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재필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최근 논란을 겪고 있는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사)의 혈액백 구매사업에 대해 "혈액백 구매사업은 적법하다"는 적십자사의 주장과 배치되는 의견을 내놨다. 시민단체가 국회를 통해 요청한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에서 밝힌 의견이다. 식약처는 혈액백 규격 허가 주무부처다.

건강권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이하 건세)'는 28일 성명서를 통해 "혈액백 규격 허가 주무부처인 식약처에 확인한 결과 그동안 적십자사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답변을 내놨다"면서 "적십자사는 혈액백 계약을 즉시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믹리뷰는 적십자사가 지난 4월 녹십자MS(이하 녹십자)와 구매 계약을 체결한 100억원대 규모의 혈액백(혈액저장용기) 제품은 국내 의료제품 제조 기준인 미국 약전(USP)에 따라 제조되지 않은 '부적격' 제품이라고 보도했다.

이코노믹리뷰는 혈액백 내 혈액보존액 구성 성분인 포도당 투입량이 미국 약전에서 규정한 투입량(31.9g/ℓ)보다 많은 정황이 발견됐다는 점과 적십자사가 미국 약전이 규정한 수치(환원당 함량)를 '순수 포도당'으로 자의로 해석해 평가, 특정 업체(녹십자) 제품을 선정했음에도 적십자사는 자의적 해석의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식약처, "과당은 불순물 아냐"…포도당 결과값은 환원당 법으로 결정

이에 대해 적십자사는 그동안 "포도당은 혈액백 증기멸균 과정에서 일부(10%이하) 과당으로 변성된다"면서 "탈락 업체의 식약처 허가 시의 자료는 포도당과 과당을 합산(환원당 정량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적십자는 "적십자사는 입찰공고 내용과 같이 미국 약전(USP)에 따라 더 엄격하게 포도당값(HPLC법)만을 기준으로 적부 판정을 실시했다"면서 "과당은 불순물로 포도당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적십자사와 정반대 의견을 내놨다. 식약처는 답변서에서 "혈액백 중 포도당은 멸균과정에서 일부가 과당으로 이행하나, 포도당과 과당 모두 에너지 공급원이므로, 과당은 불순물로 판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포도당 정량 시에는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결과값으로 하는 것이 맞다"면서 "미국 약전 항응고액항의 포도당 정량법에서도 포도당과 과당을 모두 합한 환원당 총량으로 측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당은 불순물이어서 결과값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적십자사의 주장과 배치된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식약처는 또 혈액백 중 포도당 기준치 초과와 관련한 유효성과 세균 증식 등 수혈자의 안전성 우려 여부 관련해 "수혈자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혈액백은 허가된 기준대로 우수제조의약품관리기준(GMP)에 따라 제조돼야 한다"고 밝혔다. 

적십자사는 그동안 "적십자사 자체 기준이 '포도당 과다 투입'이므로 혈액제제 내 세균증식이 빨라져 위험할 수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어떠한 연구 및 입장 자료로도 확인된 바 없다"고 주장해왔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적십자사 해명은  거짓말…계약 파기해야"

식약처가 적십자사와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자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적십자사는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며 식약처가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건세는 적십자사의 자의적 기준이 녹십자와의 유착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세는 "적십자사는 자사의 자의적 기준을 2003년 7월부터 적용해왔다"면서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2003년부터 해당 업체와 본격적으로 유착해왔다는 이야기로 밖에는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건세는 "지금까지 이런 기준과 심사로 혈액백을 사용해왔다. 그동안 이로 인해 어떤 부작용과 문제가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수혈은 이미 환자인 상태의 사람들이 받기 때문에 각종 부작용이 병에 의한 것인지 이런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더 불안하다"고 강조했다.

건세는 "혈액백 문제는 오랫동안 외부 감시나 관리감독을 받지 않아 만들어진 적십자사의 결과물들"이라면서 "혈액백 계약을 파기하고 원점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적십자사는 그동안 언론과 시민단체의 질의에 새빨간 거짓말로 대응해왔다"면서  "만약 적십자사가 계약을 파기하지 않고 녹십자로부터 혈액백 납품을 강행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적십자사 측은 "현재 해당 부서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 중"이라며 "현 시점에선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