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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부는 평화의 바람...北 ICT 기술 현재는?"생각보다 강하다" vs "갈 길이 멀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8.05.13  07:10:47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후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내달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가운데, 경제협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자리매김 할 경우 뒤이어 활발한 경제협력 프로젝트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여당이 한국과 북한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 자본의 유치까지 염두에 둔 상태에서 구상하고 있는 파주 장단공단은 부지 규모만 1600만㎡에 이른다.

국내 ICT 업계도 기대가 크다. 철도, 항만의 연결과 8000만명에 달하는 거대 내수시장의 출현이 가시권에 들어오며 남북한 ICT 기술 교류는 물론, 새로운 시장 개척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미래의 협력을 전제로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북한의 ICT 기술력을 파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남북한 정상이 포옹한 장면이 홍콩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출처=뉴시스

북한 ICT, 어디에 있나
북한의 ICT 경쟁력을 논하려면 그 전에 북한의 경제 리즈 시절(호황이던 시절)과 이후에 펼쳐진 경제 구조를 알아야 한다.

한국전쟁 직전, 북한은 풍부한 지하자원과 발전소 인프라 등으로 한반도의 경제를 이끌었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벌어지며 1000만명이 넘던 인구는 800만명으로 급감했고, 북한 전역은 초토화됐다. 당시 미 전략 공군 사령부를 이끌었던 커티스 르메이 장군은 북한이 석기시대로 돌아갔다며 "100년이 지나도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단 3년만에 전쟁 전 경제수준으로 돌아갔다. 공산권의 막대한 원조와 소련식 경재개발계획을 차용, 적절한 선전술을 가미하며 인민들을 선동했기 때문이다. 북한 측 발표이기 때문에 이견의 여지는 있으나, 한때 북한은 1950년대 연평균 30% 이상의 기록적인 경제성장을 이룬다. 경제학자와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은 엇갈리지만, 남한이 북한의 경제를 앞지른 것은 1970년대 중반 즈음으로 평가된다.

지금의 북한 경제사정은 최악이지만, 한때 북한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기반이 아닌 인적자원의 전사적인 활용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천리마 운동' 등으로 대표되는 노동집적 지향의 중공업 부흥 전략이 글로벌 경제 부흥기와 맞물리며 시너지를 냈다는 뜻이다.

중공업을 중심에 두고 경공업 인프라를 키우지 못한 것이 북한 경제 파탄의 중요한 원인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북한의 IT 기술은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전형적인 '퀀텀점프' 전략으로 풀이된다. 경제 파탄으로 대규모 자본을 동원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조업의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으며, 결국 제조업 일변도의 정책을 일부 포기하고 단숨에 IT 기술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현재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2G 통신에서 빠르게 4G로 나아가는 장면을 이해하면 편하다. 오히려 기반 인프라 사업이 없기 때문에 단숨에 최첨단 IT 기술로 진격한다는 뜻이다. 북한 특유의 전제주의적 정치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제조업 인프라가 낮은 상태에서 IT 기술을 확보하려면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진하게 된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북한에는 조선콤퓨터센터(KCC)와 평양정보센터(PIC) 등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이 설립됐으며 2000년대 이후로는 본격적인 IT 인재 양성이 시작된다. 기술 수준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바둑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은별'은 의외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다.

북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의 결정체는 리눅스 기반의 PC용 붉은별 운영체제다. 2001년 KCC에서 개발을 시작해 2008년 1.0 버전이 공개된 후 현재 4.0까지 나왔다. 큰 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비슷하며 오피스 프로그램에 해당되는 통합 사무처리 프로그램인 '우리21'이 탑재됐다. 엑셀과 같은 수식 기반의 문서 작업도 가능하며 자체 백신 프로그램도 가동된다.

붉은별은 2.0부터 페도라를 기반으로 삼았고 몇몇 아이콘이 윈도 비스타에서 그대로 넘어와 눈길을 끈다. 기본 웹 브라우저도 있는데, 이름은 '내나라'다. 모질라의 파이어폭스를 그대로 복제한 수준이다. 붉은별은 북한의 국가계획인 제3차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다만 PC 사정이 열악한 북한에서 붉은별의 사용도는 생각보다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내용이다.

모바일 운영체제는 '아리랑151', '아리랑171'이 있다. 안드로이드 커스터마이징 운영체제다. 북한이 구글 안드로이드 커스터마이징을 선택한 이유는 중국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아리랑171 버전은 올해 3월 등장한 최신 운영체제다. 북한 스마트폰은 대부분 중국 스마트폰이며, 태블릿으로는 2012년 출시된 '삼지연'이 유명하다. 유선 네트워크만 제공해 북한의 폐쇄성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인터넷 환경은 철저하게 폐쇄적이다. 중고 PC가 거래되는 등 약간의 시장도 있지만 세계와 연결되는 인터넷은 없다고 봐야 한다. 대신 국가 차원의 인트라넷인 '광명망'이 있다. 국내의 경우 기업에서 사용하는 인트라넷이 기업 내부에서만 작동하듯, 북한의 광명만은 북한 내부에서만 연결된다. 일반적인 의미의 인터넷은 정부 인사나 체제선전단체, 일부 연구원만 사용하며 광명망마저도 2013년부터 일반 가정에서 사용할 수 없다.

북한의 통신시설 인프라는 어떨까. 북한은 2002년부터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2004년 4월 용천역 열차 폭발사고가 벌어지며 당시 김정은 당시 위원장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말이 나오자 휴대전화 사용은 전면 금지됐다. 휴대전화를 통해 민감한 정보가 누설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북한의 휴대전화 개통이 다시 재개된 것은 2008년 12월이다. 북한과 이집트는 2007년부터 3G 이동통신 사업을 논의했고, 그 결과 이집트의 통신사 오라스콤은 2008년 12월 북한에서 25년간 이동통신 사업을 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땄다. 북한에서는 고려링크라는 이름으로 운영된다.

가입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08년 12월 1294명에서 2012년 2월 기준 100만명을 넘겼고, 2015년에는 400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오라스콤이 북한에서 번 돈을 이집트로 반출하지 못했고, 북한이 2015년 국영 통신사인 '별'을 설립하며 압박하자 결국 오라스콤은 짐을 쌌다. 오라스콤의 마날 압델 하미드 대변인은 올해 초 언론을 통해 "북한에서 철수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업계에서는 지난해 북한 핵실험을 기점으로 국제사회의 압박이 심해지자 오라스콤이 사실상 북한에서 철수 준비를 시작했다고 본다.

북한의 ICT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저조하지만,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해킹 기술력이 눈에 들어온다. 2010년대 이후 북한은 국내에서 벌어진 디도스 공격과 은행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해킹 시도를 주도했으며, 랜섬웨어 사태의 배후에도 북한이 있다는 지적이다. 2017년 세계를 공포에 빠트렸던 국제해킹그룹 라자루스도 북한 해킹 전문가들로 알려져 있다.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공격도 이뤄진다.

   
▲ 북한 주민이 스마트폰을 조작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단어 통일부터?
북한의 ICT 인프라와 남한의 기술력이 만나 시너지를 이루는 날이 올까? 조건만 갖춰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그 전에 북한의 생소한 ICT 용어에 대한 공부가 선행되어야 한다.

북한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용어는 대부분 한국어다. 운영체제 이름도 모두 한국어고 기타 구동되는 프로그램도 영어가 없다. 키보드를 건반으로 부르며 휴대폰은 손전화다. 기술의 상당부분이 글로벌 기술의 차용이거나, 혹은 카피 수준인데도 명칭만큼은 반드시 한국어인 대목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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