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차공유 업체 디디추싱이 잠재적 투자자들과 나중에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을 협의하고 있다.      출처= chinadaily.com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에서 가장 높이 평가되는 비공개 기업들이 여러 차례 자금 조달을 경험한 후, 자금 조달에 비교적 자주 사용되지 않는 ‘전환 증권 발행’이라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5월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승차공유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은 뒤에 회사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에 대해 잠재적 투자자들과 협의 중이다. 디디가 이러한 방식으로 얼마나 많은 자금을 조달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회사는 최근 올 연말 기업공개(IPO)를 할 수 있도록 모든 절차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또 다른 스타트업 베이징 바이트댄스 테크놀리지(Beijing Bytedance Technology Co.)도 최근 사모 펀드 회사인 KKR에 3억달러를 전환 사채 방식으로 발행했다. 진르터우티아오(今日头条)라는 인기 있는 뉴스 모음 애플리케이션(앱)을 소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2017년 말 사모 라운드에서 기업 가치 220억달러(23조7000억원)로 평가됐다.

최근 기술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늘리는 것은 이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비즈니스를 확장하면서, 고객 확보와 경쟁 업체로부터의 방어를 위해 마케팅 등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함으로써 자금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전환 증권을 발행하면 회사는 기존 주식의 실질 가치를 떨어드리지 않고 자본을 늘릴 수 있으며, 매입자는 채권이 조만간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추가 이익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는 전환 증권은 일반적으로 초기 얼마 기간 동안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불하고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진 가격이나 가격 범위로 발행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된다. 전환 증권에 대한 연간 이자 지불도 전통적인 무담보 채권의 금리보다 몇 퍼센트 포인트 낮게 책정할 수 있다.

이전에 기업 공개 전에 전환 증권을 발매한 회사로는 중국 전자 상거래 거인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와 스웨덴의 음악 스트리밍 회사 스포티파이(Spotify Technology SA)가 있다. 알리바바는 2012년에 전환 증권을 발행했고, 투자자들은 실제로 2014년에 기업이 공개되면서 전환 증권을 알리바바의 IPO 가격으로 할인된 가격에 회사의 보통주로 교환할 권리를 받았다.

스포티파이도 기업 공개 2년 전인 2016년에 약 10억달러의 전환 사채를 투자자 그룹에게 발행했다. 텐센트 홀딩스가 지원하는 동남아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및 전자 상거래 회사인 ‘씨’(Sea Ltd.)도 지난해 뉴욕 증권 거래소에 공개하기 전에 전환 증권을 발행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채권 발행팀(ECM)의 아론 오 팀장은, 전환 사채를 발행하는 비공개 기업은 대개 12개월에서 18개월 이내에 최종 IPO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IPO가 실현되지 않으면, 전환 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채무 상환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

▲ 하루 1억 2000만명의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오늘의 헤드라인(Today's Headlines)'이라는 의미의 진르터우티아오는 최근의 비상장 주식 거래에서 350억 내지 400억달러(38조 내지 43조원)의 가치로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CNN 캡처

디디와 바이트댄스는 급성장하는 중국 인터넷 및 기술 스타트업의 새로운 물결을 주도하는 회사들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중국 전자 상거래를 지배하고 있는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도전하기도 한다. 이 두 스타트업은 최근 몇 년 동안 주식을 여러 차례 사모를 통해 자금을 모았다.

다우존스 벤처소스(Dow Jones VentureSource)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디디는 주식과 채권 발행을 통해 2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마지막 사모 라운드에서 기업 가치 560억달러(60조5000억원)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 회사는 IPO에서는 최소한 700억 내지 800억달러(76조 내지 87조원)로 평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새로운 자본 투입에 따라 얼마의 가치로 평가될지 아직 확실치 않지만, 최근의 비상장 주식 거래에서 350억 내지 400억달러(38조 내지 43조원)의 가치로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트댄스의 장이밍(張一鳴) CEO가 설립한 맞춤형 뉴스 앱인 진르터우티아오(今日头条)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뉴스 앱 중 하나로, 하루 1억2000만명의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오늘의 헤드라인(Today’s Headlines)’이라는 의미의 진르터우티아오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및 일반 뉴스를 모두 선별해서 인공지능을 사용해 사용자가 자주 보는 뉴스 내역을 분석하고 선호도에 따라 콘텐츠를 제공한다. 바이트댄스는 또 최근 인가를 얻고 있는 짧은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더우인(抖音, Douyin)도 운영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디디와 바이트댄스는 모두 최근 논쟁에 연루되어 있다. 디디는 지난 5월 11일, 한 운전자가 회사의 카풀 서비스를 사용한 21세 여성 승객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승차 공유 서비스 중 하나를 중지했다. 디디는 모든 운전자의 이력을 조회하고 고객 서비스를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트댄스는 지난 4월, 회사가 운영하는 유머 앱인 ‘네이한 두안지’(內涵段子, Neihan Duanzi)가 저속한 농담과 유행어 등, 음란한 콘텐츠를 호스팅한 이유로 중국 당국에 의해 폐쇄되었다. 중국 당국은 이 앱이 “깨끗한 온라인 시청각 환경”을 유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터우티아오도 국가 미디어 감시 당국이 ‘저속한’ 콘텐츠라고 판단함에 따라 중국 앱 스토어에서 잠정 삭제됐다. 당국의 이러한 조치로 장이밍 CEO는 “회사가 앞으로 내부 검열 인원을 더 늘리고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 하겠다”는 공개 사과를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