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드루킹 사태로 촉발된 포털 댓글 여론조작 사건이 벌어지며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포털 사이트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제2의 드루킹을 막을 수 있나?’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박대출, 민경욱, 송희경, 김성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주최로 열렸다.

▲ 포털사이트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네이버와 다음은 뒤틀린 ‘관문’?

드루킹 사태가 지방선거 정국과 맞물리며 여야의 특검법 합의까지 이뤄진 가운데, 네이버는 모바일 첫 화면에 뉴스 콘텐츠를 빼겠다고 발표했다. 경쟁사인 카카오의 다음은 첫 화면에 뉴스 콘텐츠와 기타 콘텐츠를 인링크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경찰은 다음과 네이트에 압수수색을 했으며 포털 여론 조작 후폭풍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드루킹 사태의 여진이 이어지는 상태에서 ‘포털의 문제부터 여론 조작의 모든 것, 나아가 정치 여론의 변화’까지 짚어보자는 취지다.

포털에 날을 세우고 있는 자유한국당 주도 토론회이기 때문에 네이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박대출 의원은 개회사에서 “국내 독자들은 대부분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한다”면서 “어떻게 하면 제2의 드루킹을 막을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경욱 의원은 “네이버를 필두로 하는 포털은 사실상의 편집권을 행사하고,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언론과 여론을 왜곡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면서 “여론과 정치권의 요구에 마지못해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민 의원은 “기자들의 취재활동은 피와 땀의 결과물”이라면서 “기자 한 명 없는 네이버가 취재활동의 결과물을 독점하는 것은 비양심적이며, 이는 기자들이 용납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태 의원은 “네이버의 투명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언론을 지배하는 네이버가 자의적 뉴스 편집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으나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김 의원은 “네이버에 집중된 과도한 권한이 문제”라면서 “국민의 알 권리가 조작되는 일은 벌어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털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ICT 뉴 노멀법을 발의한 상태다.

송희경 의원은 “포털은 관문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뒤틀린 관문에 불과하다”면서 “네이버가 대책을 내놨지만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신상진 의원은 “제2의 드루킹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더불어민주당도 재미만 보지 말고, 잘못된 제도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개회사 내용은 제2의 드루킹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대전제를 세운 후, 네이버의 플랫폼 공공성을 비판하는 쪽으로 화력이 집중됐다. 이어 배후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으며 청와대와 여당을 겨냥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알권리 등을 내세우며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피력하는 한편, 네이버와 언론사 기자들의 대립관계도 선명하게 대비시켰다.

발제에 나선 고인석 부천대학교 법대교수는 “네이버와 다음은 심각한 독과점 현상을 보여준다”면서 “지난해 12월 기준 네이버는 4200만명의 회원, 하루 방문자만 3000만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국내 정보검색 점유율은 87.29%며 다음이 10.79%다.

포털이 뉴스 편집과 임의적 기사배열 등으로 언론 기능을 막강하게 행사하는 한편, 의제설정능력을 가졌다는 점도 부각됐다. 고 교수는 “네이버는 KBS보다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뉴스 편집권을 적극 행사하며 여론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5월 초 공개된 인공지능 뉴스 배열에 대해서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가짜뉴스를 거르는 일은 인공지능보다 사람이 더 잘한다는 논리다.

포털 댓글 조작의 다양한 사례를 들어 문제점을 지적했다. 고 교수는 “포털 뉴스 댓글이 마냥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실시간 검색어 조작, 포털 뉴스 조작 등은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지적했다. 포털에서 벌어지는 여론조작이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포털의 자율규제와 최근의 드루킹 사태, 관련 대책 등을 거론하며 “포털을 규제하기 위한 입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율규제의 길을 열어놓은 후, 필요하다면 가칭 포털법 등의 입법규제로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포털사이트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4차 산업혁명의 걸림돌, 네이버?

김진욱 변호사는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걸림돌이 네이버”라면서 “네이버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탈취하고, 혁신도 없이 논란만 일고있는 뉴스 서비스에만 집중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변호사는 “네이버가 만약 드루킹 사태와 같은 조작 사건을 알고 있었다면, 자유경제시장의 구도를 부정하는 셈”이라면서 “특검이 밝혀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김 변호사는 “네이버는 인공지능으로 뉴스 편집을 한다고 말하지만, 인공지능도 사람이 설계하는 것”이라면서 “네이버는 뉴스 장사, 댓글 장사를 하겠다는 생각을 접고 뉴스 사업에서 철수하는 한편, 새로운 사업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네이버 뉴스편집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경환 변호사는 “네이버는 사기업”이라면서 “뉴스는 공익을 위한 것이며, 모든 문제의 출발은 네이버가 공익을 위한 아이템으로 사익을 추구하며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플랫폼 공공성을 위한 다양한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이 변호사는 “사기업인 네이버가 이윤을 추구하면서, 공익 사업을 아우르자 각종 위원회를 의도적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면서 “각종 위원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자문회의는 졸속으로 운영됐으며, 현실적인 한계가 명백했다.

이 변호사의 네이버 때리기는 계속됐다. 이 변호사는 “네이버는 매크로 탐지를 감지하고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네이버가 논란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며, 네이버도 드루킹의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윤영찬 청와대 수석과 네이버의 유착을 의심하기도 했다.

나아가 “지난해 대선 후 네이버에서 선거보도백서를 낼 당시, 이를 주도한 사람은 네이버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는 폭로도 나왔다. 이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정부의 엄격한 규제가 이뤄지거나, 네이버가 공익적 아이템을 포기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네이버가 뉴스 사업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우현 한국신문협회 전략기획부장은 “포털과 관련된 조작 사건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면서 “포털의 자율규제는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국가가 개입해 포털 뉴스 아웃링크가 강제되어야 한다”면서 “포털은 민감한 영업비밀은 제외하고 순수한 저널리즘 차원의 뉴스 편집 알고리즘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기반 뉴스 편집 알고리즘 기술의 개발 필요성도 강조했다.

아웃링크 찬성 언론사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 부장은 “네이버가 5월 초 아웃링크에 찬성하는 언론사가 단 1곳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등 포털이 뉴스 콘텐츠로 어느 정도의 금전적인 이득을 보는지 명확한 측정을 해보자는 제안도 나왔다. 정 부장은 “포털에서는 뉴스 콘텐츠로 벌어들이는 금전적인 이득이 낮다고 주장하는데, 이를 명확히 밝혀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동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포털은 모든 영역에서 개인을 수동적으로 만드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만큼, 그 책임에 대해서는 제도권에서 명확히 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털 뉴스 아웃링크가 필요하다는 뜻도 밝혔다.

강지연 한국당 수석전문위원은 “포털 뉴스 아웃링크는 물론, 네이버 랭킹뉴스 전체를 재고해야 한다”면서 “뉴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추기며 여론 왜곡 현상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은 “진보 정권 당시 성장한 포털이 현재 진보 세력의 확성기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네이버 모바일 화면의 추천 채널 43개 중 미디어오늘, 프레시안 등 좌편향 매체가 무려 4개가 있다. 보수 매체는 데일리안만 유일하게 있고, 강력한 보수 매체인 뉴데일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강 위원은 또 “네이버가 직업이 자유한국당 반대하는 매체, 단체로만 채우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납득할 수 없지만 짐작은 간다. 현재 네이버 뉴스 편집 구성원들이 편향되어 있다. 이들은 30대 초반에 집중되어 있으며 세대적으로 다소 편향되어 있다”는 신선한 비판의식을 보여줬다. 강 위원은 현장에서 직접 네이버 모바일 화면을 보여주며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기사를 예로 들어 “이 전 대통령 부관참시하는 기사가 올라와 있다”있다고 말하는 한편, 노컷뉴스가 쓴 강남역 살인사건 기사를 보여주며 “단 한 번도 한국당을 응원하지 않았던 노컷뉴스가 쓴 기사는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에서 극히 일부의 의견만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에 원윤식 네이버 정책담당 상무는 “네이버를 둘러싼 논란이 송구하다”면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아웃링크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랭킹뉴스 폐지 촉구에 대해서는 원 상무는 “상부에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기자협회와 공동으로 뉴스 콘텐츠로 인한 포털의 금전적 이득 측정에 대해서도  원 상무는 “내부에서 검토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드루킹 등의 매크로 사전 인지를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