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초연결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도래와 함께 드론의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무선전파로 하늘을 날아가는 드론은 모든 것을 연결하려는 ICT 기업에게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게 만들며, 중력에 묶인 지상의 사용자 경험을 비약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드론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군사용으로 꾸준히 활용됐으며 공군의 미사일 폭격 연습 대상으로 쓰이다 조금씩 정찰기와 공격기 용도로 확장됐다.

최초 군사용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조금씩 민간의 영역에도 손을 뻗치는 중이다. 엔터테인먼트와 교육, 촬영, 배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존재감을 쌓아올리고 있다. 군사나 산업용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지만 민간에서는 중국이 대세다. 국내에도 진입한 중국의 DJI는 글로벌 시장의 70%를 점유했으며 지난해 약 37억1000만달러(약 4조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전체 드론 시장은 크게 확장될 전망이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전체 드론 시장은 228억2400만달러(24조6600억원)를 기록할 전망이며 민간 드론 시장만 92억5500만달러(10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방산업 전문 컨설팅 업체인 틸그룹은 2023년 전 세계 드론 시장의 규모가 125억4100만달러(13조5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영국의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20년 드론 활용으로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를 약1338억달러(150조원)로 추정했다.

드론, 어디까지 왔나

드론이 각광받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초연결의 사물인터넷 패러다임이 현존하는 모든 세상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상황에서 드론은 센서와 인공지능 등 다양한 미래발전 가능성의 결정체다.

지난 2월 성황리에 종료된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도 드론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인텔의 슈팅스타 드론이 개막식 상공을 날았던 것이 시작이다. 폐쇄형 프로펠러 쿼드콥터(Quadcopter with Encased Propellers)로 분류되는 슈팅스타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384×384×93㎜에 불과하며 회전직경은 6인치다. 최대 이륙 무게는 330g이며 최대 8분 비행이 가능하다. 최대 속도는 3m/s이다.

인텔 코리아에 따르면 LED 조명을 내부에 장착한 인텔 슈팅스타는 하늘 위를 비행하면서 40억가지가 넘는 색의 조합을 연출해낼 수 있다. 유연한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프레임으로 제작되었다는 설명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개막식 당시 라이팅쇼를 단 한 사람이 조작했다는 것이다. 테스트를 거치며 평창의 밤하늘을 불어오는 강풍에 견딜 수 있게 만들어졌고 시스템의 소프트웨어와 애니메이션 인터페이스를 통하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 만에 드론 라이트 쇼를 기획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폐막식에도 인텔의 슈팅스타가 날았다. 평창 상공에서 형형색색의 일러스트를 그려내는 한편 올림픽 마스코트인 백호 수호랑이 메인 스타디움 상공을 뛰어오고, 선수들을 응원하는 장면과 하트 모양을 그렸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에게 보내는 찬사와 사랑의 상징인 3차원 하트를 만들었다. 인텔 드론쇼 팀의 총괄 매니저인 나탈리 청은 “인텔 드론팀은 수호랑과 같은 도전정신과 열정을 갖고 있으며, 놀라운 경험을 실현하기 위해 한계를 밀어붙여왔다”면서 “인텔 드론쇼를 통해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안겨준 스포츠정신과 팀워크를 기념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우리의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는 것이 우리에겐 승리였다”고 강조했다.

왜 드론일까? 빛과 그림자

ICT 기업들이 드론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존은 일찌감치 드론을 활용해 상품을 배달하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아직 완전한 배송 인프라를 구축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ICT 기업과 비교하면 행보가 빠르다. 페이스북도 아퀼라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통신망을 연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구글도 프로젝트 룬을 통해 비슷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아마존처럼 상품 배송을 위해 드론을 활용하는 장면도 중요하지만, 초연결 그 자체에서 시작된 아퀼라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룬은 더욱 이색적이다.

페이스북은 올해 2월 프로젝트 인터넷 오알지의 핵심 아이템인 드론 아퀼라의 2차 비행에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아모스6 위성을 우주로 보내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성하려는 행보에 나섰다. 프로젝트 인터넷 오알지는 드론과 위성 등을 활용해 세계 곳곳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모든 인류가 인터넷을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으며, 페이스북은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아퀼라의 성공은 페이스북 라이트의 등장과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인터넷 인프라가 허술한 것에 착안, 최소한의 기능만 제공하는 페이스북 라이트를 출시했다. 주로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아퀼라와 페이스북 라이트를 비롯한 프로젝트 인터넷 오알지는 무엇을 의미할까?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인터넷 환경을 위한 공공재”라고 말하지만 이면에는 “페이스북 접근성을 높여 모든 사람의 연결을 자사의 생태계에 가둘 것”이라는 목적의식이 있다. 페이스북이 미래 소통의 플랫폼으로 가상과 증강현실을 자사 생태계에 녹이고 프로젝트 인터넷 오알지를 통해 오프라인 인터넷 인프라까지 페이스북의 색으로 채우겠다는 의지다.

ICT 기업들이 드론을 활용하려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핵심 키워드는 명확하다. 바로 ‘물리적 연결의 한계 극복’이다. 드론은 X축과 Y축으로 구성된 2D의 시대에서, Z축이 포함된 3D의 시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 ICT 업계의 중론이다. 드론을 통해 3D 공간을 확보하면서 초연결 사용자 경험을 보여줄 수 있다면, 스마트홈은 물론 스마트시티 전략도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

심지어 중국의 이항은 유인드론이라는 색다른 실험도 거듭하고 있다. 이항184는 AAV(Autonomus Aerial Vehicle), 즉 중단거리 자율 운항 항공기로 분류되며 모든 동력은 전기로 작동되고 이중화 설계 시스템으로 돌발사태에 대비한다. 최대 고도 500m에서 시속 100㎞의 속도로 비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버는 하늘을 나는 택시라는 콘셉트를 통해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결합, 새로운 형태의 유인드론 시장 개척에 나섰다. 플라잉 택시는 활주로 등이 필요 없으며 옥상이나 지상 시설에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 600m 상공을 최고 시속 320㎞로 비행할 수 있다. 우버는 2020년 플라잉 택시의 시범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2028년에는 실제 승객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인 우버 택시와 동일하게 모바일 앱을 통해 플라잉 택시를 부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드론이 ICT 업계에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출발점인 군사용은 물론, 산업용 드론 시장 규모는 민간용 시장 규모를 넘어선다. ICT 업계인 아마존과의 교집합이 발생하는 아마존은 물론, 일반 물류와 산업 전반에서 드론의 존재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재난용, 치안용 드론 기술력에 시선이 집중된다. 아슬아슬한 생사의 갈림길에서 하늘을 나는 드론이 일종의 생명줄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재난 치안 상황에서 사람의 한계를 보완할 드론 플랫폼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사고를 접수하면 드론은 출동인원보다 빨리 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재난에 대응하는 인원에게 제공하는 개념이다. 2대의 드론이 출동해 1대가 인근 교통상황을 파악해 구조차량의 신속한 접근을 지원한다면, 나머지 1대가 현장에서 후속대응을 지원하는 개념이다.

드론이 보여줄 미래는 무궁무진하지만, 초연결의 범위를 하늘로 확장하면서 필연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해킹 문제가 단적인 사례다. 자율주행차도 마찬가지지만 드론이 하늘에 떠 있는 상태에서 해킹 공격을 받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제14회 HDCON’(Hacking Defense Contest)가 열린 가운데, 드론 취약점을 주제로 하는 비공개 세션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일부 화이트 해커가 드론을 해킹하는 과정을 직접 시연해 보였다. 기본적인 시스템 인프라를 통해 간단하게 드론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민간 드론 시장의 강자 DJI도 해킹에 대한 전쟁에 나섰다. 지난해 7월 마더보드에 따르면 DJI는 드론의 펌웨어를 해킹하려는 일당과 싸우고 있으며, 지금도 소프트웨어 팜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최강의 방패를 만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