄합의-일괄이행’에서 유연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최종합의 도출없는 싱가포르회담을 염두에 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백악관에서 만난 뒤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하면서도 이번 회담이 한 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RFA는  미국이 요구해온 ‘일괄 합의-일괄 이행’ 방식에서 유연성을 보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고 마키노 전 지국장도 공감을 표시했다. 마키노는 "그건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부위원장과 만난 뒤에도 미국과 북한이 판문점에서 실무회담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는 게 증명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일괄타결에 대해서 동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 한다는 가정 아래 싱가포르에서 김위원장을 만나야 하는 상황도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비핵화 초기 단계에서 핵탄두를 포함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반출을 북한에 요구한 것고 관련해서는 마키노 전 지국장은 "김 위원장은 북한만 양보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핵무기 해외반출 등의 미국의 요구에 대해서는 그냥 따라가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해석했다.

마키노 전 지국장은 그럼에도 북한은 대가를 얻어내야 하는 만큼 비핵화에 대해서는 합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일방으로 미국에 양보했다는 지적은 받고싶지 않기 때문에 비핵화에 관한 합의를 도출한 다음에 핵무기를 해외에 반출하는 그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정상회담이 끝난 다음에 실무협의에서 잘 정리하자고 할 것ㅇ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