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 판매 성장이 멈춘 가운데 윈도우 라이선스의 매출이 급증했다.     출처= Business Suppor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사이버 공격이 급격히 증가하자 해킹을 우려하는 기업들이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이미 전 세계에 보급되어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 운영 체제(OS)가 최근 수 년간 보지 못했던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주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가 분기 실적에서, 주로 기업 고객에게 판매된 컴퓨터에 대한 윈도우 10 라이선스 판매량이 11% 급증해 많은 분석가들을 놀라게 했다. 반면 윈도우 라이선스와 관련 클라우드 서비스의 일괄 매출은 21% 증가했다. 윈도우 10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최근 운영 체제 버전으로 전 세계 컴퓨터에서 널리 보급되어 있다.

지난 해 여름부터 기승을 부리는 사이버 공격이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구형 버전의 윈도우를 사용하는 PC를 쓸모 없게 만들며 기업들을 괴롭히자 기술 기업들이 연이어 운영 체제를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 회사 인터내셔널 데이터(International Data Corp.)에 따르면, 전 세계 개인용 컴퓨터 출하량이 같은 기간 동안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MS의 윈도우 10 판매 증가는 특히 주목할 만한 수치라고 분석가들은 평가했다.

게다가 회사는 윈도우의 매출 성장이 이번 분기에도 약 1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회사가 클라우드 사업 집중 정책에 따라 이 사업부의 중요성을 크게 낮춘 가운데 이 같은 낙관적 전망이 나온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의 <씨다스-시나이 헬스시스템>(Cedars-Sinai Health System)의 다렌 드워킨 정보관리책임자(CIO)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약 2만대 컴퓨터를 윈도우 10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거의 마무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워킨은 회사의 업그레이드 작업이 사이버 공격 때문은 아니었지만 그에 대해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공격 받지 않고) 현재 상황을 안전하게 유지하길 원하기 때문이지요.”

비영리 단체인 <신용도용범죄 정보센터>(Identity Theft Resource Center)와 데이터 보안업체 <사이버 스카우트>(CyberScout)에 따르면, 미국의 데이터 유출 건수는 2017년에 전년보다 45% 증가한 1579 건을 기록했다. 영국 보건사회복지부 같은 정부 기관이나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는 이유다.

2017년에 발생한 ‘워너크라이’(WannaCry)나 ‘페티야’(Petya) 같은 랜섬웨어의 사이버 공격은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구형 윈도우 버전의 취약성을 크게 노출시킨 계기가 되었다. 디지털 파일을 잠가버린 후 해제의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공격으로 영국 보건 당국뿐 아니라 프랑스의 자동차 공장, 미국과 기타 여러 국가의 법률 회사의 운영이 전면 마비된 것이다.

구형 윈도우 버전을 타깃으로 삼은 이 공격이 윈도우 10 판매를 촉진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윈도우가 전년 대비 분기별 성장을 보인 시기는 2001년에 출시된 윈도우 XP의 ‘업그레이드 주기’ 때가 마지막이었다고 이 회사의 대변인은 밝혔다.

회사 측은 윈도우 매출 금액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윈도우 XP에 대한 지원이 끝나갈 무렵인 2014년 6월 30일로 끝난 분기에 주로 기업 고객에게 판매된 컴퓨터에서 윈도우 라이선스 판매가 11%의 성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에서 여전히 사용하고있는 윈도우 7에 대한 지원은 2020년 1월에 끝난다.

리서치 회사 <무어 인사이트 앤 스트래티지>(Moor Insights & Strategy)의 패트릭 무어헤드 애널리스트는 윈도우가 기업 고객을 위한 운영 체제가 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 웹사이트인 <넷마켓쉐어>(NetMarketShare)에 따르면, 각 버전의 윈도우 운영체제는 웹에 연결된 전세계 데스크톱 및 랩톱의 88%를 차지한다.

"윈도우 PC를 쉽게 대체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번 분기에도 윈도우의 매출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는, PC는 물론 태블릿, 엑스박스(Xbox, 마이크로소프트가 2001년에 출시한 비디오 게임기) 등 윈도우 10을 실행하는 기기가 거의 7억 대에 달하며, 이 외에 이전의 구형 버전을 실행하는 기기도 8억 대가 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