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방 약 가격을 인하하려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실제로 약값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13일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제약업체들이 TV에서 광고할 때 처방 약의 정가를 공개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라면서 “경쟁을 유도하고 규제 부담을 줄여 약을 시장에 빠르고 저렴하게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약값 인하 정책은 노인의료보험제도(메디케어) 적용 대상인 노인들과 은퇴자들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미국의 약값이 높은 이유로 외국 시장에서의 불공정 거래를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국가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미국 제약업체의 제품을 낮은 가격에 이용하고 있다”면서 “미국 소비자는 같은 약을 다른 나라보다 더 비용을 지급하고 이용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 제약업체의 연구·개발(R&D) 비용을 자국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약값이 높다고 믿는다.

▲ 미국인 1인이 연간 보건에 사용하는 금액. 출처=경제협력개발기구(OECD)
▲ 미국인 1인이 연간 보건에 사용하는 비용 중 약값이 차지하는 비율. 출처=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는 미국이 보건과 관련한 지출에 연간 1인당 약 1만달러를 사용하고 이 중 약 12.2%를 약값에 사용하는 것을 보여준다.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 홀딩스(Iqvia Holdings)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들이 약을 이용하는 데 쓴 총 비용은 약 0.6% 증가했다.

알렉스 아자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약값 인하를 위해 우리가 할 행동은 몇 개월 걸릴 것”이라면서 “경제 주요 부분의 재구성”이라고 말했다. 약값을 인하하기 위한 정책에는 짧은 시간 안에 할 방안과 긴 시간이 필요한 방안이 포함됐다.

알렉스 아자르 장관은 단기간에 약값 인하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제약기업들이 TV에 광고할 때 약값을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험료 대신 처방 약 정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환자들이 돈을 절약할 방법을 말하는 것을 금지하는 ‘웃기는’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간 약값 인하 정책의 하나로 미국인이 이용하는 약값에는 제약업체의 연구개발(R&D) 비용이 추가됐지만, 외국에서 판매하는 약에는 해당 비용이 없다는 논리를 이용해 미국 무역 상대국에 압박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은 불공평하고, 터무니없기 때문에 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모든 무역 상대국들이 이러한 부당함을 가장 우선시 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요구하라”고 지시했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다른 국가들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약값을 책정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하이트 캐피탈 마켓의 헬스경제담당 수석 부회장인 안드레아 해리스는 “해외에서 약값이 높아지면 미국의 약값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경제학자나 보건경제전문가는 없다”면서 “다른 정책들이 미국 내 약값을 줄이는 데 성공한다면, 다른 국가들이 비용을 더 지불하는 것은 제약회사의 부담을 덜어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아 해리스 헬스경제담당 수석 부회장은 “단순히 다른 국가들에 미국산 의약품 가격을 높이도록 설득하는 것만으로는 미국의 제약시장을 모두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