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북한 비핵화 이후 경제 지원을 미국이 아니라 한국, 일본 등이 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은 국제 금융 시스템을 통해 북한을 세계경제에 편입시키는 역할을 맡고, 한국과 일본은 국교정상화에 따른 투자 방식으로 북한 경제 재건을 도울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미국의 소리방송(VOA)가 5일 전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 "미국이 돈을 쓰지 않고 한국과 중국, 일본이 북한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국이 많은 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이에 대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미국의 몫이지만, 비핵화 진전에 따른 경제 보상은 북한의 주변국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비핵화하면)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여러 가지 제안을 해왔는데, 이제와서 그 부담을 이웃 국가에 떠넘기려 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

북한 비핵화 대가에 대한 각 국의 역할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고 VOA는 전했다. 브라이언 뱁슨 전 세계은행 북한 담당관은 VOA에 미국의 주된 역할은 제재를 해제하고, 북한을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등에 가입시켜 보통 국가로서 세계 경제에 편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지원은 사회기반시설 조성 등의 사업이 아니라 인권이나 일부 사회 관련 부문에 그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VOA에 따르면, 뱁슨 전 담당관은 사실상 미국의 민간 기업들도 북한에 대한 투자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는 VOA에 "미국 기업들은 북한을 중국과 베트남과 같은 수준의 투자처로 보고 있지 않은 만큼 비핵화 이후에도 미국이 북한 경제에 주요 일원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게 현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북한의 이웃 나라들로서 지정학적 이점을 갖고 있는 중국과 한국, 일본이 대북 투자와 거래에 더욱 열려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국무부 대북 지원 감시단으로 활동한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VOA에 북한의 주변국과 미국이 말하는 대북 지원이 일종의 ‘퍼주기 식’ 프로젝트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돕는 방식이 최상의 지원이며, 미국과 역내 어떤 국가도 북한에 (돈을 주는 의미의) 경제적 지원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브라운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 대가로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거나 대부분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할 것이라는 추정은 사실에 입각한 연구 결과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 철도 재건에는 1000억달러가 들 수 있지만 투자자들에겐 큰 이익이 될 것이며 막대한 이익이 있다면 그걸 비용이 아니라 투자기회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은 영국의 한 연구소와 함께 10년 동안 세계가 짊어져야 할 북한 비핵화 비용을 2조달러로 추산했는데 뱁슨 담당관은 북한의 미래 경제 개발 부담을 한국이 대부분 짊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경제 개발 비용의 일부는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충당될 것이며 북한의 핵 폐기 비용은 비핵화 실현을 추구해 온 미국과 주변국이 공동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UN 회원국을 중심으로 핵 폐기 비용 자금을 마련하고 다국적 지원으로 모인 비용을 토대로 국제원자력기구 IAEA가 북한의 핵 폐기와 검증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힐 전 차관보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 협상의 당사국인 만큼 북한의 핵 폐기 비용을 일부 부담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