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코스닥벤처펀드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수익률은 형편없다. 투자 기간이 짧은 만큼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최근 기업공개(IPO) 기업들의 공모 경쟁률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벤처펀드 출범 후 총 4개 기업이 기업공개(IPO)에 도전했다. 경쟁률은 1000대 1에 육박한다. 올해 1월 기술특례상장으로 관심을 모은 카페24도 700대 1 수준이었다. 희망공모가 밴드를 정하는 의미도 무색해진다. 4개 기업 중 2개는 밴드를 웃돌았으니 말이다.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격이 결정되면 그나마 싸게 산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최근 IPO 수요예측을 한 기업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급 대비 수요가 넘쳐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다.

메자닌(CB, BW 등) 시장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코스닥벤처펀드 출범(4월 5일) 후 지난 5월 23일까지 CB 발행 금액은 1조3312억원이다. 전년 동기 3078억원 대비 24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발행 건수도 47건에서 115건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문제는 표면금리가 ‘0%’로 발행되는 CB가 속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만큼 일반 회사채보다 금리가 낮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0%의 표면금리로 발행될 경우 투자 주체는 행사가보다 높은 시점에 ‘무조건’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노려야 한다. 심지어 전환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리픽싱 조항도 없어 투자 위험은 높아졌다.

‘권리’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셈이다. 향후 물량이 출회될 때 주가 변동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벤처펀드는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추진됐다. 그러나 그 취지와는 다르게 시장 변질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특히 메자닌 상품은 일반 주식 대비 발행이 쉽다. 기업 입장에서 선호할 수밖에 없는 자금조달 방법이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메자닌 상품 발행은 공모보다 사모 방법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올해 메자닌 발행 중 96.9%가 사모로 이뤄졌다. 사모 발행은 간편하지만 해당 상품의 정보가 시장에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측면은 긍정적이지만 시장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 그 왜곡을 부풀리고 있는 셈이다.

벤처펀드 출범 후 공모주와 메자닌 상품을 주관하는 증권사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높은 가격이 형성되고 거래규모가 증가할수록 수익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운용사는 울상이다. 수익률 확보가 어려운 것은 물론 손실 발생 시 투자자와의 분쟁도 걱정이다.

결정적인 문제는 벤처펀드에 가입한 금융소비자의 손실 가능성이다. 손실을 예상하고 펀드에 가입하는 사람은 없다. 한 펀드매니저는 “억지로 편입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선택이 아닌 의무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이 더 높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 정도면 투자자의 손실과 운용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예고된 것은 아닐까.

금융당국은 벤처펀드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데도 말이다.

금융소비자들은 벤처펀드에 3년 이상 투자해야 소득공제(한도 300만원)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시장에 누가 장기 자금을 묶으려 할까. 설령 장기투자를 한다 해도 향후 시장에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은 걸까.

금융당국이 늘 ‘탁상공론’ 지적을 받는 이유다. 금융업 종사자들은 “문제 발생 시 결국 우리 책임”이라며 불평만 한다. 모른 척 하는 게 아니라면 직무유기 혹은 무능이다. 실패를 반복하지 말고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견고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