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 치매는 문명사회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난치 질병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전체 인구 중 10.2%인 72만4857명이 치매 유병자이고,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57.1%는 경증 치매환자이며 중증환자는 16.0%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비중이 높은 경증 치매환자는 치매보험을 가입했어도 주계약에 경증 치매를 보장하지 않고 있어 보장을 제대로 받을 수 없고, 비중이 낮은 중증환자만 주계약으로 기본보장을 받을 수 있어 현행 치매보험의 운영에 대해 보험사는 물론 관계 당국이 치매보험 약관을 현실성 있게 변경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증환자 57.1% 주계약 보장 못 받아

치매는 일단 발병하면 반드시 보호자가 필요하고 치료에 의한 완치 회복보다 장기간 요양에 의한 점진적 회복이나 악화를 지연하는 차원의 치료이기 때문에, 간병 및 치료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많이 발생해 일반 질병에 비해 가족들의 정신적 물질적 부담이 매우 크다.

정신적인 부담은 가족들이 나눠 진다고 하더라도, 장기 간병 요양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은 쉽게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치매보험을 가입한다. 최근에는 젊은 나이에도 치매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 미리 치매보험을 가입하는 경향이 높다.

치매보험은 장기요양등급 1~2등급과 CDR척도 3~5점 이상의 중증환자만 주계약으로 보장하는 보험이 많다. 그런데 일반적인 환자는 장기요양등급 3~4등급이거나 CDR척도 1~2점 이하에 해당하는 경증 치매환자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경증환자가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중증환자는 소수인데도, 중증환자는 주계약에 의해 기본적으로 보장을 다 받고 있지만 경증환자는 주계약에 의해 보장을 받지 못하고, 보험의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따로 특약을 설정해서 보험료를 더 부담해야만 제대로 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치매보험 가입자들은 보험을 가입하기 전에 보험의 보장내용을 세밀하게 확인해 주계약에 의해 경증 치매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치매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경증치매까지 보장하는 치매보험은 치매환자에게는 필수적인 사항이나 보험사 입장에서는 우선 경증치매 환자를 정확하게 판별하기가 쉽지 않은 점과, 경증치매 보장을 주계약으로 설정할 경우 보험료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치매보험 가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소비자는 특약에 의해 보험료를 부담하면 보장을 확대해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증치매 주계약 보장보험 53개 중 11개뿐

현재 생보사와 손보사에서 판매하는 치매보험 중 경증치매를 보장하는 보험은 생보사 17개, 손보사 36개 등 다양한 종류의 치매 보험이 판매되고 있으나, 이 중 주계약으로 경증 치매를 보장하는 보험은 11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상품은 모두 특약을 체결하고 기본 보험료 외에 특약에 대한 보험료를 더 지불해야 한다.

생보사 상품 중 주계약으로 경증 치매를 보장하는 보험은 신한생명의 ‘참좋은 실버보험’, KDB생명의 ‘꼭 필요한 장기간병보험’, 하나생명의 ‘행복know how TOP3간병보험’과 ‘걱정말아요TOP3간병보험’, DB생명의 ‘DB치매플러스보장보험’, 라이나생명의 ‘THE큰보장실버보험’, ‘THE든든한시니어간병보험’, ‘간병비주는 치매보험’ 등 5개 보험사의 8개 상품이다.

손보사의 상품 중 주계약으로 경증 치매를 보장하는 보험은 KB손보의 ‘110LTC 간병보험’, ‘110LTC건강보험’과 농협손보의 ‘NH골드라이프간병보험’ 등 2개 보험사의 3개 상품뿐이다.

치매보험 가입 시 보험료가 저렴한 것을 이유로 보험기간을 짧게 설정해서 정작 80세 이후 고연령대에 치매가 발생해 보험 보장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치매 발병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80세 이후 연령대로 3분의 2 이상인 66.1%가 이 기간에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보험 만기를 110년 정도까지 장기간으로 설정하면 보험료 상승의 원인이 되어 부담이 되기 때문에, 치매 연령대를 잘 감안해서 보험기간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본인 치매 시 '지정대리청구인제도' 이용 

치매보험을 가입하고도 주의할 사항이 있다. 치매보험은 보장 내용의 특성상 치매로 진단받은 본인이 스스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보험을 가입하고도 보험금 청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지정대리청구인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지정대리청구인제도는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및 보험수익자가 모두 동일한 경우, 치매 등으로 보험금을 직접 청구할 수 없는 사정에 대비해 가족 등이 보험금을 대신 청구할 수 있도록 보험계약자가 미리 ‘대리청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치매 등으로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금을 청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지정된 대리청구인이 보험회사가 정하는 방법에 따라 청구서, 사고증명서 등을 제출해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