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북한이 16일로 예정된 남북고위급 회담을 한미연례 군사훈련 '맥스썬더'를 이유로 무기 연기했다. 지난해 4월에 열린 맥스썬더 훈련 때는 북한은 원산에서 대규모 실사격 훈련으로 대응했지만 이번에는 고위급 회담 무기 연기로 대응한 것이다. 북한은 한미 양국이 합동훈련을 할 때마다 골머리를 앓았다. 대을 하자니 유류비 등 막대한 비용이 들고 안 하지니 한미양국의 기습침공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번에 미북정상회담 제안으로 화해의 판을 만들었지만 한미 양국이 코앞에서 공중전 훈련을 벌이니 앓는 이가 빠진 게 아니라 더 아픈 형국이다. 이번 훈련에 참가하는 한미 양국의 공군기는 100여대로 북한군이 보유한 최첨단 전투기 40여대로는 맞서기 어려운 압도적이고 막강한 전력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전질 수 있는 수단이 이것 말고 무엇이 있을까?

북의 몽니? 두려움? 남북고위급회담 무기 연기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 당국과 미국은 역사적인 4·27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대규모의 연합공중훈련을 벌려 놓음으로써 지금까지 우리가 보여준 평화 애호적인 모든 노력과 선의에 무례무도한 도발로 대답해 나섰으며 선언 이행을 바라는 온 겨레와 국제사회에 커다란 우려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주동적이며 아량있는 노력과 조치에 의해 마련된 북남관계 개선과 조미대화 국면이 이번 전쟁연습과 같은 불장난 소동을 때도 시도 없이 벌려놓아도 된다는 면죄부라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현재 한반도 안보 상황과는 무관하게 미북정상회담 계획 이전부터 계획된 훈련”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고위급 회담 무기 연기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우선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천명한 판문점 선언을 실행하기 위해 북한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까지 공개하겠다며 화해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데,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투기를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시키는 데 불만을 품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다른 하나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선잡기를 위한 신경전이란 것이다. 북한의 해석과 무관하게 고위급 회담의 무기 연기로 한반도의 화해기류도 일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 나란히 비행하는 미공군의 F-22 랩터.출처=록히드마틴 홈페이지
 
F-22 등 한미 양국 최첨단 항공기 100여대 집결
 
이는 한미 연례 군사훈련인 맥스썬더를 겨냥한 것임은 불문가지다.  맥스썬더는 한국 공군작전사령부와 주한 미 7공군 사령부가 주관하는 훈련으로 2주간 진행되는 연례 합동 군사훈련으로 지난해에는 4월12일부터 2주간 계속됐다. 올해는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회담을 위해 5월로 연기됐다. 11일부터 25일까지 계속된다.
 
맥스썬더 훈련에는 미국 측에서는 미국의 최강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8대, F-16, 한국측에서는 주력 전투기 F-15K 전투기 등 양국 공군의  100여대 항공기가 참가한다. 지난해 훈련 때는 미군의 F-16과 해병대의 해리어 전투기가 참가했을 뿐 F-22는 참가하지 않았다.

 

▲ 한국 항공기 현황.출처=CSIS 한반도 군비현대화 추세 2016

F-22 전투기가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22는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급인 화성-15형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위해 6대가 한국에 온 적이 있다. 

F-22는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평가받는다. 1997년부터 배치된 스텔스 전투기다.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아 북한의 조밀한 레이더망을 뚫고 핵과 미사일 기지 등 핵심 시설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길이 18.92m, 날개 너비 13.56m, 높이 5.08m로 대형 기체를 자랑한다. 자체 중량 19.7t, 연료와 무기를 탑재한 최대 이륙중량은 38t에 이른다. 강력한 엔진 덕분에 최고 속도가 마하 2.5로 알려져 있다. 후방연소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음속 이상의 속도를 내는 수퍼크르주 기능을 갖추고 있다.

작전 반경은 852km, 외부연료 탱크 2개 사용시 최대 2960km에 이른다. 항속거리는 3220km다. 무장은 임무에 따라 다르다. 공대공 미사일과 450kg짜리 JDAM 등을 기체 내부 무장창에 장착한다. 레이더는 넓이 1제곱미터를 400km 이상의 거리에서 발겨느 추적할 수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랩터는 레이더에 추적 당하지 않은 채 한반도 전역에서 작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생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F-22에 대해 "스텔스, 속도, 민첩성고 전장 인지능력, 장러기 공대공, 공대지 무기와 결합한 세계 최강의 제공 전투기"고 자평한다.

북한 지도부의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은 직극히 당연하다고 하겠다.   

북한 더 부담스런 것은 이번에 최대 8대가 훈련에 참가했지만 미국은 총 187대를 배치했고 20년간 운용해왔다는 사실이다. 첫 배치 이후 수많은 개량이 이뤄졌을 것으로 짐작되는 만큼 북한의 낙후된 레이더와 미사일로는 F-22를 탐지, 추적, 요격 혹은 격파가 쉽지 않다.

▲ B-52 폭격기.출처=미공군

참가가 점쳐진 B-52 장거리 폭격기는 이번 훈련에는 아직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B-52는 32t의 각종 무기를 탑재하고 장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폭격기다.

북, 미그 29기 등, 한미 공군에 새발의 피 수준 전력 보유

북한도  공군과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그 29기 등 다종다양한 전투기와 폭격기를 보유하고 있다.  수의 측면에서 북한은 남한에 비해 월등히 많은 기체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낡고 노후한 기체가 많다는 점이다. 싱크탱크인 CSIS에 따르면, 전투임무기는 2014년 기준으로 남한이 400대,북한이 820대다.

▲ 북한 항공이 보유 추이.출처=CSIS 한반도 군비 현대화 추세 2016

그렇지만 최신 전투기라고 해봐야 1990년대 도입한 미그 29기 40여대여서 한국의 주력전투기 F-16 160여대는 물론 F-15K 59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경제난에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최신 첨단 항공기 도입을 하지 못한 결과다. 유류난으로 전투기 조종사들의 훈련도 거의 하지 못한다.

사정이 이런 만큼 미국 본토에서 날아오는 F-22, 주일 기지에 주둔시키고 있는 F-35는 말할 필요가 없다. 한미 공군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공중조기경보기가 원거리에서 탐지하고 스텔스기나 재래식 전투기가 고속으로 날아가 중장거리 미사일을 쏠 경우 속수무책이다. 이러니 북한이 느끼는 위협은 당연하다. F-22는 제공권을 장악하고 북한 전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북한 전투기들이 요격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