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공유와 렌탈은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릅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이 소비의 방식인 공유경제를 비즈니스 모델로 구성해 사실상 온디맨드 플랫폼을 구축, O2O 사업을 전개한 장면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유와 렌탈의 경계가 대중적으로 흐려진 결정적인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공유는 유휴자원의 창출과 소비에 있어 주체와 객체의 존재차이가 없다면, 렌탈은 플랫폼을 중심에 두고 주체와 객체의 차이가 명확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만나는 공유경제 기업들도 실상은 렌탈사업을 온디맨드로 전개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애초부터 기업과 플랫폼이 존재하는데 공유의 개념이 완벽하게 성립하기는 어렵습니다. 잘못된 단어 선택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공유와 렌탈의 차이는 있습니다. 그러나 관점을 틀어 객체, 즉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자산을 필요할 때만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렌탈 플랫폼'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최근 SK의 행보는 의미있는 시사점을 남깁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26일 중국 상하이 포럼에 참석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최 회장은 축사를 통해 “세계는 지금 과학기술에 힘입어 갈등과 배고픔이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의 직전으로 보이지만 소득 양극화가 격심해지고 기초교육과 건강 서비스, 음식조차 제공받지 못하는 세계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기업들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사회적 가치와 함께 눈길을 끄는 아젠다는 공유 인프라 구축. 최 회장은 “컴퍼니(Company)는 어원이 라틴어로 ‘cum(함께) panis(빵)을 나누어 먹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보아오 포럼에서 강조했듯이, 인류의 더 나은 삶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대학과 정부, 기업이 부(富)와 자원, 경험들을 우리사회와 지속적으로 공유해 나가는 역할을 담당해 주길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 최태원 회장이 중국 상하이 포럼에 참석했다. 출처=SK

최 회장이 말하는 공유 인프라는 무엇일까?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포함되는 일종의 '각론'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공유렌탈 플랫폼을 SK의 주력으로 삼겠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볼 수 있습니다.

SK의 렌탈산업 선봉장은 SK네트웍스입니다. 우리가 흔히 체감하는 '빌려서 사용하는 개념'이며 최근 SK네트웍스의 렌탈산업은 사업 성장률 10%를 웃돌 정도로 호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 회장이 말하는 공유 인프라를 SK네트웍스의 렌탈산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최 회장의 SK가 보여주는 공유렌탈 서비스는 SK네트웍스가 가진 일반적인 렌탈산업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돌려 지난해 12월. SK이노베이션은 SK주유소 3600곳을 공유 인프라로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SK주유소가 보유한 주유기, 세차장, 유휴부지 등 눈에 보이는 유형 자산은 물론 사업구조, 마케팅 역량, 경영관리역량 등 무형 자산을 모두 국민에게 공유하며 아이디어를 얻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는 공유의 경계에서 일종의 통합 생태계를 노리는 ICT 기업의 전략과 닮았습니다. 구글이 오픈소스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창출한 것처럼, 이제 기업도 확보한 인프라를 공유하고 개방해 더 큰 사업의 기회를 창출하는 시대가 왔다는 뜻입니다.

▲ SK즈유소가 공유 인프라 프로젝트의 선봉이 되고 있다. 출처=SK주유소

기업에게는 표면으로는 복잡하고 난해하며, 다수의 플랫폼 개입에 따른 혼란이 걱정되는 한편 자산의 분산이 우려되는 모델입니다. 그러나 플랫폼을 올려 생태계를 창출하려면 문을 열어야 하며, 문으로 들어온 많은 객체들이 주체인 기업이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SK의 공유 인프라 프로젝트의 핵심입니다.

SK는 차량공유, 카셰어링 업체인 쏘카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통신사 SK텔레콤을 내세운 공유 인프라 확충 작업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31일에는 스마트폰을 렌탈하는 T클럽 서비스까지 출시했습니다. 공유와 렌탈의 플랫폼 전략이 모두 생태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SK의 전략은 오히려 '개방'에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개방은 필연0으로 외연 확장으로 이어지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