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는 개봉 3주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씨(53)는 주말을 맞아 아내와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집 근처의 한 멀티플렉스를 찾았다. 관람할 영화를 고르기 위해 상영 현황을 확인하던 김 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체 상영 일정 중 절반에 가까운 스크린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로 채워져 있었다. 다른 영화는 김 씨가 극장을 방문한 시간대와 맞지 않았다. SF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김 씨는 ‘요즘 인기가 많다고 하던데 한 번 볼까’라고 잠시 생각했으나 영 불편해하는 아내의 얼굴을 보고 극장을 나왔다.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13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달 25일 개봉 이후 19일 만에 세운 기록으로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모든 외국 영화들 중에서 가장 빠른 흥행속도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렇듯 전례가 없는 ‘기록’은 각 멀티플렉스 업체들의 ‘상영관 몰아주기’ 즉, 스크린 독과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점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국내 멀티플렉스 3사인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상영 횟수 점유율은 각각 73%, 74.2%, 78.6%를 기록했다. 이는 25일 하루 동안 전국 멀티플렉스 3사에서 상영된 모든 영화의 70% 이상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한 작품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추세는 영화 개봉 첫 주 주말일 4월 29일까지 이어져 80%대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4월 25일 개봉 후 1000만 관객을 기록한 5월 13일까지 멀티플렉스 3사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상영횟수 점유율.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멀티플렉스 측도 할 말은 있다. “극장도 엄연한 ‘사업’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많이 찾는 영화를 많이 상영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은 철저한 경제 논리”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인기가 있기도 하지만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들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상영 일정을 피해 개봉 일정을 잡으면서 소위 말하는 ‘볼 만한’ 영화들이 스크린에서 모습을 감춘 것은 멀티플렉스만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개봉 전 사전 예매율 90%를 넘기며 엄청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같은 수요를 아주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점에 대해 업계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익성을 추구하려는 멀티플렉스들의 정도가 지나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멀티플렉스 3사들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하기 직전에 차례로 영화 기본 관람권 가격을 1000원씩 인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면서 멀티플렉스 3사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일련의 사례로 인해 ‘스크린 독과점’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특정 영화 작품의 과도한 스크린 배정을 법으로 규제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문제는 있다. 만약 법안의 시행으로 멀티플렉스 업체들의 수익이 줄어들면, 그 만큼은 누가 보전해주는가 하는 것이다.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멀티플렉스의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대한 스크린 배정은 수익 추구를 위한 극장들의 의도가 겉으로 ‘너무 많이’ 드러난 사례로 보인다”면서 “극장사업자들과 관람객 그리고 영화 제작사들이 서로의 상황에서 최대한 납득할 수 있는 ‘적정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