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는 지난 2014년 12월 뉴스 검색 개편을 단행한 바 있습니다. 뉴스 검색에 클러스터링을 적용해 비슷한 주제의 뉴스를 하나로 묶는 한편, 일반 뉴스 검색제휴 언론사들의 기사도 모두 모바일로 노출시키는 조치였습니다. 시간 순서대로 뉴스가 노출되던 것이 일정 주제로 수렴되기 시작했으며, 많은 언론사 콘텐츠가 모바일까지 아우르게 됐습니다. 어뷰징 등의 포털 역기능 방지에 약간의 도움이 됐고, 네이버는 모바일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중소형 언론사들은 모바일에도 자기들의 콘텐츠가 노출되는 관계로 크게 환영했지만, 내심 불편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이 공개되지 않는 상태에서 모바일 플랫폼에 노출돼도 실제 노출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모바일에 기사가 등장해도 ‘더 보기’ 버튼을 눌러야 볼 수 있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차라리 ‘콘텐츠가 순서대로 PC에만 노출되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이 지적은 대형 언론사가 누리는 반사이익 가능성과 묘하게 화학반응을 일으킵니다. 이미 인링크 방식으로 콘텐츠 노출의 상대적 우위를 점한 대형 언론사들이 뉴스 검색에서도 우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콘텐츠의 질에 따라 클러스터링이 결정된다는 설명이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뉴스 아웃링크..화들짝 놀란 대형 언론사

드루킹 사태로 네이버의 뉴스 플랫폼 공공성이 화두로 부상했습니다. 뉴스 댓글을 통해 여론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증명됐으며, 언론사들은 일제히 네이버에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네이버는 입이 백개여도 할 말이 없습니다. 지난해 스포츠 콘텐츠 조작 사건으로 이미 신뢰를 잃었고,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창조한다는 이들이 매크로 프로그램 몇 개에 힘없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일각에서 어이없이 무너진 네이버를 보며 ‘혹시 알면서 묵인한 것 아니야?’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해됩니다.

네이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뉴스 댓글 개편안을 발표하는 한편, 뉴스 아웃링크 방식을 고려하는 중입니다. 지난 26일 네이버에 콘텐츠를 인링크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는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뉴스 아웃링크와 관련된 의견 수렴을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드루킹 사태가 발생하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네이버 본사로 몰려가 항의할 당시에도 국내 많은 언론사들은 ‘네이버가 아웃링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이구동성으로 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장면이, 네이버가 막상 아웃링크 방식 도입을 고려하기 시작하자 느닷없이 ‘아웃링크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다’고 물러나고 있는 장면입니다.

사실 아웃링크 방식은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먼저 이용자 중심의 고민이 없다는 점. 이용자 입장에서 뉴스를 보는 사용자 경험은 당연히 인링크가 유리합니다. 클릭하는 순간 뉴스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웃링크로 바꾸면 몇 초라도 로딩시간이 걸리는데다. 언론사에 붙여둔 수 많은 광고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이용자의 눈으로 보면, 당연히 인링크가 유리합니다. 페이스북이 인스턴트 아티클을 만든 방식이 인링크에 가까운 이유가 있습니다.

댓글창을 없애자는 말도 나오는데, 교통사고 난다고 자동차를 금지하자는 말과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불법 도박장을 자유의 이름으로 존속시켜야 하는가, 댓글창도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하지만 묻고 싶습니다. 당신에게는 댓글창이 공론의 장이 아닌 불법 도박장으로 보였나요? 드루킹이 여기에도 있었군요.

▲ 네이버가 댓글 조작 논란에 휘말렸다. 출처=네이버

자, 이제 네이버의 아웃링크 카드가 등장하자 언론사들이 주춤하는 이유에 대해 본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주춤했을까요? 네이버가 아웃링크 방식을 제안하며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결정적으로 인링크의 대가인 전재료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갑자기 아웃링크 도입 압박에서 벗어난 이유를 찾을 수 없습니다.

심각한 모순이 등장합니다. 아웃링크를 주장했으나 막상 상대방이 아웃링크 가능성을 열어두고 총론이 아닌 각론에서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하니 갑자기 반발한다? 답은 하나입니다. 처음부터 언론사들은, 아웃링크가 중요하지 않았던 겁니다.

아웃링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론사의 콘텐츠 유통 패권 장악과 이에 따른 과실이 중요했던 겁니다. 정말 아웃링크가 포털과 언론의 건강한 생태계 육성을 위해 필요했다면 일단 합의하고 각론을 맞추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각론이 몇 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갑자기 아웃링크 도입 주장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너무 속이 보이는 행태입니다.

네이버, 언론 모두 문제..“논의 쪼개자”

네이버는 인링크 방식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링크가 막대한 광고비를 담보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아웃링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사실상 언론사들의 내분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왜? 네이버 플랫폼에 입주한 언론사는 120여개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놀아나는 것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네이버의 뜻과는 별개로 이제 내분도 필요해 보입니다. 언론사들은, 특히 대형 언론사들은 뉴스캐스트 당시 자체 편집에 이은 아웃링크 방식으로 전환한 후 ‘감당할 수 없다’는 한계를 체감해 다시 인링크 방식을 선호한 흑역사가 있습니다. 이들이 지금 네이버를 흔들며 아웃링크 방식을 주장한 후 다시 숨 고르기에 돌입하는 장면은, 철저하게 ‘내 밥그릇’을 찾기 위한 방법론에 불과합니다.

2014년 뉴스 클러스터링 방식 당시처럼, 지금의 뉴스 플랫폼 전략은 대형 언론사와 중소형 언론사가 전혀 다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언론의 붕괴에 대한 책임은 대형과 중소형 언론 모두 동등하지만, 대형 언론사라는 이름만으로 여기에서 자유롭다는 법은 없습니다.

물론 오해일 수 있고, 오해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대형 언론사들은 인링크 방식보다 아웃링크가 왜 좋은지 명확하게 밝히고, 이용자들이 왜 아웃링크로 뉴스를 봐야 하는지 설명하기를 바랍니다. 아웃링크가 현실이 되면 전재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한다면, 모든 오해는 끝납니다. 이후 네이버의 과도한 시장 독과점 문제를 차근차근 해체하는 작업에 들어가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