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필명 '드루킹'이 네이버 뉴스 댓글을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네이버 책임론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비롯한 야당권은 네이버가 뉴스 댓글 조작을 사실상 방조했다며 메인 서버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업계는 '뉴스로 흥한 네이버가 뉴스로 흔들리고 있다'는 말까지 쏟아내고 있다. 

네이버는 25일 하나의 계정으로 클릭할 수 있는 공감/비공감 수 제한, 연속 댓글 최대 3개 한도를 골자로 하는 개편안을 발표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 거론한 '뉴스 아웃링크 방식'은 거론되지도 않았으며 일회성, 면피성 대책만 내놨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네이버의 ICT 포털 업계의 독점 지위가 위험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플랫폼 공공성을 상실한 네이버에게 '막강한 여론 형성 플랫폼을 맡겨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 네이버 댓글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출처-네이버

업계는 네이버가 특유의 폐쇄적 생태계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에게 '갑질'을 일삼은 과거를 반성하고 경쟁사로부터 한 수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구글이다. 구글도 네이버처럼 시장 지배자적 위치를 가지고 있으며 막강한 존재감을 자랑하지만, 시작부터 오픈 생태계를 지향하며 포털의 가치를 지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네이버는 구글을 공격하며 글로벌 기업 역차별 문제를 거론했으나, 지금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기본적인 오픈 생태계"라면서 "아웃링크를 기반으로 진정한 인터넷의 바다를 체감하게 만들어 준 구글의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구글은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네티즌들을 거대한 바다로 안내하는 항구의 역할을 수행했다. 반면 네이버는 일종의 워터파크를 만들어 네티즌들을 인터넷의 바다와 분리, 자기 중심의 생태계로만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 인터넷 생태계에서 네이버의 공이 크지만, 그와 비례해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댓글 조작 방지에 대해서는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에게 배워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25일 카카오에 따르면 다음은 조만간 동일한 댓글을 반복해서 작성하는 아이디에 2시간 동안 댓글 작성을 못하게 만들 방침이다. 한 아이디가 같은 댓글을 두 번 쓰면 문자인증 보안을 거치도록 하며 2시간 이후에도 도배가 시도되면 24시간 동안 댓글 기능을 막아버린다.

드루킹은 네이버에서 주로 '작업'을 했기 때문에 다음은 상대적으로 이번 논란의 무풍지대다. 그러나 네이버의 댓글 정책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 장치를 마련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매크로 침투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지만 최소한 네이버보다 진일보한 정책이라는 뜻이다.

네이버의 25일 대책이 생각보다 실효성이 낮고, 현실성도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돈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네이버는 특유의 폐쇄적 생태계를 통해 이용자들의 체류시간을 최대한 늘리는 방식으로 광고수익을 벌고 있다. 당연히 뉴스 댓글 시스템 트래픽이 늘어날수록 돈을 버는 구조다. 지난해 네이버 광고수익이 전체 매출의 73%에 이르는 만큼, 논란이 불거진 댓글 시스템의 대부분을 포기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비판이다. 네이버는 뉴스 댓글 파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돈은 포기하지 않았다.