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 싱어 엘리엇 매니지먼트 회장. 사진=플리커

[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개입하면서 부당한 손실을 입었다며 6억7000만달러(약 7182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법무부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달 13일 한국 정부에 보낸 투자자 국가 간 소송(ISD) 중재의향서에 3년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할 당시 박근혜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부당하게 개입해 자신들이 손해를 봤다고 적시했다.

중재의향서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정식으로 제소하기 전 해당 정부에 중재 의사가 있는지 타진하기 위해 보내는 서류다. 엘리엇은 피해보상 청구 금액으로 6억7000만달러를 요구했다. 피청구인은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과 법무부다.

엘리엇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통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항 중 내국민 동일 대우 조항(11.3조)과 최소 대우기준조항(11.5조)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또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전 대통령,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잇따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한 사실도 언급했다.

엘리엇은 “삼성 일가를 위해 박 전 대통령, 최순실, 문 전 장관, 국민연금, 삼성의 중역들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국민연금의 찬성이 없었다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엘리엇은 배상금으로 6억7000만달러를 주장한 산출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는 법무부와 기획재정부 등 참여하는 법무부 분쟁대응단을 통해 실무자 회의를 개최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소송절차는 중재의향서를 낸 뒤 3개월 후부터 시작된다. 아직 두 달여의 중재 기간이 남아있지만 현재로서는 중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정부는 지난 2012년 미국 론스타, 2015년 아랍에미리트 하노칼, 이란 다야니 등 과거 세 번의 ISD에서도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한국 검찰은 엘리엇의 공시의무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최근 서울남부지검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5%룰(지분 5% 이상 보유 주주는 5일 이내에 보유현황 공시)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엘리엇의 실무 담당자를 소환하기도 했다.

한편 엘리엇은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Activist Investment) 헤지펀드다. 행동주의 투자자는 수익률 확보를 위해서 주주로서 경영권에 적극적으로 간섭한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흡수합병 계약을 맺으면서 합병비율을 1대 0.35로 결정했다. 당시 삼성물산의 주식 7.12%를 보유하고 있던 엘리엇은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입장에서 적절하지 않다며 주주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