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아이를 찾습니다"

간혹 지하철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번화가에서 전단지를 들고 무수한 인파를 해치며 절규하는 이들이 있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이다. 경찰에 따르면 매년 수만명의 아동이 실종되고 있다. 2016년 기준 전국에서 1만9870건의 실종아동 신고가 접수됐으며, 장기 미아는 182명에 이른다.

실종아동 부모의 시계는 아이가 사라진 그 날 이후로 멈춰버린다. 생업을 접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실낱같은 희망으로 하루하루 버틸 뿐이다. 이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ICT 기술은 없을까?

▲ 매년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기억하세요, 반드시"

전문가들은 아이의 실종을 예방하기 위해 경찰에 지문 등의 인식정보를 미리 등록하라고 조언한다. 사전에 정보가 등록되지 않은 아이가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평균 86.6시간이지만, 등록이 되어있을 경우 평균 24분이기 때문이다. 실종 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4월 기준 경찰에 지문 등의 정보가 등록된 8세 미만의 아이는 48.2%에 불과하다. 지금, 등록해야 한다. 아이와 함께 가까운 경찰서로 방문하거나 안전드림앱 등으로 직접 신상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아이의 지문 등을 등록하지 않았는데 아이가 사라지면 즉시 경찰서로 달려가 아이의 유전자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아이의 머리카락 등을 통해 체취된 DNA를 통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정보를 분석, 다른 데이터베이스와 비교대조할 수 있다. 물론 112 신고는 필수며 평소 아이에게 부모의 연락처를 기억하게 만드는 등의 교육도 해야 한다.

아이가 유원지나 대형 쇼핑몰 등에서 사라졌다면 코드 아담을 발동할 수 있다. 1984년 미국 월마트 매장에서 유명 방송인던 존 월시의 아들 아담 월시가 실종된 후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코드 아담은 실종 아동을 찾을 수 있는 강력한 대비책이다. 국내에서는 2014년 도입됐으며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즉시, 현장 직원들은 출입구를 통제하며 실종아동 찾기에 전력한다.

▲ SK C&C가 인공지능으로 아이를 찾을 수 있는 솔루션을 베타오픈했다. 출처=SK C&C

ICT, 실종아동의 수퍼맨

실종아동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인프라가 마련됐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 순간 ICT 업계가 고민을 시작했다. "최첨단 기술로 아이를 잃은 부모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을까? 혹은, 비극을 미연에 방지할 수 없을까?"

13억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는 매년 수천명의 아이가 실종되고 있다. 아이를 찾기위해 많은 경찰력이 움직이는 가운데, 인도 정부는 최근 잃어버린 아이의 사진을 일반 시민과 공유할 수 있는 트랙 차일드 플랫폼을 개발했다. 트랙 차일드 플랫폼은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아이의 얼굴을 보여주는 한편, 각지에서 올라오는 제보 이미지와 비교분석하는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했다. 그 결과 운영 4일 만에 약 3000명의 아이들이 부모를 찾을 수 있었다. 트랙 차일드의 FRS 소프트웨어 기술력 덕분이다.

국내 SK C&C도 비슷한 기술을 공개했다. SK C&C는 14일 사람의 눈으로 보듯 얼굴과 객체를 완벽히 인식해 내는 ‘비전(Vision) AI’의 베타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비전 AI는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산업별·업종별 고객 누구나 쉽게 사이트에 접속해 이용 가능한 프로그램 집합인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서비스다. 얼굴 인식 API와 객체 인식 API로 구성됐다.

얼굴 인식 API를 활용하면 실종아동을 찾는 기술을 완성할 수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아이를 잃어버렸을 경우, 아이 사진 하나만으로도 CCTV 화면을 통해 아이의 현재 위치를 바로 찾아내고 이동 동선까지 확인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기업 보안이나 마케팅, 금융 서비스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통신사들은 네트워크 기술력을 바탕으로 드론을 활용한다. KT는 지난달 9일 화성시와 협력해 드론을 이용한 안전관제시스템 구축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경광등을 장착한 드론이 이륙한 후 100m 지점에서 고정익 변환으로 사각지대를 촬영했으며 저속(20Km/h) 영상을 지상으로 전송한 후 고속(70Km/h)로 이동해 고화질 영상을 지상 관제 요원에게 끊김없이 전송하는데 성공했다.

▲ KT와 화성시가 시민의 안전을 위한 드론 시연회를 열고 있다. 출처=KT

KT수도권강남고객본부장 안상근 전무는 “향후 KT의 미래융합ICT기술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차세대 드론 KT LTE/5G 스카이십(skyship)과 지능형 CCTV로 분류되는 KT 기가아이즈(GiGAeyes) 와 연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의 드론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탄생했으나, 당연히 실종아동 찾기에도 도입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24일 한화정밀기계와 협력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드론 비가시권 특별비행 자격을 획득했다. 조종자의 시야가 닿지않는 장소까지 드론이 날아가 실종자를 수색할 수 있다는 뜻이다. LG유플러스의 클라우드 드론 관제시스템 및 실시간 영상 전송 솔루션과 한화정밀기계의 드론 기체를 연동해 실종자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탐색 발견 구조하는 것으로 가시권 밖에서 드론을 컨트롤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3일 한화정밀기계와 함께 송파구청과 송파경찰서, 여주경찰서를 대상으로 비가시권 실시간 드론 원격제어를 통한 실종 아동찾기 시연도 성공적으로 시연했다.

▲ LG유플러스 관측팀이 실종자를 수색하는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출처=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권용훈 드론팀장은 “실종자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수색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드론의 비가시권 비행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드론을 활용하는 한편, 장애인과 아이를 위해 사물인터넷 기반 위치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키코를 개발했다. 보호자에게 아이의 위치를 알려주며 이동경로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 카카오키즈폰에는 아이의 이동상황을 살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출처=카카오

웨어러블 업계도 실종아동 찾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200만달러를 유치해 화제가 된 리니어블은 실종아동 방지 스마트 밴드를 판매하고 있다. 밴드를 착용한 아이의 거리를 추적할 수 있고, 30미터 이상 떨어지면 알람이 울린다. 카카오 키즈워치도 비슷한 기능을 제공한다.

▲ 웨어러블 업체 리니어블은 미아방지 스마트 밴드를 출시했다. 출처=리니어블

장기실종 아이를 위한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CCTV 이미지를 분석해 세월이 흘러 아이의 얼굴이 변해도 이를 감지할 수 있는 복합인지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선 수사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기술의 범위를 CCTV로 확장한 셈이다. 과기부는 이 사업을 위해 올해 164억원을 투입한다. 종합보안서비스 기업인 NSOK은 인공지능 무인점포 기술을 바탕으로 화재발생, 아동실종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는 기술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