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미래 보고서> 마루야마 슌이치·NHK 다큐멘터리 제작팀 지음, 김윤경 옮김, 다산북스 펴냄

[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서브프라임 모기지론(Subprime Mortgage Loan) 사태와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 사태, 유럽 국가 부채 위기, 월스트리트 시위(Occupy Wall Street), 마이너스 금리와 선진국들의 성장 정체 장기화 등 경제학 전문가들이 예측하지 못한 위기가 최근 10년 사이 전 세계에서 일어났다.

저자들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커다란 체제에 날선 비판과 냉혹한 회의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 책에서 현 상황을 진단한다.

일본 공영방송 NHK 다큐멘터리 시리즈 <욕망의 자본주의(欲望の資本主義)>를 기반으로 한 이 책은 노벨상 수상자이자 오랫동안 불평등 문제와 맞서 온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유럽 최연소 경제 자문을 지낸 토마스 세들라체크,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혁신적 테크놀로지 기업의 성공을 이끈 실리콘밸리 투자가 스콧 스탠퍼드를 찾아 대담을 나누고 자본주의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사고를 제시한다.

스티글리츠는 불평등 문제의 핵심이 ‘자유 시장’에 대한 맹신에 있다고 비판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실제 그것이 없기 때문이며, 자유 시장은 공정 균형을 이끌기는커녕 불평등을 심화시켜 왔다고 그는 갈파한다. 그는 “적절한 투자와 조정으로 이를 완화하고, 사회가 물질주의에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 감각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며 자본주의 시스템과 경제학의 목적이 단지 숫자놀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세들라체크는 우리가 가진 성장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주문한다. 이제껏 자본주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처럼 겉으로 보이는 양의 성장에만 매달려 왔고, 이를 위해서라면 빚을 내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더 많은 부인지 아니면 여유인지, 소비의 자유인지 다른 자유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스탠퍼드는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드론, 자율주행차 등의 테크놀로지는 소비와 생산, 노동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그는 “이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자본주의가 탄생할 것”이라며 이를 대비할 것을 권한다.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가 당면한 많은 문제의 원인이 양의 성장에 대한 맹신에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부제는 ‘빚으로 산 성장의 덫, 그 너머 희망을 찾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