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씨 페니(J.C. Penney)는 웹 사이트에서 '회사는 제3자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영수증의 유무에 관계없이 반품이나 교환을 제한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출처= AOL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상점들이 제3자 서비스를 사용해 자신들의 쇼핑 행동을 모니터하고 그들이 반품할 수 있는 상품의 금액을 제한한다는 사실을 더 많은 소비자들이 알게 되었다.

‘베스트 바이’(Best Buy Co.)는 ‘리테일 이퀘이션’(Retail Equation)이라는 회사의 도움을 받아 고객의 반품 내역을 조사했다는 이유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서 많은 사람들의 비난의 표적이 되었다. 그런데 ‘베스트 바이’뿐 아니라 전국 소매 체인 ‘제이씨 페니’(J.C. Penney Co.), 미국 최대 약국 체인 ‘CVS’(CVS Health Corp.), 프랑스의 글로벌 화장품 체인 ‘세포라’(Sephora), 가정용 건축자재 유통회사 ‘홈 디포’(Home Depot Inc.), 자동차 부품 전문 체인 ‘어드밴스 오토파트’(Advance Auto Parts Inc.), 스포츠용품 전문점 ‘딕스 스포팅 굿’(Dick’s Sporting Goods Inc.), 란제리 및 바디용품점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 등 여러 유명 소매업체에서도 동일한 서비스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이들 중 일부는 영수증 없이 반품하는 고객에게 벌점을 주거나 회원 자격을 박탈하는 등 고객에게 불리한 조치를 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전에 ‘리테일 이퀘이션’이라는 회사가 고객의 쇼핑 행동을 기반으로 모든 고객에 대해 ‘위험 점수’(Risk Score)를 매겨 일정 점수를 넘는 고객들에게 ‘경고’를 하거나 (특정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있는 이 회사는 소매 업체들에게 고객 식별 양식을 제공하고 그들로부터 고객 정보를 수집한다.

고객의 점수를 깎는 행동과 향후 그런 고객으로부터 들어오는 반품을 ‘거부’하는 기준은 소매 업체마다 다르며 대개 회사의 정책 공고에 공개되지 않는다. 점수가 깎이는 행동에는 단기간에 많은 양의 구매 물건을 반품하거나 상점에서 도난당한 물건을 반품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 대부분의 소매 업체는 <리테일 이퀘이션>과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지만, 회사의 반환 정책에서 제3자와 제휴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출처= Best Buy

‘리테일 이퀘이션’은 자신들이 개발한 시스템은, 사기나 남용이 의심되는 전체 고객의 1%도 안 되는 위험 고객들을 식별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위험 고객들은 반품 절차를 이용해, 그들이 이미 사용했거나 훔쳤거나 다른 곳에서 산 물건들을 가져와 환불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회사는 어느 한 소매 업체의 특정인의 정보를 다른 소매 업체와 공유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에 ‘리테일 이퀘이션’을 인수한, 켄터키주 루이빌의 데이터 분석 회사 ‘애프리스’(Appriss Inc.)에 따르면, 미국 소매 업체들이 지난해 반품으로 인한 매출 손실이 3510억달러가 넘으며 그중 228억달러는 사기적 및 악의적 반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반품으로 인한 매출 손실 액수는 전국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가 실시한 최근 설문 조사 결과다. 아마존의 등장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더 많은 구매자들이 온라인 주문은 언제든 반품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뉴욕 길더랜드(Guilderland)에 사는 55세의 수 틸먼은 온라인으로 다양한 스타일과 크기의 옷을 산 후 반품은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한다. 그녀는 ‘제이씨 페니’에서 수십번 반품했지만 쇼핑에 수천달러를 썼다.

“‘제이씨 페니’ 같은 곳은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고, 반품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하라고 권장하더군요.”

사회 복지사인 틸먼 부인은 지난 8월 알바니(Albany) 근처의 제이씨 페니 매장에 남성용 셔츠를 반품하러 갔다가 ‘리테일 이퀘이션’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그녀는 영수증을 갖고 있었고 회사의 지침에 따라 반품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매장 직원으로부터 앞으로 60일 동안 반품을 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리테일 이퀘이션’에 연락해 ‘반품 활동 보고서’(Return Activity Report), 즉 거래 내역을 조회해 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녀에 관한 ‘리테일 이퀘이션’의 보고서를 보면 회사는 적어도 7년 동안 그녀의 쇼핑 행동을 추적해 왔다. 그녀에 관한 8월 보고서에는 2017년 이후 틸먼 부인은 제이씨 페니 매장에서 10개의 상품을 반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씨 페니’의 정책에는 너무 많은 제품을 반품하거나 화장품 같이 도난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제품을 반품하는 경우, 고객의 점수를 깎을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제이씨 페니’의 조셉 토머스 대변인은 회사가 사기성 또는 악의적 반품을 방지하기 위해 ‘리테일 이퀘이션’의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이 시스템이 “매일 매일의 대다수 거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약국 체인 <CVS>는 지난 해부터 <리테일 이퀘이션>의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다른 주요 소매 업체처럼, 제3자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영수증을 가져와도 반품을 거부할 권리를 갖는다."고 말했다.    출처= Dealerscope

대부분의 소매 업체는 ‘리테일 이퀘이션’과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지만, 회사의 반환 정책에서 제3자와 제휴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프랑스 화장품 체인 ‘세포라’의 대변인도 “과도한 반품 패턴을 발견하면, 구매 증빙 자료가 없을 경우 향후 반품이나 교환을 제한할 수 있음을 통보한다”고 말한다.

란제리 및 바디용품점 ‘빅토리아 시크릿’은 자사 웹 사이트에 반품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엘 브랜드’社가 소유하고 있는 란제리 판매점에서 구매자는 90일 동안 최대 7회의 반품을 허용하며, 이 기간 동안에는 250달러까지는 영수증 없이 반품할 수 있다.

‘홈 디포’는 ‘리테일 이퀘이션’의 시스템을 사용해 영수증 없이도 반품을 추적한다고 말했다.

약국 체인 ‘CVS’는 지난해부터 ‘리테일 이퀘이션’의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CVS’의 마이크 드안젤리스 대변인은 매출의 1%에 상당하는 반품의 3분의 1이 매장에서 거절되었다고 말했다.

“다른 주요 소매 업체처럼, 우리 회사도 제3자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영수증을 가져와도 반품을 거부할 권리를 갖습니다.”

메릴랜드주 밀러스빌(Millersville) 출신의 기술개발 관리자 로버트 베라디노는, 지난 2월 그의 아내가 온라인으로 구매한 물건 3개를 반품하러 메릴랜드주 갬브릴스(Gambrills)에 있는 스포츠용품 전문점 ‘딕스 스포팅 굿’에 갔을 때 ‘리테일 이퀘이션’을 처음 알게 됐다. 그는 신발 한 켤레를 처음 반품하면서 영수증을 가져왔다고 말했지만, 경고 통지를 받았다.

“내가 마치 범죄를 저지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요. 매우 모욕적이었습니다.”

그는 ‘리테일 에퀘이션’에 반품금지 지정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