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트위터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아직 명확하게 부활했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폼’이 올라오며 예전의 영광을 찾아가는 분위기입니다. 불과 2년 전만해도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웠으나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9100만달러의 영업흑자를 기록하며 한 줄기 희망을 봤다는 평가입니다.

 

트위터의 지저귐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돌아온 최고경영자(CEO) 잭 도시의 마법으로 설명하는 사람도 있지만 최근의 고무적인 흐름을 한 사람의 ‘공’으로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트위터의 정체성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트위터는 오픈형 SNS입니다. 싸이월드나 페이스북 등 대부분의 SNS들이 오프라인 인맥을 바탕으로 온라인 네트워크 확장을 추구하는 반면, 트위터는 시작부터 철저하게 온라인을 지향합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람을 연결한다’는 관점으로 SNS를 이해한다면, 트위터는 페이스북보다 더 SNS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내실입니다. 트위터는 오픈형 SNS의 특성상 오프라인 네트워크 기반이 허약하기 때문에 ‘현실을 움직이는 힘’이 약합니다. 만약 페이스북처럼 오프라인 네트워크 기반에 일부 지분이 있다면 현실을 움직이는 힘도 배가되지만, 트위터는 그렇지 않다는 뜻입니다. 내 대학동기인 A가 페이스북에 특정 콘텐츠를 올린다면 어느 정도 믿고 콘텐츠를 즐깁니다. 반면 트위터는 익명성이 강한데다 심지어 플랫폼 구동 속도가 ‘지저귐’에 비유될 정도로 빠릅니다. 시작부터 온라인 맞팔을 전제하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정보가 쏟아지면서 이용자들은 길을 잃기 쉽습니다.

오픈형 SNS인 트위터의 특징인 익명성과 특유의 빠른 플랫폼 속도는 많은 지저귐을 양산했으나, 이 과정에서 일부 셀럽의 목소리만 커지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셀럽들은 자기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빠르고 강력하게 확산시킬 수 있는 트위터를 애용하고, 이용자들은 이들의 말을 ‘경청’하는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교류에 집중했다면, 트위터는 셀럽들의 마이크라는 일방향 플랫폼으로 고착화되고 말았습니다. 분명한 약점입니다.

재미있는 장면은, 이러한 트위터의 단점이 최근 다시 장점으로 부각되는 대목입니다. ‘SNS가 교류와 연결의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단순하게 연결의 가치만 부각하면 어떨까?’ 트위터가 특유의 빠른 전파속도와 확산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게시판’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입니다.

특히 정치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오픈 SNS 본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례도 마찬가지지만, 최근 있었던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정국에서 활동한 트위터의 행보가 특이합니다.

▲ 트위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트위터에 따르면 남북 정상회담을 실시간으로 보며 트윗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트위터 라이브 방송 페이지가 별도로 운영된 가운데, 총 250만 명이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회담을 시청했다고 합니다. 남북 정상회담 관련해 27일 하루 동안 전세계에서 160만건의 트윗이 발생했으며 분당 트윗수 기준으로 가장 많은 트윗이 몰렸던 화제의 순간은 오후 6시30분 경 비핵화 선언이 발표되었을 때입니다. 무려 분당 3100건의 트윗이 올라왔다는 후문입니다.

트위터는 익명성은 물론, 시작부터 오픈형 온라인 플랫폼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체성은 교류에 방점을 찍은 경쟁사와 비교해 일종의 약점이었으나, 지금은 특화된 장점으로 수렴되는 분위기입니다. 서로 교류하지 않고 셀럽의 이야기만 듣는 SNS면 어떤가요. 방탄소년단 멤버의 트윗을 실시간으로 읽기 위해 트위터에 가입하는 소녀들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세계의 아고라를 만든다면, 트위터는 세계의 게시판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트위터는 세계의 게시판을 키워가면 그만입니다.

마지막으로 트위터 관계자에게 ‘세계의 게시판이 되려는 야심이 최근 트위터의 부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라고 물어보자 재미있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관계자는 “오픈형 SNS는 트위터가 유일무이하기 때문에, 세계의 게시판으로 거듭나고 있는 트위터가 다시 살아나는 중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