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최근 잇따라 발표한 일련의 완화 조치는 우선 명목상의 승리를 미국에 안겨주고 한편으로는 중국이 글로벌 무역에서의 팀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출처=웨이보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은 무역 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어떻게 협상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CNN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중국은 양보 의지를 분명하게 보였다. 자동차 수입에 대한 관세를 낮췄고 금융 시장도 외국 은행에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또 미국 자동차 제조 회사가 현지 파트너와 합작하지 않고도 중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두드러진 변화를 보이는 한편에도, 정작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중국은 확고한 입장을 끝까지 고수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포함해 기술을 장악하려는 계획은 여전히 추진하고 있고, 아시아, 아프리카와 유럽 지역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수년간의 영업권을 확보하고 지정학적 영향력을 구축했다.

반면, 트럼프는 무역 적자에만 초점을 맞추고있다. 경제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그런 고정 관념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세계 무대에서 여전히 거대한 생산자로 군림하고 있는 반면, 미국 경제는 국내 소비자 지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역 불균형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중국이 지난 주말에 약속한 농업과  에너지 수입 증가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긴 안목의 장기적 보장이 필요하다.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hicago Council on Global Affairs)의 필 레비 글로벌 경제 선임 연구원은 "현 상황은 중국이 미국의 비위를 맞추며 잘 달래고 있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재무부는 7월 1일자로 승용차 수입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할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이는 미국이 승리했다고 주장하게 만드는 화려한 움직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미국이 중국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데 반해 중국은 미국차에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그것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처럼 보이는가? 아니다. 어리석은 무역처럼 보인다! 그렇게 수 년 동안 계속 됐다!”고 썼다.

▲ “중국이 미국에 차를 수출하면 관세가 2.5%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면 관세가25%다. 그것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처럼 보이는가? 아니다. 어리석은 무역처럼 보인다 - 그렇게 수 년 동안 계속 됐다!”

중국은 자동차 수입 관세 인하를 약속했지만, 자동차 수입 관세 완화가 중국이 경제를 자유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최근에 취한 유일한 조치는 아니다.

중국 정부는 중국내 자동차 제조를 원하는 외국 자동차 메이커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약속했다. 제너럴모터스(GM)과 폭스바겐 같은 회사는 중국 회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지 파트너와 합작 투자를 해야 했다. 중국은 2022년까지 이 규칙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이라고 지난달 22일 밝혔다.

중국 정부는 또 은행, 증권, 보험 및 자산관리 시장에 대한 외국인 접근 제한을 완화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으며, 6월 말까지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 레비 연구원은, 이러한 변화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일시 미국을 달래는 효과와 더불어, 중국이 글로벌 무역의 팀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중국은 전기 자동차에서 5G 무선기술에 이르기까지 하이테크 분야를 장악하기위한 시도를 국가가 앞서 전 속력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제전략연구센터(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샘 색스 기술 정책 프로그램 선임 연구원은 “미국은 기술 정책에 대한 중국의 접근 방식을 바꾸지 못한다.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 조치에 따라 자기 정책을 결코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또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통해, 항구, 철도 및 기타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함으로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지배력을 키우기 위한 중국의 이러한 활동으로, 중국은 가까운 시일 안에 미국의 헤게모니에 대한 훨씬 더 큰 위협으로 등장할 수 있다.

중국은 트럼프가 두 가지 큰 문제, 즉 북한과 무역 적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정상 회담을 6월에 정상적으로 가질 수 있기를 원하고 있으며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기를 바란다고 분명히 밝혔다. 

게다가, 무역 불균형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유별난 강조는, 중국이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함으로써, 미국에 명목상 승리를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연 미국의 승리인지 회의적이다. 글로벌 저축 및 지출 패턴은 상당히 확고하게 자리 잡고있어 양자간 무역 적자가 단시일 안에 조정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선임 연구원이자 중국 경제 전문가인 니콜라스 라디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엄밀히 측정해 보면, 지금까지 (중국이) 발표한 프로그램만으로는 적자를 크게 줄이지 못할 것"이라면서 "다만 적자가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