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HR 메가트렌드> 천성현 지음, 가디언 펴냄

 

이 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기업 HR(인적자원 관리) 분야의 메가트렌트를 총정리하고 있다. 핵심인재의 채용부터 교육, 적응, 평가, 보상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HR의 혁명적 변화와 유효한 대응법이 제시돼 있다. 그중 일부 내용을 소개한다.

◆성과주의 인사 패러다임의 종말=“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들을 1에서 5까지 순위 매기는 평가시스템을 폐지합니다. '순위평가'는 직원들 사이에 불건전한 경쟁을 초래해 팀워크를 해치기 때문입니다.” 2013년 11월 스티브 발머 당시 MS CEO가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렇게 밝혔다.

그러자, 조직을 냉혹하게 관리해온 잭 웰치 전 GE 회장이 신문기고를 통해 반박하고 나섰다. “직원 간에 순위를 매기면 팀워크를 해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팀워크를 평가 기준에 반영하고 보상을 해줘라. 팀워크가 좋아질 것이다. 내가 보장한다.”

하지만, GE도 2년 뒤인 2015년 8월 ‘10% 룰(Rule)’을 폐지한다고 선언했다. ‘10% 룰’은 잭 웰치가 1981년 도입한 30여년 된 '상대평가' 제도로, 전 직원을 3등급으로 나눠 상위 20%에게는 성과급과 승진 기회를 주고 중간등급 70%는 격려하며 하위 10%에게는 퇴출을 권고한다. GE는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연간 단 한 차례 하던 인사평가를 상시평가로 바꿨다. 모바일 앱을 만들어 상사와 직원이 업무진도와 실적에 관해 수시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성과관리 시스템을 혁신했다.

2016년 잭 웰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도입했던 상대평가제는 이제 더는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스티브 발머와 잭 웰치라는 세계 경영계의 두 거물이 맞붙은 인사평가 논쟁은 잭 웰치의 판정패로 끝났다. 이것은 테일러가 100여 년 전 창안한 성과주의 인사 패러다임의 종말을 고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일하는 방식과 사업형태가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혁신 시대에는 개인별로 성과목표를 부여하고 평가등급을 산출하는 종전의 관리제도로는 새로운 융복합을 도모하기 어렵다. 특히 전 직원을 ‘순위 매기기(Stack Ranking)’하여 평가하는 ‘상대평가’ 방식은 지나친 경쟁을 유도하고, 동료·부서 간 협업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된다.

MS는 연간 2회 ‘커넥트 미팅’이라는 평가면담제도를 도입해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그간의 업적평가를 놓고 서로 상의해 결론을 낸다. 어도비는 상대평가를 폐지하면서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자율적으로 코칭결과를 정리해 평가하도록 했다. LG전자와 두산그룹도 상대평가 대신 일정비율의 우수직원에게만 S등급을 부여하거나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 합의해 등급을 결정하고 있다.

◆업무효율성 높이는 세 가지 방법=인적 자본 생산성(인당 매출)은 비용과 자본을 투입해 얻은 매출(원가 대비 매출, 투하자본 대비 매출)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성 증가를 보인다. 인텔사는 노트북을 업무에 활용한 후 생산성이 연간 100시간 높아졌다. 업무효율이 오르면서 현장의 업무시간이 그만큼 단축됐다.

이처럼 업무효율을 개선하려면 첫째, 업무목표를 명확히 하여 불필요한 낭비업무를 버려야 한다. 둘째, 소통하고 협업해야 한다. P&G가 감자칩 프링글스에 기념문구를 인쇄해 차별화하려고 할 때 사내 연구소가 난색을 표하자 외부업체의 도움을 받았다. 성과창출을 위해 회사 안팎으로 협업의 범위를 넓혔다. MS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려면 여러 서비스가 어우러져야 한다고 판단해 엔지니어링, 마케팅, 재무 등을 한 팀에 뒀다. 스티브 발머가 ‘원(ONE) 마이크로소프트’라고 명명한 조직이다. 셋째, 스마트한 환경이 필요하다. 한국IBM의 경우 모바일 오피스를 중심으로 사무환경을 혁신한 결과 사무공간의 40%, 시설장비투자 100억원 정도를 절감했고, 직원 생산성이 74% 향상됐다.

◆재택근무·원격근무 폐지=한동안 이메일·문자·SNS·화상통화 등 다양한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원격 근무 붐이 일었다. 직원들은 이동시간을 아끼고, 기업 입장에서는 사무공간을 줄여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재택근무·원격근무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갈수록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문제해결에는 융합기술과 다기능적 대응이 필수라는 판단에 따라 신속한 소통과 협업이 가능한 대면근무 체제로 전환하는 추세다. 2013년 1월 야후는 원격근무를 전격 폐지했다. HP도 대면근무 위주로 정책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