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준이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뜻을 내비쳤지만 결국 금리 인상이 달러 가치를 자극하고 신흥국 자본 유출 등 시장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것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출처= OpenMarket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글로벌 투자자문회사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Bleakley Advisory Group)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것을 시장이 이미 알고 있다 하더라도,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준비가 안 된 나라들이 많다며, 연준의 긴축 행보가 금융 시장에 예상보다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CNBC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달 후에 얼굴에 펀치를 날리겠다는 예고를 들었더라도, 맞을 때 아픔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요. 다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는 연준이 금리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대차대조표 규모도 축소 중이기 때문에 두 방의 펀치를 날리는 셈이라며, 지난 열세 번의 금리 인상 사이클 중 경기 침체로 이어진 경우가 열 번이나 된다고 주장했다.

부크바 CIO는 “연준이 시장에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방법으로 긴축을 하든, 금리가 오르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이에 따라 유동성도 흡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의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뜻을 내비쳤지만, 결국 금리 인상이 달러 가치를 자극하고 신흥국 자본 유출 등 시장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1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통화긴축이 연준이나 시장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강력한 충격을 초래할 것”이라며 “연준이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서서히 올린다고 하지만 신흥 시장의 자본비용이 늘고 유동성이 말라 가고 있는 건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월가는 오는 6월 연준의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9월(가능성 76%)에 이어 12월에도 금리가 인상해 올라 총 네 차례의 금리 인상이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연준이 올해 총 네 번 이상 금리를 올릴 확률은 47%에 달한다. 이처럼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3.24%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다.

연준 경제학자인 마테오 이아코비엘로와 개스턴 나바로는 13일 국제금융 토론 보고서를 통해 미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신흥국 국내총생산(GDP)이 3년 후 0.8%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1965~2016년 미 통화정책 변화가 50개 선진국·신흥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를 1%포인트 끌어올리는 통화 충격은 2년 뒤 미 GDP를 0.7% 감소시켰고 미국 외 선진국에서는 3년 뒤 GDP가 0.5% 정도 줄었다. 반면 신흥국에서는 3년 뒤 GDP가 0.8%, 4년 뒤 0.7% 떨어져 선진국보다 미 금리 인상에 대한 충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 인플레이션 상승 전망에 따른 달러 강세와 미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자금 유출 우려가 갈수록 늘고 있다.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력이 떨어지고 정치 불안이 고조되는 신흥국일수록 더 큰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머징마켓 포트폴리오 펀드리서치(EPFR) 데이터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신흥국 채권펀드에서 최근 3주 사이 40억달러(4조3000억원)를 빼냈다. 지난해 700억달러(75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신흥국 채권펀드에 집어넣었던 흐름과는 정반대되는 것이다. 신흥국 주식펀드도 이달 초 1주일 동안 16억달러가 빠져나가는 순유출을 보였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신흥국들 부채가 채권 발행과 차입을 통해 지난해 7조7000억달러(8200조원)가 새로 늘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