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웹툰 생태계 공공의 적인 밤토끼 운영자가 경찰에 구속됐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3일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의 운영자 A씨를 구속했으며, 서버를 관리하거나 웹툰을 불법으로 게시한 종업원을 입건하는 한편 도주한 동업자를 대상으로 지명수배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경찰이 국내 웹툰 불법 사이트인 먹투맨의 운영자를 구속 기소한 후, '거물'인 밤토끼 운영자까지 구속하며 불법 웹툰 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밤토끼 운영자들은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유령법인을 설립한 후 한 오피스텔에 자체 시스템을 구축,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를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네이버와 다음, 레진코믹스 등의 웹툰을 불법으로 가져와 무료로 게시하며 도박 사이트 등으로부터 배너광고료를 챙겼고, 미국에 서버와 도메인을 두고 영업을 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이 지난해 1월부터 밤토끼를 통해 챙긴 돈만 10억원이 넘는다.

▲ 밤토끼 운영자가 경찰에 검거됐다. 출처=갈무리

먹투맨과 밤토끼 등 불법 웹툰 사이트는 국내 콘텐츠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해충'이라는 평가다. 엄연히 자본을 들여 만들어지는 웹툰을 불법으로 복사해 자기들의 사이트로 연결, 막대한 트래픽을 확보하는 한편 이를 통한 불법 배너광고까지 불사하기 때문이다. 자본의 투입과 콘텐츠 제작, 유통의 선순환 구조를 파고들어 생태계 자체를 붕괴시키는 이들이다.

특히 밤토끼는 네이버웹툰은 물론 다음웹툰 등 정식 포털 중심의 웹툰 플랫폼을 압도하는 트래픽을 자랑해 특히 문제가 됐다. 닐슨코리안클릭의 지난해 12월 기준 월 페이지뷰를 분석한 결과 밤토끼는 무려 1억3709만건으로 1억2981만건의 네이버를 제치기도 했다. 가짜와 불법의 온상이 정식 플랫폼을 누른 기형적인 현상이다. 미리보기 결제 등으로 웹툰 생태계를 키우던 이들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일각에서는 밤토끼 등이 웹툰 생태계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2000억원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네이버웹툰은 밤토끼 등으로부터 피해가 발생하자 적극적인 고소와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주력했다. 특히 프리미엄 웹툰 중심으로 플랫폼이 구축되어 많은 매니아를 확보한 다음 웹툰은 저작권보호TF를 구성해 2017년 초부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작가들의 동의를 받아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밤토끼 운영자를 고소했고 5월 COA(저작권해외진흥협회)에 가입해 불법 사이트 모니터링, 삭제 처리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문제는 다음이다. 밤토끼 운영자는 구속됐지만 제2의 밤토끼와 같은 해충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웹툰 업계 관계자는 "밤토끼 등 불법 웹툰 사이트 운영자들의 검거가 어려웠던 이유는, 이들이 해외에 서버를 구축하는 등의 편법을 통해 생태계의 헛점을 노렸기 때문"이라면서 "이용자들이 불법 웹툰 사이트를 당연하게 찾아가는 문화를 고치는 한편, 수사 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