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해당 채권을 평가한 나이스신용평가와 유통을 담당한 한화·이베스트투자증권이 그 대상이다. 하지만 양측은 각각의 입장을 내놓으며 억울함을 표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CERCG의 상환 능력 평가에 대한 검증이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신용평가 적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진 것이다. CERCG의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였던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ERCG가 보증한 자회사 채무의 만기(5월 11일, 3년물)내 원금상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CERCG가 지급보증한 달러화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금정제이십차(유동화회사)’가 발행한 ABCP도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아졌다. 크로스디폴트(동반부도) 조항에 따른 것이다.

나이스신평은 해당 ABCP의 신용평가를 맡았으며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인수주선을 담당했다. 여기에 투자한 증권사와 운용사는 손실 위험을 떠안게 됐다.

비난의 화살은 나이스신평과 한화·이베스트투자증권으로 향했다. 채무불이행가능성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책임론이 불거지자 신평사와 증권사는 각각 억울함을 표시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인수주선을 담당했기 때문에 신평사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판매대상도 같은 업계에 속한 금융사인 만큼 불완전판매는 없었다”고 말했다.

후폭풍이 예상되면서 나이스신평에 더 거센 비판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에 나이스신평은 지난달 31일 입장 자료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나이스신평은 CERCG는 공기업이지만 정부지원가능성을 ‘보통’으로 평가하고 자체 신용도 대비 1노치(notch) 높은 A등급을 부여했다. CERCG와 동일한 수준의 우리나라 공기업은 자체신용도대비 4~5노치 높은 AA-~AA+ 수준으로 평가했다.

같은 ‘공기업’이지만 중국 기업에 대해 과한 등급을 부여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대비 중국 공기업의 폭이 작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민간기업을 공기업으로 평가했다’는 비판에 대한 해명이다.

CERCG의 자체신용도 평가도 한 달에 걸쳐 진행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 평가와 동일하게 자료를 확보하고 경영진·대주주 면담을 실시했다. 사업 특성과 현 수준 재무안정성은 우수한 수준이나 공격적 투자로 잉여현금창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CERCG의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며 “여타 항목을 보면 우수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무상환 능력을 평가할 때 담보물, 유동화가능 자산 등도 중요하지만 현금흐름창출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근 기업가치평가를 위한 기준으로 EBITDA(상각전영업이익)보다는 잉여현금흐름을 중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BITDA는 당기순이익에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을 더해 구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의 근사치를 구하는 간편법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대규모투자 등을 단행하는 기업은 EBITDA가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재고자산이나 외상매출금 등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목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신용등급은 다양한 요인이 반영된다”며 “이중 FCF는 기업 유동성을 파악하는 가장 핵심적 지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FCF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신평사가 이를 경계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