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 SNS) 기업인 페이스북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목표로 움직인다. 개방형 SNS인 트위터와 달리 폐쇄형 SNS를 추구하면서 오프라인에서 시작된 인맥을 온라인으로 넘기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무수히 많은 연결의 플랫폼을 지향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하버드 대학교 기숙사에서 페이스북을 창조하던 순간부터 정해진 일종의 DNA다.

변화는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마크 저커버그 CEO는 "10년 동안 우리는 친구와 가족,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에 전념했다"면서 "이제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현실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명까지 바꾸며 페이스북의 DNA를 연결에서 커뮤니티로 옮기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 딥티 도시 페이스북 글로벌 커뮤니티 파트너십 총괄이 커뮤니티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페이스북 코리아

커뮤니티, 페이스북의 사명으로

페이스북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K현대미술관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오큘러스의 최신 기능과 도구를 직접 경험하고 이용자들이 더욱 안전하게 페이스북을 즐기는 방법을 소개하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커넥트(Facebook Community Connect)’ 행사를 열었다. 기자들을 위한 별도의 세션은 있었지만 사실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열린 행사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려 특히 눈길을 끈다. 페이스북은 커뮤니티 커넥트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딥티 도시(Deepti Doshi) 페이스북 글로벌 커뮤니티 파트너십 총괄을 6월1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페이스북 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 딥티 도시 페이스북 글로벌 커뮤니티 파트너십 총괄이 커뮤니티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페이스북 코리아

페이스북 커뮤니티 커넥트를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연 이유가 궁금했다. 페이스북이 중국에 진출하지 못했고, 일본은 트위터가 강세를 보이기 때문일까? 동남아시아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느꼈을까? 도시 총괄은 "한국의 커뮤니티 리더들에게 배울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인들의 삶은 동호회 등 커뮤니티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면서 "커뮤니티 커넥트에서도 강력한 에너지를 느꼈다. 그들은 페이스북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강력한 열정으로 무장했다"고 강조했다.

정량적인 측정이 아닌, 정성적인 측면으로 한국인의 커뮤니티 본능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도시 총괄은 "커뮤니티는 정성적인 측면으로 봐야 한다"면서 "의미있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고, 우리는 한국의 커뮤니티를 지원할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도시 총괄의 말대로 한국은 커뮤니티 역사가 길고 강하다. 덕분에 나쁘게 말하면 학연과 지연 등이 작동해 부작용을 일으키지만, 좋게 말하면 특유의 정(情)으로 설명되는 끈끈한 문화가 있다. 페이스북이 연결에서 커뮤니티로 방향을 선회한 이상, 아시아에서 한국을 찾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페이스북이 커뮤니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연결에 집중할 당시보다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시킬 수 있거나, SNS의 트렌드가 커뮤니티로 방점이 찍히고 있기 때문일까? 도시 총괄은 "우리가 왜 커뮤니티를 지향하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단순한 연결을 넘어 커뮤니티에 속하는 일종의 소속감을 느끼기를 바란다"면서 "커뮤니티는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민주주의다. 국민과 정부의 민주주의도 있지만 대중과 대중의 민주주의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시 총괄은 "커뮤니티는 페이스북의 사명이며, 우리는 커뮤니티를 지속가능하도록 키우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라고 판단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도시 총괄의 대답은 '커뮤니티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의 대답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커뮤니티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설명은 할 수 없다.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고, SNS 플랫폼을 제공해 스타트업의 발전을 도와주는 것이 페이스북의 목표라면, 페이스북은 기업이 아니라 공공재단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공공재단일까?

도시 총괄은 페이스북이라는 기업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단순히 돈을 위해 움직이는 기업이 아니다. 사람을 연결한다는 사명부터 현재의 커뮤니티로 이어지는 모든 행보의 기저에 '최고의 가치'를 배치한다. 외부인이 보기에는 선뜻 믿기 어렵지만, 공공의 목표를 위한 사명감을 중심에 두고 사업을 전개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이는 페이스북의 현명한 조직운영 모델로 설명할 수 있다. 돈을 바라지 않고 공공의 목표, 가슴이 뛰는 프로젝트를 중심에 두고 세계적인 사업을 전개한다는 믿음을 페이스북 구성원들에게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 총괄은 "우리도 광고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광고가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나는 페이스북에서 일하기 전 한 번도 일반회사에서 일하지 않았다. 파키스탄 회사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에서 일하거나 인도에서 커뮤니티를 돕는 일을 했다"면서 "연결을 넘어 커뮤니티로 발전하는 페이스북의 믿음이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시 총괄의 말을 종합하면 페이스북의 '본모습'에 조금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공익재단이 아닌 기업이지만 공공의 목표를 위해 움직이며 연결 이상의 커뮤니티를 지향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수익은 자동으로 축적되지만 이는 목표가 아닌 일종의 수단에 가깝다. 페이스북은 강력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며 커뮤니티라는 응집력 높은 집단을 내재화시키고, 이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로 구축된 새로운 ICT 민주주의, 페이스북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

자칫 패권주의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점조직으로 해석하면, 사람들이 모인 복잡한 커뮤니티는 응집력 있는 두터운 대집단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추구한다면 페이스북 ICT 왕국 생태계 확장을 위한 포석이 만들어 진다. 페이스북이 인터넷 오알지 프로젝트를 통해 아프리카 오지 국가에 인터넷을 보급하는 것은 공공의 목적에 가깝지만, 오지의 주민들이 페이스북을 일종의 인터넷 운영체제로 여기게 만들려는 전략이 깔려있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도시 총괄은 "그런 해석은 너무 나간 해석"이라면서 "우리는 커뮤니티의 힘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커뮤니티의 힘으로 SNS의 가치를 공공의 선과 맞추려는 의지다.

▲ 페이스북 커뮤니티 커넥트 행사에서 사람들이 오큘러스 고를 시연하고 있다. 출처=페이스북 코리아

커뮤니티는 성장할 수 있을까
페이스북은 커뮤니티를 어떻게 키워갈 생각일까? 도시 총괄은 "영향력 있는 커뮤니티 활동 아이디어를 제시한 리더를 최대 5명까지 지원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Residency Program)이 있다. 여기에서 선정되면 각각 100만달러를 제공받고 향후 1년 동안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펠로우쉽 프로그램(Fellowship Program)은 최대 100명의 커뮤니티 리더들을 선정해 각각 5만달러의 활동 지원금과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차원에서 커뮤니티를 키울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는 뜻.

도시 총괄은 커뮤니티 리더들에게 작업툴과 막강한 지원, 그리고 '내가 하고있는 이 일이 중요하다는 신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커뮤니티 리더라는 공식적인 직업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리더들이 미처 챙길 수 없는 틈을 메워주는 역할을 충실하게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구축하는 커뮤니티라고 온라인에만 기반을 둘 필요는 없다. 도시 총괄은 "오프라인 커뮤니티도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그들과 자주 만나 많이 배우며, 함께 할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페이스북은 초유의 정보유출논란을 겪으며 플랫폼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상태다. 사람들이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개인정보를 넘기며 활동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도시 총괄은 "우리는 커뮤니티를 비롯해 모든 서비스에서 개인정보보호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페이스북에 '나이지리아의 여인들'이라는 비밀그룹이 있다. 검색되지 않는 비밀그룹이며 현재 160만명의 여성들이 안심하고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 총괄에게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전략이 지향하는 최종 진화형을 물었다. 그는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할 생각"이라면서 "한국에서 열린 커뮤니티 커넥트 행사 당시 학생들이 단체로 참관하러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신나 그들과 직접 만나면서 현장을 즐겼다. 우리는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페이스북의 중요한 시장이며, 한국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커뮤니티는 기술의 혁신과 거리가 있는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는 촉수다"면서 "외부에서 많은 사람들, 커뮤니티와 만나고 페이스북으로 돌아가 이를 전파한다. 페이스북은 계속 변하고 있으며,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