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SK텔레콤이 8일 이사회를 열어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공동으로 ADT캡스 지분 100%를 1조2760억원에 인수하기로 최종 의결했다. 현재 국내 보안업계는 삼성 계열사인 에스원이 50%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ADT캡스는 30%의 점유율로 2위, KT텔레캅이 15%의 점유율로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SK텔레콤의 손자회사 NSOK이 5%의 점유율로 4위다. SK텔레콤이 ADT캡스를 인수하며 보안시장 점유율은 35% 수준으로 오를 예정이다.

SK텔레콤이 주로 수도권만 커버하는 NSOK을 인수한 상태에서 시장 2위 ADT캡스를 품으며 국내 물리보안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KT텔레캅이 CJ 계열사인 SG생활안전의 무인경비사업부를 인수하는 한편 NSOK과 SK텔링크의 '물리보안+ICT' 시너지 로드맵이 발표되는 등 업계 전체가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최태원 SK 회장이 수감중일 당시 ADT캡스 인수를 노렸으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SK그룹 전체로 봐도 당시 SK이노베이션의 호주 유류공급업체 UP 인수건도 실패했고 SK네트웍스의 KT렌탈 인수까지 무위에 그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CJ헬로비전 인수 실패 후 현재 일본 도시바 인수 막바지에 돌입한 SK 전체로봐도 이번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 SK텔레콤과 ADT캡스의 시너지 예상도. 출처=SK텔레콤

SK텔레콤 '경영권 + 지분 55%' 확보...7020억원 쏜다
SK텔레콤과 맥쿼리는 ADT캡스 주식 100%를 보유한 사이렌 홀딩스 코리아(Siren Holdings Korea)를 인수한다. SK텔레콤은 7020억원을 투자해 지분 55%와 경영권을 확보하며, 맥쿼리는 5470억원을 투자해 지분만 45%를 보유한다. 사이렌 홀딩스 코리아의 기업가치를 부채 1조7000억원을 포함해 기업가치 2조9700억원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인수금액 1조2760억원은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SK텔레콤과 맥쿼리는 8일 매각 주체인 칼라일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기업결합 신고 승인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3분기에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ADT캡스 인수 가능성을 거론하며 "기술적으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 7217억원, 영업이익 1435억원의 실적을 달성한 ADT캡스 인수를 통해 화학적인 시너지 발생을 자신해 눈길을 끌었다.

ADT캡스는 ICT 기술력을 내세운 SK텔레콤의 좋은 파트너가 될 전망이다. 일찌감치 보안에 ICT 기능을 대거 탑재하는 것에 집중했으며, 이미 다양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3년 전인 2015년 최첨단 무인 원격 비행장치인 드론을 활용한 미래형 보안 서비스를 비롯해 ADT사이트큐브 등 최신 통합보안솔루션을 발표한 바 있다. 보안에서부터 에너지관리까지 빌딩 관리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ADT사이트큐브’도 눈길을 끌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ADT캡스와 빠르게 연결하겠다는 복안이다. ADT캡스가 추진하고 있던 통합보안솔루션이 답이다. SK텔레콤은 "기존에는 보안 관리자가 육안으로 영상을 감시하며 상황을 판단했지만, 통합보안솔루션을 활용하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위급 상황 파악이 가능하다"면서 "예를 들어 열 감지 센서를 활용하면 더 빨리 화재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이상 징후를 인공지능이 스스로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상 행동이 카메라나 센서 등에 포착되면 자동으로 보안 관리자에게 경고를 보내거나 출동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에 미리 경비 인력과 차량을 배치하는 등 인공지능 관제를 통한 사전 예방 조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한 비용절감도 가능하다. 경보가 정확해지면 불필요한 출동이 줄어들고, 출동 동선이 최적화되면 이동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국내 물리보안 시장의 성장도 주목해야 하는 관전 포인트다. 시장성은 준수하다. 국내 물리보안 시장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8.7% 성장해 왔으며 2022년까지 연간 7% 이상 성장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 경제 성장과 함께 물리보안 산업 성장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은 개인과 자산 안전을 위한 출동 서비스 중심 사업모델을 넘어 토탈 케어 서비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물리보안 산업은 고용유발계수가 매우 높은 사업지원서비스 분야로 평가된다.

첨단기술 기반의 보안 서비스 출시로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새로운 개념의 다양한 보안 일자리도 기대된다. SK텔레콤은 "뉴 ICT 기반의 차세대 보안 서비스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라면서 "ADT캡스는 2021년까지 매출 1조원 이상의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 ADT캡스는 2015년 이미 토탈 케어 보안 서비스를 공개했다. 출처=ADT캡스

초연결과 보안의 찰떡궁합
사물인터넷이 밑그림이라면, 인공지능 등 그 외 ICT 기술력은 새로운 플랫폼을 작동시킬 수 있는 트리거(방아쇠)다. 특히 24시간 연결을 담보해야 하는 시대에는 보안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 밖에 없다. 모든 기기가 연결되어 빠르게 작동해야 하는 한편, 보안은 내외부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최고의 카드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시대는 당연히 보안 시스템의 상시 연결을 전제로 하며, 해킹 등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해결책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는 물리보안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당장 보안시장이 성장하는 상태에서 토탈 케어 서비스로 성장하며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단기적 계획이 엿보인다. SK텔레콤의 ICT 기술력이 ADT캡스의 보안 경쟁력에 어떤 방식으로 녹아드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가 올해 국내 대기업 인수합병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유럽 전장사업 강자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에 나서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한편, LG전자는 최근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사인 ZKW를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SK텔레콤이 뉴 ICT 기술력을 내세우며 ADT캡스를 인수한 대목도 비슷한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