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허지은 기자]은행연합회가 마련하고 있는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이 6월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지난 2월 초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공동 규준을 마련하겠다고 한 지 4개월여 만이다. 은행권 신입 공개채용에서 관행으로 시행되던 임원추천제의 폐지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모범규준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회장은 3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참석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 모범규준이 발표 시기를 묻는 질문에 “이달 중 초안이 거의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6월달 이사회 때는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감사와 수사 결과가 어느 정도 나오는 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6월은 넘기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3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 모범규준이 발표 시기를 묻는 질문에 “이달 중 초안이 거의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변했다. 출처=한국은행

일부 은행에서 필기시험을 강화하는 등 자체 방안을 마련하는 점에 대해서 김 회장은 “걱정하는 문제점들이 공채 과정에 반영될 것으로 본다. 블라인드 채용이 더 엄격해지고 필요하면 면접에 외부위원이 들어오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채용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은행 채용을 외주업체에 100% 위탁하도록 하는 방안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는 “100%까지는 어렵겠다”고 말했다. 

특히 신입 공채 과정에서 관행으로 시행된 임원추천제에 대해 김 회장은 “임원추천제는 원칙적으로 배제되는 게 맞다”며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내부임원 추천제는 원칙적으로 없애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신입 공채는 예외를 없애고 누가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절차를 만들어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지지부진'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 마련, 속도 내나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은 은행권 채용비리가 연이어 터진 올해 초 처음 등장했다. 지난해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올 1월까지 채용비리가 적발된 은행은 6곳으로, 전국 18개 은행 중 3곳 중 1곳 꼴로 채용비리가 있었던 셈이다.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은행권 차원의 자성의 목소리가 충분히 나올 만한 상황이었다.

이후 2월초 김 회장이 “은행권 공동의 채용 모범규준을 제정하겠다”고 계획을 밝히면서 모범규준 마련은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조사가 이어지면서 채용비리가 적발된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은 사실상 규준 마련에 손을 놓는 상황이 이어졌고 지난 3월부터 실무진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지긴 했으나 좀처럼 진척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모범규준 마련이 너무 늦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김 회장은 “너무 늦어지면 하반기 채용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안다. 현재 신한은행 등의 감사가 끝나지 않았고 검찰도 내사를 계속하는 상황에서 연합회 차원에서도 빨리 마무리하자고 부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이 있는 은행은 보류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상반기에 조기 시행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최대한 빨리 시행해서 걱정 안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모범규준을 도입하면 신입 공채 규모를 줄이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시중은행과 매월 이사회를 열고 있다. 상반기에 어렵더라도 좀 (많이) 뽑으라고 계속해서 부탁하고 있다”면서 “(모범규준이 마련되더라도) 예년 수준 이상으로 전체적으로 뽑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