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해빙 기류가 이어지면서 일부 제품의 중국 수출이 늘고 한국땅을 밟는 중국인 관광객 수도 늘고 있다. 중국 내 한국 분유 등 일부 제품의 수출이 늘어나고, 한국에서는 중국 관광객들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좋은 예이다. 업계는 지난해 중국의 반한감정이 절정이었기 때문에 그와 비교해 오른 것처럼 보이는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체감할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개별 관광객이 많아지는 최근 추세에 맞춰  관광객을 유치하는 한편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월~3월)의 대중국 수출액은 546억달러(약 58조4300여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다. 지난해 대중 수출은 6.8% 늘어난 데 이어 탄력이 붇는 모습이다. 2014년과 2015년 수출이 감소한 것과 확연한 차이가 난다. 

▲ 중국 수출액 추이.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실제로 생활뷰티기업 애경산업의 우리나라 최초 주방세제 '트리오'가  올해 중국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 성장했다. 트리오의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성장률은 11%로 이와 비교하면 올해 큰 폭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지난해 사드로 주춤했기 때문에 올해 더 성장률이 커보인다"면서 "2016년과 비교하면 11%대의 평균의 성장이지만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사드 보복 조치로 한풀 꺾인 우리나라 분유의 중국 수출도 올 들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3월 한국산 조제분유 수출액은 742만8856달러(약 792억9961만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최대 분유 수출국인 중국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대중국 수출은 올들어 1월 177만7740달러(약 19억4812원)까지 급락했다가 3월 529만2867달러(56억5701만원)로 급증했다. 지난해 3월에 비해 128% 늘어났다. 

▲ 대중국 분유 수출량 추이. 출처=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국내 생산업체 중 하나인 남양유업은 1분기 대중국 분유 수출량이 56% 증가했다. 매일유업도 지난해 보다 100억원 이상 수출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등록된 ‘아기사랑 수’가 매출을 견인했다“면서 ”올 상반기까지 다른 3개 분유 제품도 추가 등록을 마치고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영유아 조제분유 제품배합 등록관리법(일명 신제조 분유법)’을 신설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산 제품이 진출 기회가 더 커질 수도 있지만 중국인들의 자국 제품의 신뢰도가 높아져 수요가 높아진다면 그저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한중 관계 해빙 기류는 포착된다.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 관광객은 40만3000명으로 지난해 보다 11.8% 늘었다.

이들의 소비지출도 증가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CU의 올해 1분기 중국 은련카드, 알리페이 결제 건수가 전년 대비 73.5% 증가했다. 특히 사드 해빙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3월엔 247%나 크게 늘었다. 중국 정부가 경제 보복 조치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이후 4월의 결제 건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516.1%나 급증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랄라블라(구 왓슨스)도 중국 관광객의 매출이 늘었다. GS리테일이 4월부터 5월 7일까지 랄라블라의 은련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간 대비 37% 증가했다. 특히 4월 27일부터 5월 3일 중국의 노동절 연휴간의 은련카드 매출이 57%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단체 중국인이 많이 찾는 상권인 명동의 랄라블라 매장의 매출은 33% 증가했다. 개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홍대와 동대문의 랄라블라 매장의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34%, 241% 증가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보다 개별 관광객의 한국 방문의 증가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 서울 명동에 있는 롯데면세점에서 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2016년 개별관광객 실태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6년 우리나라를 중국인 관광객의 56%가 개별관광객이었다. 2016년은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 관광을 규제하기 전이라 이 결과가 더욱 의미가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버스를 타고 우르르 몰려다니며 여행사에 모든 일정을 맡기고 가이드의 깃발만 따라다니는 관광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는 중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터넷에서 여행 정보를 수집하는 등 여행일정을 스스로 설계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에 맞춘 관광 상품을 마련해야 하고, 한국 방문이 늘고 있는 홍콩·베트남·대만 등의 국가의 관광객 유치 마케팅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S리테일 랄라블라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가 지속하고 있다”면서 “중국어 홍보물 등을 확대하고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상품을 별도 매대로 구성해 여행객들의 만족도를 높여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면세점업계 관계자 “아직 중국 관광객들이 돌아왔다는 걸 체감할 수 있는 것 없다”면서 “지난해 이맘때 워낙 매출 감소가 심해 그와 비교해 올라가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면세점의 주 고객은 단체관광객이다 보니 개별 관광객만 들어오고 있는 현상황에서는 호텔이나 면세점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면서 “한국관광공사의 발표에 따르면 사드 보복 이전에도 개별 관광객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오지만 거기에는 유학생, 보따리상 등 다양한 목적의 관광객이 포함도 있어 정확한 수치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