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국제유가 오름세가 심상찮다. 산유국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비 OPEC 산유국인 러시아 등 24개국이 똘똘뭉쳐 2016년 말부터 하루 생산량의 2%인 180만배럴의 감산을 1년여 이행하자 세상이 달라졌다. 원유시장 공급 과잉이 거의 해소된 가운데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 등 중동 리스크로 원유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유가가 오름세가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산 원유의 기준인 서부텍스산원유(WTI)가 배럴당 70달러 고지를 확실히 넘고,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75달러 고지를 찍으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입에 올린 유가 80달러는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닌 눈 앞 현실로 다가왔다. 과연 국제유가는 어디까지 오를까?

3년 6개월 사이 최고치 기록하고도 상승세

WTI와 브렌트유는 지난 9일 3년 6개월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동의 긴장고조로 상승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8일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만에 브렌트유는 이날 3%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6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3.01%(2.08 달러) 상승한 71.14 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3.38%(2.53 달러) 오른 77.38 달러를 나타내기도 했다. 10일에는 WTI는 배럴당 71.36달러, 브렌트유는 77.47달러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달 보다 8% 이상, 연초와 비교하면 15% 넘게 오른 수준에 도달했다. 

OPEC  3대 산유국인 이란에 대한 제재가 재개되면 이란의 원유수출 제약에 따른 원유시장 공급 차질로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고 유가상승은 이런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BoA “내년 국제 유가 100달러 도달할 것”

이처럼 치솟는 유가가 내년에는 100달러(약 10만6870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와 CNN머니 등에 따르면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이란의 석유 수출 타격과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에 따른 생산 차질이 2019년 국제유가를 100달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은행은 브렌트유 기준 올해 평균유가는 배럴당 70달러, 내년은 75달러로 예상했다.

BoA는 수요 증가는 올해 하루평균 150만배럴, 내년에는 140만배럴로 10만배럴 상향조정했다.     

BoA 분석가들은 브렌트유의 내년 2분기 목표 가격이 90달러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 그렇지만  이란의 지정학적 상황이 악화하면 100달러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브렌트유보다 6달러 낮게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러시아,OPEC 모두 반기는 고유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나 산유국 중 이를 거부하는 눈치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고유가는 OPEC이나 러시아가 모두 바라는 일이다. OPEC을 사실상 주도하는 사우디는 재정수요를 채우기위해, 비 OPEC 국가인 러시아도 재정수입 증대를 위해 고유가는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사우디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를 고가에 상장하기 위해선 고유가가 필요한데 미국과 이란이 알아서 해주니 고맙기 짝이 없다. 손 안대고 코 푼 형국이다.

미국도 반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전에서 석유개발을 공약으로 내건 인물이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신재생에너지개발로 타격을 입은 석유산업계는 고유가로 힘 솟고 있다. 고유가로 주가가 치솟고 자금이 물밀듨이 들어온다. 미국을 러시아에 버금가게 만든 셰일생산 업체들도 고유가로 자금이 들어오면서 가동에 들어갈 태세다. 이래 저래 좋다. 

물론 고유가는 수입물가상승, 물가상스에 이은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역풍을 몰고 오지만 이는 금융투자자나 한가로운 거시경제 학자들의 입에 발린 말이며 원유수입국들의 입에서 쏟아지는 불만일 뿐이다. 산유국들의 귀엔 들리지 않는다. 그들의 귀와 눈엔 펑펑 나오는 원유와 달러가 보이고 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