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가 9일 서울 역삼동 파트너스퀘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뉴스 편집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네이버 모바일 화면에서 뉴스 콘텐츠를 빼며, 뉴스판 개설을 통해 별도의 카테고리를 구성한다는 설명입니다. 인공지능 기반의 뉴스피드판을 통해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가동하는 한편 아웃링크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합니다. 예상보다 파격적인 내용입니다.

 

의미있는 변화가 예정되는 가운데, 네이버의 새로운 길에 기대가 커집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초유의 스포츠 콘텐츠 조작 논란을 겪으며 플랫폼 공공성에 대한 믿음을 스스로 저버렸습니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번 논란 속에 일부 언론사의 낯 뜨거운 행보가 무척이나 눈길을 끕니다. 주로 대형 언론사 중심의 CP(콘텐츠 프로바이더)언론사입니다. 이들은 네이버에서 전재료를 받으며 콘텐츠를 제공하고, 인링크 방식으로 트래픽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안타까워합니다.

처음 네이버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 CP 언론사들은 아웃링크 방식을 공격적으로 제안했습니다. 전문가들을 내세워 아웃링크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사설까지 동원해 사실상 네이버를 압박했습니다. 이들은 아웃링크가 현실이 되면 트래픽 확보, 독자 데이터 확보는 물론 잃었던 뉴스 콘텐츠 유통권까지 가져올 단 꿈에 빠졌습니다.

반전은 네이버의 설문조사에서 시작됐습니다. 네이버가 70개 CP 언론사에 아웃링크 의향을 물었으며, 지금까지의 CP 언론사 반응으로 보면 100% 찬성이 당연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약 70%의 언론사가 회신을 보낸 가운데 단 1개 언론사만 아웃링크에 찬성했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아웃링크가 적용되면 전재료가 없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역시, 그냥, 돈이었습니다.CP 언론사들에게 뉴스 콘텐츠의 건전한 유통은 처음부터 고려사항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진 셈입니다.

▲ 한성숙 대표가 새로운 네이버 뉴스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네이버는 9일 카드를 던졌습니다. 네이버의 방식에 익숙한 사용자들의 어려움을 넘어서야 합니다. 아웃링크가 적용되면 사용자 경험이 복잡해지며, 생각하지도 못한 부작용이 나올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러나 CP 언론사들은 할 말이 없습니다. 자기들의 주장이 관철됐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사실상 뉴스 편집을 내려놓고 CP 언론사들에게 맡겼습니다. 이제 CP 언론사들은 자기들이 ‘네이버보다 더 낫다’는 점을 증명하기를 바랍니다.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깝지만, 한 번 구경하고 싶습니다. 인링크와 아웃링크 방식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나오지 않았으나, 그 이후에 어떤 방식이 정해져도 CP 언론사들의 ‘실력’이 궁금해집니다.

이번 네이버 정책에 아웃링크만 지원되는 검색제휴 언론사는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다만 CP 언론사들의 힘이 ‘살짝’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을 세울 절호의 기회로 보입니다. 네이버가 3분기부터 모바일 화면에 뉴스를 걷어내면 ‘뉴스 집중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성숙 대표는 “모바일로 뉴스를 제공하는 것과 뉴스판의 트래픽 차이를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얼마나 떨어질 것인지 모른다”는 묘한 말을 했습니다. 사실상 트래픽이 떨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셈입니다.

한 대표의 9일 기자회견 마지막 말도 의미심장합니다. 한 대표는 “플랫폼 서비스를 개편하며 이용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어려운 길을 가지만 한 번은 해결하고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웃링크 맹공 일변도에서 표정을 바꾼 후, 네이버의 파격적인 후속정책이 등장하자 다소 당황해하는 일부 CP 언론사의 행보가 묘하게 오버랩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