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중반부터 시작돼 107개월 이어져 온 미국 경제 성장이 2020년이면 끝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출처= Marketplac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경제학자 60명을 대상으로 경제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59%가 현재의 경제 성장이 2020년에는 끝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가 경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라 2020년에는 끝날 것이라는 것이다.

응답자의 22%는 1년 더 성장한 후 2021년에 성장이 종료될 것으로 내다봤고, 7.8%는 오히려 1년 더 빠른 2109년에 경제 성장이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11%는 2022년 이후까지 경기 확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의 경제 성장은 2009년 중반부터 시작돼 이번 달로 107개월째로, 사상 두 번째로 긴 성장 기간이다. 전국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 역사상 최장의 경기 확장 기간은 정보기술 붐으로 야기된 1990년대의 10년간을 최장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로 길었던 경기 확장은 1960년대의 106개월 연속 경기 확장이었는데, 이번 기록으로 3위로 밀려나게 됐다. 그러나 이번 기록이 2020년까지 이어진다면 1990년대를 제치고 최장의 경기 확장 기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2020년 경기 확장 종료를 예상한 사람 중 한 명인 뱅크오브웨스트(Bank of the West)의 스콧 앤더슨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경기 확장은 역사적 기준으로도 매우 긴 기간 이어지고 있지만, 이미 경기 확장 사이클의 후반부에 나타나는 현상들이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확장이 끝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62%는 연준의 긴축 정책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연준의 무차별적인 통화 공급 정책이 현재의 경기 확장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을 감안하면, 2016년부터 시작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및 보유자산 축소는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절반 이상의 경제학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도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경기 침체를 예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기 침체는 시작될 때까지도 알아차리기 어렵다”며 “2011년과 2016년에도 경기 침체 전망이 있었지만 결국 잘못된 경보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경기 침체에 대한 시장과 투자자의 위기감이 커지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침체를 알리는 몇 가지 지표가 위기에 근접하게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자료를 근거로 경기 침체의 신호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치솟는 유가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거의 모든 미국의 경기 침체에 앞서 유가 급등이 선행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등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며 국제 유가는 최근 급등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유(WTI)는 11일(현지시간) 배럴당 70달러 이상에서 거래됐고 브렌트유는 배럴당 77.12달러를 기록하며 80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침체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 신호는 자산 가격 거품이다. 미국이 겪은 두 차례의 심각한 경기 침체는 모두 자산 거품이 터지면서 비롯했다.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은 주식 가격의 급등을, 세계금융위기는 주택 가격의 폭등을 동반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증시의 ‘실러 주가수익비율’(CAPE)은 31이었다. 닷컴 버블 이전인 1999년 12월(44)과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전인 2007년 10월(27)에 비교될 만큼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포브스>는 “자산 가격 수준으로 보면 이 지표는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신호는 좁아지는 장기와 단기 수익률 격차다. CNBC는 “시장 참가자들은 장단기 금리 격차 축소에 따른 수익률 곡선 평탄화를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언제나 경기 침체의 중요한 촉발 장치로 여겨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1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9695%에 거래를 마쳤다. 2년물 국채금리는 2.5349%까지 상승했다.

 

 

 

 

 

 

 

 

경제 연구소인 라이트선 ICAP의 루 크랜달 수석경제학자는 “2019년 이후에는 언제 경기 하락이 시작돼도 이상하지 않다”며 “경기하락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야기된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유로 시작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단기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올 4분기에는 성장률이 2.9%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2.6%였다. 실업률은 올해 말에 3.7%로 떨어지고, 내년 중순에는 3.6%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무역갈등 심화 등으로 단기 경기 전망의 하락 압력이 커졌다는 진단이 많았다. 응답자의 60%는 전망의 하락 압력이 상승 압력보다 크다고 답했다.

경제학자들은 반면 오랫동안 정체됐던 미국의 생산성은 내년부터 완만히 상승할 것으로 진단했다.

지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1.2%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향후 5년간은 평균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인트 로마 라잘렌 대학의 린 리저 교수는 “자본 투자가 증가한 점이 생산성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번 설문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연준이 오는 6월과 9월에 각각 기준금리를 올려 연내 총 3차례의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6월 금리 인상을 예상한 전문가는 98%에 달했으며,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76%가 동의했다. 9월 금리 인상 전망은 지난 조사에서는 64%였다. 반면 19%는 연준이 12월에 올해 네 번째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3월 1.9%를 기록하면서 연준의 목표치인 2%에 근접했고, 실업률(3월 3.9%)도 완전 고용에 가깝기 때문이다.

경제 연구소인 라이트선 ICAP의 루 크랜달 수석경제학자는 “2019년 이후에는 언제 경기 하락이 시작돼도 이상하지 않다”며 “경기하락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야기된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유로 시작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