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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개편안, '강대강' 대결…투표따른 득과 실은순환출자 해소하려는 현대차 vs 이익만 챙기려는 투기자본
장영성 기자  |  runforrest@econovill.com  |  승인 2018.05.18  14:03:11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강 대 강' 대결 양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외국인 지분이 절반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국외 투자자문사들이 반대하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하는 찬성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을 두고 엇갈린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개편안이 통과되면 주주가치가 상승할 수 있고 부결을 막기위해 새로운 개편안을 현대차 그룹이 제시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반면 자문사들의 의견에 따라 투자자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을 것이라면서 투기자본에 의한 기업 손실이 불가피 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그룹 사옥. 사진=뉴시스

지난 17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현대차 지배구조개편안에 대해 찬성입장을 밝혔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공시를 통해 “회사가 제시한 지배구조 변경안이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것이란 점에서 찬성한다“며 “더 나은 지배구조를 제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또 “분할 비율도 기존 주주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합병도 동등한 가치 평가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분할·합병안은 중장기적으로 현대차 그룹의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했다.

주총 반대 의견을 가장 많이 내 소신 있는 운용사로 알려진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이번 발표가 오는 29일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국내외 주주 및 기관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현대모비스 지분 0.09%(8만6375주)와 현대글로비스 0.19%(7만503주)를 갖고 있다.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개편안 반대 입장을 내놨다.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가치평가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아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ISS는 “거래조건이 한국법을 완전히 준수하고는 있으나,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한 개편안이다”라고 평가했다. 두 자문사 이외에 국내에선 서스틴베스트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모두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에 대해 반대했다.

국내 산업정책연구 관계자는 “합병 예정인 모듈과 AS부품 사업군은 모두 현대차가 하던 것을 오너 일가가 지배권 확보를 위해 밖으로 빼낸 것들”이라면서 “모비스의 모듈, AS부품을 글로비스가 넘겨받는다면 회사는 두 배 이상으로 커진다. 글로비스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정씨 부자는 이런 사업재편에서 최대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둘이 합병된 글로비스 매출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볼 때 원칙적으로 보면 삼성의 에버랜드-삼성SDS, 그리고 삼성물산 합병 과정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경영권 승계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간 분할합병안. 자료=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개편안, 회사입장에선 최선책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을 두고 입장차를 보인다. 엘리엇이 제시하는 개편안을 받아들여 주주가치 상승을 꾀해야 한다는 의견과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이번 개편안이 최선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이의섭 메릴린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개편안이 시작하면 현대모비스 세전이익 54%는 분할부문으로 이전된다. 이를 감안할때 합병비율이 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게 설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일부에서 존속법인의 투자자산 가치를 저평가하는 오류를 시장에서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는 지난해 비정상적인 실적을 냈다는 점을 감안해야한다”면서 “미국과 중국내 판매부진과 현대모비스 종속사인 현대IHL의 회계오류 일시 반영분 1200억원, 현대차 지분법 이익 감소 등을 고려하면 올해 실적 개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현대모비스가 존속 모비스와 글로비스 주식을 갖게 되면 기존 주가 대비 20% 이상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오너일가 입장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활개를 치는 것이 스트레스일 수 있다”라면서도 “다만 그것이 일반 주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의 개선책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고, 현대차그룹 기업가치가 올라간다고 본다면 엘리엇의 겨냥이 부정적으로 판단하긴 어렵다. 엘리엇이 제시한 개편안은 오너 중심의 수익성을 채워오면서 미간을 찌푸리게 했던 구시대적 경영 방식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개편안이 부결되면 현대글로비스가 핵심적인 역할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는 오너일가에게 필요한 사안”이라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글로비스의 활용가치가 매우 크고 현대글로비스의 계열사 의존도를 낮추라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앞으로 글로비스는 지배구조 개편안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연구원은 “이를 고려할 때 지배구조 변경 적기인 올해 안에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 현대모비스 지분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주주의 이득 vs 사회적 책임

오는 29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현대차와 엘리엇은 개편안을 두고 표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 일부 사업군을 떼어내 글로비스에 합병시키는 개편안을 진행하려면 우군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할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의결권이 있는 주주가 3분의 1이상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대차에 우호적인 지분은 기아차와 현대제철 등을 포함해 30%를 넘어선다. 반면 외국계 자문사의 의견에 영향을 받는 외국인 지분율은 48%에 달한다. 주총 참석률을 75%로 가정했을 때 현대차그룹은 50%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국인들이 반대표에 몰리면 개편안 통과는 무산된다.

개편안이 부결 되면 현대차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기자본의 공격이 국내 기업에 손실만을 안 긴 전례가 있다. 1999년 타이거펀드와 SK텔레콤,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의 SK 공격, 2003년 헤르메스와 삼성물산, 2005년 칼 아이칸과 KT&G 이슈 등으로 글로벌 투기자본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겨갔다. 이들 국내 기업들은 투기자본의 공격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개편안이 통과되면 현대차는 순환출자 해소를 마무리 지으며 현대차그룹의 4개 순환출자고리는 완전히 해소된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수직적 출자구조를 확립하게 된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일치한다는 점, 투명한 소유구조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현대차의 이번 개편안 통과는 필수 불가결한 사안이다.

결국 캐스팅보트는 2대 주주로 9.8%를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쥐게 됐다. 국민연금은 찬반여부를 외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순환출자와 일감 몰아주기 해소 등 재벌 개혁이라는 명분에 손을 들어 줄 수 있지만, 국내외 자문사들의 반대의견도 부담인 상태다.

자본시장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미지수다”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결과 여부를 막론하고 기업 경영권에 대한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내 기업의 투기세력으로부터 경영권 방어장치는 취약한 상태”라면서 “비교적 빠른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주식발행으로 조달한 덕에 이번 사태까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대기업들은 투기자본 세력에 휘둘려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는 커녕 순환출자 해소에 수십조씩 낭비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경영권마저 불안해지면 국내 기업에 투자할 외국인 세력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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