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 시동을 걸었다. 최근 유럽과 북미 출장을 다녀온 후 이번에는 중국으로 출장을 간 사실이 2일 확인됐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외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새로운 삼성의 미래를 그리는 일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이 보인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중국의 선전으로 출장을 떠났다. 김기남, 진교영, 강인엽 사장 등 반도체 부문 주요 경영진과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동행했으며 중국의 BYD를 비롯한 현지 업체들과 만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중국의 BYD에 5000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2008년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 자회사인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홀딩스를 통해 9.89%의 지분을 확보해 눈길을 끌었던 BYD는 충전용 배터리 업체로 시작해 전기차 분야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른 입지전적인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BYD로부터 삼원계 소형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결정하는 등, 두 회사의 관계는 급속도로 좁혀지는 중이다. 2016년 지분 투자 당시부터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설이 제기된 만큼 이 부회장의 출장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논의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의 3월 말 출장 키워드를 인공지능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전장사업 전반에 대한 동력 강화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번 중국 출장에는 새로운 의미도 있다.

▲ 삼성전자와 BYD의 협력이 빨라지는 중이다. 출처=위키디피아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 기간인 지난 3월28일(현지시각)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인 손영권 사장이 현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 프랑스 파리 삼성전자 연구개발 센터 설립을 약속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캐나다로 이동해 삼성전자 몬트리올 AI랩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오슈아 벤지오 교수팀과 협업해 인공지능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 리서치 센터 산하에 인공지능 센터를 신설했고 연내 영국과 러시아 등에 새로운 AI랩을 설립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중이다. 3월 말 출장의 키워드는 인공지능이 가장 어울린다는 평가다.

또 인공지능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3월 말 출장을 기점으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자동차 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부품 계열사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꾸준히 나오기 때문이다. 1919년 설립된 마그네티 마렐리는 1967년 FSA의 자회사가 된 후 현재 세계 30위권의 자동차 부품업체로 성장했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와도 일부 협력하고 있다.

마그네티 마렐리는 내년 초 FCA와 분사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한 때 FCA 지주회사 엑소르의 사외이사로 활동했으며 전장사업에 진출해 하만과 함께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에도 관심을 보였다. 3월 말 출장의 키워드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지만, 이 부회장이 이번 중국 출장에서 BYD와 만나는 장면은 결국 '지속적인 전장사업에 대한 관심을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LG전자가 오스트리아에 있는 자동차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전문 제조회사인 ZKW를 인수하는 등 전장사업 경쟁이 빨라진 대목도 이 부회장의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BYD와의 협력 시나리오를 전장사업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국한시킬 필요는 없지만, 이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가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키우려는 신호탄이라는 전망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 2월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인 그랩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대목을 거론하며 '큰 그림'을 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주요 경영진과 함께 중국 출장을 갔기 때문에 BYD로 대표되는 전장사업, 배터리, 전체 자동차 사업 이상의 논의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이 현지에서 직접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