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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환 교수’s 영업 이야기] 오락부장보다는 책임감 있는 분단장이 돼라
임진환 가천대학교 교수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8.05.07  18:44:08
   

필자는 그동안 많은 영업직원들을 보아왔다. 그중 어떤 신입사원은 사교적이며 야유회나 체육대회 등에서 앞에 나가 거리낌 없이 응원을 하고 회식자리에서 좌중의 분위기를 잘 휘어잡는다. 이런 모습을 보고 흔히 이 사원은 영업 쪽으로 키우면 잘할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사원 시절에 이처럼 행동하는 직원은 영업이 아닌 다른 업무를 하면서 회사의 오락 부장을 하는 것이 더 맞을 수 있다.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은 대부분 자기를 좋아하거나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밝고 사교적으로 행동한다. 즉, 동호회의 오락 부장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영업은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신뢰를 쌓는 것이 아니다. 처음 본 고객 또는 협력회사와 신뢰관계를 시작해야 하고, 대하기 어려운 고객과 가까워져야 한다. 사교적인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교성을 활용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전략적이어야 하고 신뢰도 있어야 한다. 밝고 사교적인 것은 여기에 더해지면 된다. 물론 신입사원 시절부터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직원을 영업 직원으로 키우면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 신입사원 시절에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영업에 적합할 거라고 여기는 것이 잘못이라는 논지다. 영업 베테랑으로 키울 신입사원의 덕목과 기준은 영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가다. 사교성과 오락적인 것은 배우고 키우면 된다. 사교성 있고 분위기 잘 맞추고 노래 잘하는 오락 부장은 5년 뒤, 10년 뒤에도 충분히 될 수 있다. 신입사원 시절 오락부장보다는, 믿을 만하고 책임감 있으며 영업을 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는 분단장이 더 가능성 있다.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동네에서 가끔 투견 대회가 열리곤 했다. 친척 형님과 몇 번 보러 간 적이 있는데, 불독의 교배종으로 보이는 도사견이라고 불리는 큰 개들이 싸우는 경기였다. 폐쇄된 링(전체가 투망으로 되어 있어 나올 수 없는 공간)에서 싸움이 시작되면 정말 치열했다. 매 경기가 끝나면 양쪽 개가 많은 상처를 입어 주인이 상처를 꿰매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었고, 한 번 물면 경기가 끝나도 놓지 않아 횃불을 가져다 대서 떨어지게 했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경기 시작 전에 크게 짖으며 나대는 투견은 지고, 링에 올라가기 전이나 후나 조용하고 주인만을 따르는 개가 챔피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기는 개의 특징은 나대는 것이 아니라 조용하다가도 한 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는 것이었다.

외향적이거나 내성적인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영업직원에게 중요한 것은 강한 의지와 책임감과 일관성이다. 외향적인 것은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필자가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갑자기 목 감기가 오더니 저녁 때쯤에는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악화되었다. 다음날 고객 몇 명이 회사에 와서 교육을 받고 끝난 뒤 저녁을 함께 하기로 한 터라 걱정스러웠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목 상태는 더욱 나빠져 거의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고객이 오랜만에 본사에 오는지라 저녁은 꼭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혹시 노래방이라도 가게 되면 큰일이라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노래를 부를 수가 없으니 어떡하나? 처음 분위기는 내가 띄워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며 출근했다. 저녁시간이 되자 목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미 한 약속이고 회사에 온 고객을 그냥 보낼 수가 없어 저녁을 함께 했다. 그런데 식사가 끝났는데도 이들이 뭔가 아쉬운 듯 자리를 뜨지 않는 것이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노래방으로 갔다. 그런데 아무도 노래를 시작하려 하지 않았다. 누군가 첫 테이프를 끊어야 했다. 필자는 목소리가 거의 안 나올 정도로 목이 아팠지만 첫 번째로 노래를 불렀다. 아주 쉰 목소리로 부를 수 있는 노래로 골랐다.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였다. 당시 김현식 씨가 작고하기 직전에 몸이 많이 안 좋은 상태로 불렀던 노래인데, 필자 역시 워낙 몸이 안 좋은 상태인지라 목소리가 갈라지며 피를 토하듯 힘겹게 부르더라도 이 노래는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막상 노래를 시작하니 엇비슷하게 들을 만했다. 노래가 다 끝나자 박수가 터졌고 “임 과장, 그 목에도 이 노래는 잘하네”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들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 뒤로 고객은 즐겁게 돌아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이만하면 아픈 목으로 첫 물꼬를 튼 것 치곤 성공적이었다.

20년도 더 지난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묘해진다. 아마도 영업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런 일화가 몇 가지 있을 것이다. 영업 직원은 기분 좋은 자리에서 노래하는 것이 아닌, 부르기 싫은 상황에서도 노래를 불러야 한다. 오락 부장이 아니라, 고객을 먼저 생각하며 맷집과 끈기로 끝내 목적을 이루는 책임감 강한 분단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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