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전 세계 주요 유통업체들이 ‘배송 혁신’에 나서고 있다. 자율주행 배송로봇이 식료품을 싣고 목적지에 물품을 전달하는가 하면, 달리는 트럭 안에서 로봇이 피자를 구워 배달하기도 한다. 업계는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은 배달 인력의 안전 문제를 개선하고, 환경에도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배달 주문 서비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배송 로봇을 개발해 혁신의 바람을 선도하고 있고 치킨 체인 BBQ는 배달용 전기차를 도입해 혁신 바람을 타고 올랐다.  업계 전문가들은 배송 혁신은 또 다른 수익 창출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달로봇’으로 수요와 공급 불균형 해소

8일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7월부터 연구·개발 중인 배송로봇 ‘딜리(Dilly)’의 시제품 개발을 마쳤고, 이달부터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딜리를 이용해 배송을 할 예정이다. 딜리(Dilly)는 ‘맛있는(delicious)’ 음식을 ‘배달(delivery)’해 준다는 뜻의 합성어다.  딜리는 우아한형제들과 로봇 전문가인 정우진 고려대 교수팀이 협업해 만든 배송전문 로봇이다.

▲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정우진 고려대 교수팀과 함께 만든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 출처= 우아한형제들

가로 67.3cm, 세로 76.8cm, 키 82.7cm에 둥글둥글한 모양의 딜리는 3칸을 구성된 내부 음식 보관 공간에 짜장면이나 치킨을 싣고 시속 4km 속력으로 달린다. 앞에 장애물이 인식되면 자동으로 피하는 능력도 갖췄다.

딜리는 5월 천안에 있는 한 복합쇼핑몰 푸드코트에서 첫 연구 테스트 시연이 이뤄질 계획이다. 비교적 안전한 실내의 한정된 공간에서 음식을 가져다주고 빈그릇을 회수해 오는 임무를 맡는다. 올 하반기에는 대학 캠퍼스, 아파트 단지와 같은 실외 공간으로 실험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국내외 학교와 기업들을 만나 비공개 프로젝트로 로봇 개발을 진행해 왔다”면서 “이제 막 시제품이 완성된 상태고 이르면 5월 실제 푸드코트에서 테스트를 해볼 예정이며 2~3년 내로 음식점에서 고객의 집까지 로봇이 실제 시험 배달에 나서는 것이 목표”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의 로봇 개발 접근 방식은 배달원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닌, 배달 시장에서 나타나는 주문수와 배달기사 수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보완하는 것”이라면서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 배달 산업에서 기술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아한형제는 폭발하는 음식배달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로봇으로 풀어낸다는 계획이다. 추후 배달전문 로봇 렌탈 사업 등으로 또 다른 수익화를 노릴 가능성도 엿보인다.

전기차 도입으로 ‘안전’ 지키고 ‘고용’ 확대

배달 비중이 높은 BBQ치킨, 미스터피자, 피자알볼로 등 외식 프랜차이즈업계는 위험성이 높은 오토바이 대신 전기차를 도입해 배달인력의 안전 문제를 개선하며 배달방식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업체들이 사용하는 전기차는 르노 삼성에서 나온 ‘트위지(Twizy)’다. 트위지는 1인승으로 승용차 크기의 3분의 1수준인 4륜 전기차로 가격은 1550만원이다. 가정용 220v 콘센트로 충전이 가능해 따로 충전부스를 설치할 필요 없다. 트렁크 공간이 최대 180L로 적재기능이 우수하고 가로 몸체가 1.2m에 불과해 좁은 골목길도 주행 가능하다. 원 연료비는 2만에서 3만원정도라고 회사 측은 주장한다. 

▲ 비비큐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가 이달 전기차를 도입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출처= 제너시스BBQ

치킨 프랜차이즈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는 이달 안에 60대의 전기차를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 총 1000대를 가맹점에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2015년 BBQ-서울시-르노 삼성은 배달에 전기차를 도입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초소형 전기자동차에 대한 차종 분류와 안전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도입이 미뤄졌다. 올해 규제가 풀리며 롯데렌터카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기차 이용을 희망하는 가맹점주들은 월 20만원대의 가격으로 전기차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트위지의 트렁크 공간은 최대 180L까지 확장할 수 있어 문이 수퍼카처럼 올라가는 형태로 90도까지 열려 근거리 소매물류 운송차량에 최적화됐다고 설명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가맹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치킨업계 최초로 트위지를 도입했다”면서 “이번 트위지 도입으로 앞으로 안전하고 편리한 배달문화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은 이미 지난해 9월 전기차를 도입했다. 직영점인 방배본점, 창동점, 판교점, 평택역점 4곳을 시작으로 현재 가맹점 4곳에서 추가 운행하며 총 8곳에서 전기차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P그룹은 배달원의 안전과 시니어, 주부사원들도 쉽게 배달이 가능하도록 전기차를 도입했다.

▲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이 시니어 고용창출과 배달 안전을 위해 전기차를 도입했다. 출처= 미스터피자

MP그룹 관계자는 “배달 전기차는 오토바이보다 가격이 낮고 유지비와 보험료 등 관리비도 더 낮다”면서 “지자체에서 전기차에 대한 지원이 있어서 최근 가맹점들도 전기차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수제피자 프랜차이즈 피자알볼로는 시니어 고용 확대와 배달원 고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매장에 도움이 되기 위한 취지로 전기차를 도입했다. 또 오토바이로 배달시 원동기 자격증 소지자에 한해 배달원은 고용해야 했지만, 전기차는 운전면허 소지자면 누구나 운행이 가능해 고용 범위가 넓어진다.

피자알볼로 관계자는 “배달 인력 고용 범위가 넓어지고 노년층 고용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시범운행을 거친 후 확대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로봇배달원, 전기자동차 등은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배달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에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면서 “빠르게 배달 혁신에 나서는 업체가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피자알볼로에서 삼성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도입해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출처= 피자알볼로

전기 차 도입 후 ‘현장의 소리’

정부는 집배원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2020년까지 1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할 계획이다. 그런데 집배원들은 충전소 부족, 긴 충전시간 등이 문제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전기차 보급을 대규모로 확대하기에 앞서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초소형 전기차를 도입했다. 냉·난방이 가능하고 비나 눈 등 날씨와 관계없이 우편을 배달할 수 있고, 오토바이보다 안전성까지 높아 집배원들의 업무 환경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마다 200여건이 넘는 집배원의 교통사고 또한 줄어들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는 1회 적재량이 200kg으로 오토바이(35kg)의 5배를 넘는 것도 장점이다.

1대당 가격이 1500만~2000만원선인 것을 감안하면 2020년까지 1만대를 보급한다면 총 20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거액의 투자금액과 달리 집배원들의 현장 반응은 다르다. 전기차 운영에 가장 큰 어려움은 배터리 충전소 부족이다. 3시간이 걸리는 충전시간도 문제다. 평탄한 길이 아닌 곳에선 배터리 소모가 많아 멈추기도 한다는 게 현장의 소리다.

집배원들은 실제 사용하는 입장에선 불편한 점이 많다면서 확대하기 전에 충전 문제나 오작동 등 여러 부족한 인프라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집배원뿐만 아니라 전기차 도입을 시도하는 프랜차이즈 업계도 전기차 도입에 앞서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 해결과제로 꼽고 있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