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재벌 3세와 4세로의 승계가 일반적인 국내 대기업과 달리 창업자가 2세 승계를 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기업이 이목을 끌고 있다. 넥슨과 풀무원이 자식에게 경영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 김정주 NXC 대표. 출처=넥슨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NXC 대표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경영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회공헌과 관련해 넥슨재단 설립, 어린이재활병원 전국 주요 권역 설립등을 공언했고, 경영권 승계에 관한 입장도 밝힌 것이다.

김 대표는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는 것은 회사를 세웠을 때부터 흔들림 없었던 생각이었다”면서 “넥슨이 현재와 같은 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직원들의 열정과 투명하고 수평적인 문화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고, 이런 문화가 유지돼야 회사가 계속 혁신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풀무원도 올해가 시작하자마자 33년간의 오너경영 시대를 마감하고 전문경영인체제로 변신했다. 33년동안 회사를 이끌어온 남승우 전 총괄 CEO가 물러나고 이효율 대표가 1월 1일자로 후임 총괄 CEO가 됐다.

남 전 총괄 CEO는 지난해 3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고 밝혔다. 남 전 CEO는 만 65세가 되는 2017년을 끝으로 자식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고 밝혔다. 남 전 CEO는 ㈜풀무원 이사회 의장 역할을 하면서 필요한 경우 경영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게 된다.

남 전 CEO는 “글로벌 기업 CEO들은 대부분 65세에 은퇴한다”면서 “비상장기업은 가족경영이 유리하지만 상장기업의 경영권 승계는 전문경영인이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평소에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 남승우 풀무원 전 총괄 CEO. 출처=풀무원

일반 재벌과는 다른 행보

김정주 회장과 남승우 CEO가 경영권을 자식에게 넘기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기존 재벌의 행보와 달라 큰 이목을 끌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재벌은 경영권 2세 승계는 물론 3세, 4세로의 승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보가 국내 기업인들에게 모범이 된다고 평가하면서도 업(業)의 특성도 면밀히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항상 오너가 자식들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국내 재벌들과는 달리 전문경영인 체제로 오너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다는 측면과 업의 특성 상 경영권 가족 승계가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자식에게 경영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오너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넥슨과 풀무원의 경영권 승계 관련 결정은 우리 기업 환경에서 매우 예외적인 사례로 보고, 이런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라고 평했다.

윤덕균 한양대 명예교수는 “오너체제와 전문경영인 체제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 자식이 경영권을 승계해 경영하는 오너경영은 회사 운영을 일사불란하게 경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자식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도 준비가 돼 있는 상태라면 괜찮고, 아닐 경우에는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맡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업종의 특성 상 2세 승계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자식승계 거부의 배경으로 분석됐다. IT나 식품업계는 전통적인 장치산업이 기반인 국내 대기업의 사업구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 재벌을 보면 일반적으로 장치산업, 전통산업이 기반인 경우가 많다”면서 “IT나 게임산업은 변화도 빠르고 기업 수명도 타 산업에 비해 짧기 때문에 자식에게 승계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도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대표, 엔씨소프트의 창업자 김택진 대표, 넷마블의 방준혁 의장은 지금 막 50대가 된 매우 젊은 CEO들”이라면서 “IT쪽에서는 변화도 빠르고 IT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2세 승계에 대한 필요성이 많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