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원∙달러 환율이 하락 마감했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기대감으로 달러 강세가 계속되고 있으나 한반도 지정학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원화 강세가 더 큰 힘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76.6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종가보다 4.3원 내렸다. 남북정상회담 기대감에 원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전일보다 6.9원 내린 1074.0원에 개장한 원∙달러 환율은 장중 등락을 반복하다 1076.6원에 안착했다.

▲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76.6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종가보다 4.3원 내렸다. 남북정상회담 기대감에 원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전일보다 6.9원 내린 1074.0원에 개장한 원∙달러 환율은 장중 등락을 반복하다 1076.6원에 안착했다. 출처=네이버 환율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남북정상회담 이슈와 더불어 미국 증시가 강세로 돌아선 점 등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전일 달러 강세에도 불구, 미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마의 3%’를 넘어선 미 장기국채 금리도 3% 밑으로 내려오면서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제한했다는 분석이다.

남북정상회담 역시 지난 1,2차 회의와는 달리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차 회의 다음 해의 연평도 해전이 발발했고, 2차 회의 이후 북한이 핵 개발을 본격 시작하면서 당시 금융시장은 증시와 환율 모두 회담 전후로 움직임이 제한적이었다. 이번 회담은 정전과 평화협정 체결 등에 대한 논의까지 불거지고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번 회담은 역사적으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설 수 있는 여건이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이 남아있고 완전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해소로 결론을 내기까지는 좀 더 신중한 대응이 예상된다”면서 “이미 작년 북한 이슈 이후 급증했던 달러화 롱 포지션(매수)이 이후 상당 부분 정리된 상황이어서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 한 달 새 1050원에서 1080원까지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월 초 1050원선에서 월 말 1080원선까지 급등락을 반복하는 중이다. 4월의 남은 기간 동안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재료로 소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다시 크게 떨어질 확률이 높아졌다.

지난 5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59.7원에 장을 마감하며 외환시장 하단으로 여겨지던 1060원선이 붕괴, 3년 6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 나온 환율 논란과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둔 결과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3%를 넘어서면서 원∙달러 환율은 치솟기 시작했다 통상 장기금리가 상승하면 글로벌 투자금은 고금리 국가로 몰리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통화 가치는 상승한다. 주요 6개국 통화와 견준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인덱스는 이날 0.09% 오른 91.47까지 올랐다. 달러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도 단숨에 1080원선까지 높아진 것이다.

금리 상승∙달러 강세 주춤하면…환율 상승 제한적일 것

미국 장기국채 금리 상승세가 주춤하고,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하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미국 시중금리 급등과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경계감으로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했으나 FOMC 이후 달러는 다시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달러가치가 상승하고 있지만 이것이 추세적 강세 기조를 보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원화를 포함한 이머징 통화 역시 점차 안정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갈등의 완화 움직임도 달러 가치를 끌어내릴 수 있는 요인이다. 다음달 3~4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을 비롯한 미국 경제참모가 방중할 것으로 보이면서 미∙중 무역갈등도 완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만약 이번 회의에서 미∙중 무역갈등 해소를 위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달러화 약세 압력이 다시 높아져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효과도 변수다. 미국과의 무역갈등을 해소하고 나면 중국 정부는 신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등의 정책을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식회의에서 ‘핵심기술 돌파’를 수 차례 강조한 가운데 내수 확대 움직임을 강화할 경우 중간재 수출이 많은 우리 경제에도 긍정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 수석연구원은 “미국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3%를 상회했지만 사실 달러화 가치는 아직 큰 폭으로 반등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5월 FOMC회의와 므누신 장관의 방중 결과에 따라 달러화는 약세로, 이머징 국가 통화는 안정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머징 증시 등 금융시장 흐름은 미국 금리보다는 달러화 흐름에 더욱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높으며 5월초 이후 달러화의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